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석 국무총리가 호남을 찾아 “(이재명 정부) ‘5년이 너무 짧다’고 하는 분들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자 국민의힘이 “오히려 국민들 사이에서는 ‘임기가 아직 4년 6개월이나 남아 있다는 게 걱정’이라는 목소리가 많다”고 비판했다.
김 총리는 지난 20일 전남 무안군 전남도청 김대중강당에서 주민 1000여 명을 대상으로 ‘K-국정 설명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김 총리는 “총선 전엔 사람들이 ‘5년이 너무 길다’고 했는데, 요새는 ‘5년이 너무 짧다’고 한다”며 “‘더 했으면 좋겠다’ 하는 분들도 있다”고 말했다.
김 총리는 “김대중 대통령이 항공모함, 노무현 대통령이 활화산, 문재인 대통령이 은은한 바다 같은 분이었다면, 이 대통령은 정책을 가장 깊이 아는 분”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김 총리는 “정부와 지방정부가 함께 새로운 전남의 대부흥을 만들어갈 때가 됐다”고도 강조했다. 김 총리는 “민주주의를 만들어왔지만 경제적으로는 상당히 낙후하는 불이익을 감수해온 이 지역이 제자리를 찾는 데 기여하고 싶다는 마음이 느껴지는 대화를 (이 대통령과) 여러 번 했다”며 “이제 물이 들어왔기 때문에 노를 저어야 할 때가 됐다”고 했다.
김 총리는 이재명 정부가 국가 AI(인공지능) 컴퓨팅 센터를 전남에 조성하기로 한 것과 관련해 “AI의 시작을 이곳에 가져다 놓았다”고 했다. 또 “컴퓨팅 센터를 포함해 재생에너지, 수소, 농업 AI 전환 거점 등이 전남으로 내려왔다”며 “대통령의 관심과 정부의 애정으로 (전남에 대한 지원이) 실현되고 있다”고 했다.
김 총리는 “이 대통령의 호남에 대한 애정은 ‘찐’(진짜)이라는 것을 제가 너무 잘 안다”고도 했다.
김 총리는 최근의 한국 경제 상황에 대해서는 “모두가 걱정하는 환율과 수도권 부동산 문제 등이 남아 있지만,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것은 경제의 큰 흐름이 반등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총리는 이날 국정 설명회에 앞서 외증조부가 설립에 기여한 진도 고성초등학교를 찾았다. 이 방문에는 이 학교 졸업생이자 김대중 전 대통령 측근인 더불어민주당 박지원 의원이 동행했다. 김 총리는 설명회 뒤에는 목포의 김대중노벨평화상기념관을 찾았다.
김 총리의 ‘이재명 정부 5년이 너무 짧다’ ‘더 했으면 좋겠다’ 발언에 대해 국민의힘 최보윤 수석대변인은 21일 “매우 부적절한 발언”이라고 비판했다. 최 수석대변인은 “대통령 임기가 시작된 지 불과 반 년도 되지 않은 시점에서 총리가 직접 나서 임기 지속을 거론한 것은 총리로서의 책무와 역할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했다.
최 수석대변인은 “헌법이 정한 대통령 5년 단임제는 선택이나 평가의 대상이 아니라 민주주의의 기본 질서”라며 “총리는 대통령의 성과를 냉정하게 점검하고 국정을 안정적으로 보좌해야 할 자리이지, 권력에 대한 감상이나 지지층의 환호를 대변하는 자리가 아니다”라고 했다.
최 수석대변인은 김 총리가 ‘경제가 반등하기 시작했다’고 말한 데 대해서도 “더욱 심각한 것은 총리의 인식이 국민 다수의 체감과 정면으로 어긋나 있다는 점”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환율은 고공 행진을 이어가고, 물가는 서민의 일상을 압박하고 있으며, 수도권 부동산 불안과 기업 체감 경기는 여전히 암울하다”며 “이런 상황에서 ‘임기가 짧다’는 말이 나오는 것 자체가 국정 현실을 외면한 안이한 판단”이라고 했다.
최 수석대변인은 이어서 “오히려 국민 사이에서는 ‘임기가 아직 4년 6개월이나 남아 있다는 게 걱정’이라는 목소리가 많다”며 “성과로 평가받기에도, 책임을 묻기에도 너무 이른 시점에 권력의 지속을 입에 올리는 모습은 자신감이라기보다 국정 운영에 대한 불안이거나, 총리 개인의 선거 출마 행보를 의식한 발언으로 비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최 수석대변인은 “지금 필요한 것은 임기 연장에 대한 상상이 아니라, 경제·안보·민생 전반에서의 책임 있는 성과”라며 “헌법과 국민은 말이 아니라 결과로 이 정부를 판단할 것이다. 권력의 시간은 총리가 정하는 것이 아니라, 헌법과 국민이 정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