김민석 국무총리가 이재명 대통령의 임기와 관련해 “요새 사람들이 ‘5년이 너무 짧다’고 한다. ‘더 했으면 좋겠다’고 하는 분들도 있다”고 말해 논란이 되고 있다. 여권에서 대통령 4년 중임제 등을 포함한 개헌 논의가 진행 중인 가운데, 국민의힘은 “총리가 직접 나서 대통령의 임기 지속을 거론한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고 비판했다.
김 총리는 지난 20일 전남 무안 전남도청 김대중강당에서 열린 ‘K-국정 설명회’에서 “지난 총선 전(윤석열 정부 때)에는 어떤 분들은 ‘5년이 너무 길다’고 했는데, 요새는 사람들이 ‘5년이 너무 짧다’고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논란이 되자, 총리실은 기자들에게 공지를 보내 “총리님은 대선이 아닌 ‘총선’을 언급했고, 어떤 정부인지에 대한 언급도 없었다”며 “별도 해석 없이 말씀 그대로 반영해 달라”고 했다. 하지만 총선을 통해 뽑는 국회의원 임기는 4년이라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김 총리가 연설 때 뒤에 띄워져 있던 영상 자료에도 ‘5년은 짧다’는 문구가 들어가 있었다. 이 자료는 이재명 정부에 대한 것이었다.
국민의힘은 “권력의 시간은 총리가 정하는 것이 아니라 헌법과 국민이 정한다”고 했다. 최보윤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민생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 ‘임기가 짧다’는 말이 나오는 것 자체가 국정 현실을 외면한 안이한 판단”이라고 했다. 나경원 의원은 페이스북에 “총리가 기어이 이재명 장기 집권의 군불을 땐다”며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위험천만한 ‘간보기’”라고 했다.
이 대통령은 대통령 임기를 4년으로 줄이되 대통령이 재선될 수 있게 하고, 재선되면 4년 임기를 한 번 더 해 8년까지 재임할 수 있게 하는 개헌을 대선 공약으로 내세웠었다. 대선 과정에서 우원식 국회의장이 이 같은 개헌 논의를 공식화하려고 했지만 당 안팎의 비판으로 무산되기도 했다. 이후 이 대통령은 정부 출범 뒤 1호 국정과제로 개헌을 채택했다.
하지만 이재명 정부에서 개헌이 되더라도 대통령 연임은 어렵다. 헌법 128조 2항은 “대통령의 임기 연장 또는 중임 변경을 위한 헌법 개정은 그 헌법 개정 제안 당시의 대통령에 대해선 효력이 없다”고 못 박고 있다. 이 대통령도 대선 후보 시절 ‘대통령이 된 후 개헌을 통해 중임 대통령을 하려는 것 아니냐’는 야당 공격에 “헌법상 (중임 개헌은) 개헌 당시 대통령에게 적용 안 되는 것이 현 헌법에 명시돼 있다”고 했다. 민주당 중진 의원은 “연임 시도는 말도 안 되고 총리가 실언을 한 것”이라고 했다. 박지혜 민주당 대변인도 “‘5년이 짧다’ ‘더 했으면 좋겠다’는 발언은 총리가 정부를 향한 국민의 성원을 인용해 감사의 뜻을 전한 표현”이라며 “이를 두고 ‘임기 지속을 거론했다’는 건 침소봉대”라고 했다.
그러나 최근까지도 여권에선 대통령 중임 가능성에 대한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지난 10월 30일 국회 국정감사 자리에서 “통상적으로는 재임 중 대통령에게 적용하지 않는다고 해석하는 게 맞다”고 했다. 그러나 그 엿새 전 조원철 법제처장은 국정감사에서 “결국 국민이 결단해야 할 문제”라고 했다.
여야 정치권에선 김 총리에 대한 비판도 나온다. 김 총리의 호남행은 지난 4일 광주에 이어 이달 들어 두 번째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내년 8월 당대표 선거 출마를 염두에 두고 정청래 대표와의 경쟁이 시작됐다”고 했다. 김 총리는 이번 호남 방문에서 이 대통령을 극찬했다. “이 대통령의 호남에 대한 애정은 진짜 ‘찐’” “김대중 전 대통령은 항공모함, 노무현 전 대통령은 활화산, 문재인 전 대통령은 은은한 바다 같은 분이었다면 이 대통령은 정책을 가장 깊이 아는 분” “업무보고가 넷플릭스보다 재미난 ‘잼플릭스’다, 이렇게 얘기했는데 대통령께 많이 배운다” 등이다. 국민의힘은 “국무총리는 국정을 안정적으로 보좌해야 할 자리이지, 권력에 대한 감상이나 지지층의 환호를 대변하는 자리가 아니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