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고양시가 시장이 내정한 공무원만을 6급 이상으로 승진시켜 온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이 18일 공개한 고양시 정기 감사 보고서에 따르면, 고양시는 전임 시장 때인 2020년부터 현 시장 때인 2023년까지 4년간 공무원 172명을 6급 이상으로 승진시켰다.
그런데 이 승진은 시장이 내정한 대상자만을 인사위원회에 추천해 확정시키는 방식이었다. 일례로, 2023년 6월의 5급 승진은 인사 부서장이 시장에게 미리 대상자 명단을 주고, 이 가운데 시장이 동그라미 표시한 3명만을 인사위원회에 추천해 승진 대상자로 확정 의결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시장이 지목한 170명은 이런 식으로 전원 승진했지만, 이보다 선순위 후보자 627명은 인사위원회 심의도 받지 못한 채 승진에서 탈락했다.
인사팀이 시장이 내정하지 않은 사람을 인사위원회에 함께 올릴 때도 있었다. 그런데 이때는 시장이 내정한 승진 대상자는 비위로 중징계를 받은 기록이 있어도 인사위원회에 제공하지 않았고, 징계 이력이 없는 것처럼 보이게 했다. 승진 대상자가 실질적으로 기여하지 않은 업무까지 실적으로 소개하기도 했다. 반면 시장이 승진 대상자로 내정하지 않은 사람은 징계 기록을 인사위원회에 함께 올렸다. 그 결과, 근무지 이탈과 여비 부당 수령으로 중징계를 받았던 공무원이 4급으로, 음주운전 이력이 있는 공무원이 5급으로 승진했다.
고양시의 이 같은 행태에 대해 감사원은 “인사위원회의 승진 심사에 관한 사전 심의·의결 권한이 침해됐고, 승진 인사의 공정성과 객관성을 확보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고양시 인사 부서 관계자들은 시장이 승진 대상자를 정하는 것이 그동안의 관행이었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양시는 감사원에 “임용권자(시장)는 인사위원회에 승진자를 추천하는 등으로 의견을 제시할 수 있고, 지방공무원 승진 임용에 관해서는 매우 광범위한 재량이 부여돼 있다”는 의견도 냈다.
그러나 감사원은 “지방공무원법에 따라 과반수가 외부 위원으로 구성된 인사위원회를 설치해 승진에 관해 사전 심의를 하도록 하고, 인사위원회의 심의 결과에 (시장도 따라야 하는) 기속력을 부여한 것은 인사 운영의 공정성과 객관성,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며 “시장이 미리 승진 대상자를 내정하고 해당 직원만을 인사위원회에 추천하는 등으로 인사위원회의 심의·의결 권한을 침해하며 인사의 공정성을 저해하고 내정받지 못한 후보자의 심사받을 권리를 박탈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감사원은 고양시에 주의를 주고, 승진 업무를 부당하게 처리한 인사 부서장에게도 징계를 주라고 통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