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회 감사원장 권한대행은 3일 감사원이 과거 문재인 정부 고위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했던 감사들이 “정치 감사, 무리한 감사”였다며 “이로 인해 고통을 받은 분들에게 감사원을 대표해 깊은 사과를 드린다”고 했다. 김 대행은 “무리한 감사를 방지하기 위한 제도 개혁이 필요하다”며 문 정부 대상 감사를 주도한 특별조사국을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김 대행의 이날 기자회견은 감사원이 이재명 정부 출범 후 구성한 ‘운영 쇄신 TF(태스크포스)’의 점검 결과 발표와 함께 이뤄졌다. 이 TF는 문 정부 대상 감사에 대해 윤석열 전 대통령이 임명한 유병호 전 사무총장(현 감사위원)이 감사원의 내부 통제 장치를 무력화하고 벌인 “전횡적 감사”였다고 발표했다.
지난 9월 이재명 대통령이 임명한 정상우 사무총장이 취임한 직후 만들어진 이 TF는 그간 월성 원전 경제성 조작, 전현희 전 국민권익위원장(현 민주당 의원) 비위 관련 감사 등 7건에 대한 ‘진상 규명’ 작업을 진행했다. 모두 더불어민주당이 ‘문재인 정부 표적 감사’ 또는 ‘윤석열 정부 봐주기’라고 지적했던 감사들이다. 앞서 TF는 범여권이 발의한 ‘감사권 오남용 관련 특검 요구안’에서 문제로 지목된 감사들을 조사 대상으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TF는 7건 전부에서 문제가 발견됐다고 주장했다. 월성 감사는 감사위원회의에서 백운규 전 산업부 장관 등을 고발하지 않기로 했는데도 유병호 당시 감사팀 국장이 최재형 당시 감사원장 승인하에 검찰에 수사 참고 자료를 보낸 것이 문제라고 했다. 권익위 감사는 착수 과정이 이례적이었고, 조은석 당시 감사위원(현 내란 특별검사)의 열람 절차를 건너뛴 채 보고서가 공개됐다고 했다.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은폐·왜곡 감사는 보도자료로 내용을 중간 발표한 것이 군사 기밀 누설에 해당한다고 했다. 북한 감시초소(GP) 철수 부실 검증 감사는 비공개됐으나, 그 내용이 특정 언론사를 통해 단독 보도된 것이 유 전 총장에 의한 군사 기밀 유출로 의심된다고 했다. 사드 배치 고의 지연 의혹 감사는 감사 중 획득한 비밀 문서를 부실 관리했다고 했다. 대통령실·관저 이전 관련 감사는 공사를 한 민간 업체에 대해 유 전 총장이 서면 조사를 지시해, 일부 사실관계 확인에서 오류가 생겼다고 했다.
그러나 TF는 각 감사의 결과가 잘못됐다고 주장하지는 못했다. 문 정부 청와대와 국토교통부, 통계청이 집값과 소득, 고용에 관한 공식 통계를 조작해 왔다는 조사 결과를 내놓은 통계 감사에 대해선 ‘강압 감사’ 의혹을 확인하기 위해 증거 서류 2만3000여 쪽과 영상·녹음 파일 1만500여 분을 전수 조사했으나 잡아낸 것이 없다고 했다. 그런데도 “재판에서 강압 감사 관련 사실이 추가로 드러날 수 있다”며 조사를 계속하겠다고 했다. 또 통계 조작 혐의로 검찰에 수사를 요청하며 문 정부 고위직들의 신원을 특정해 발표한 것이 잘못이라고 했다.
김 대행은 이런 TF 결과를 바탕으로 “(유 전 총장 등) 감사원 지휘부가 직원들이 정치 감사, 무리한 감사를 하도록 이끌었다”며 “인간으로서 부끄러운 행위”라고 했다. 또 “월성 감사로 오랜 수사와 재판 끝에 대법원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산업통상부 직원들과, 권익위 감사로 검찰 수사를 받고 불기소 처분을 받은 전현희 전 위원장께 심심한 사과를 드린다”고 했다. 그러나 대법원이 무죄를 선고한 것은 산업통상부 직원들의 감사 방해 혐의였고, 월성 경제성 조작 사건 자체는 1심 재판이 계속되고 있다.
김 대행은 “인권 친화적 감사를 수행하도록 개혁하겠다”며 “비리 적발 위주의 감사는 대폭 축소하고, 공무원을 도와주는 감사, 갈등 해결형 감사에 중점을 두도록 하겠다”고 했다. “비리는 덜 적발하고 공무원을 돕겠다니 감사원의 존재 이유를 스스로 포기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노무현 청와대 비서관 출신인 김 대행은 2011년 문재인 전 대통령과 검찰을 비판하는 내용의 ‘문재인, 김인회의 검찰을 생각한다’는 책을 공동 집필했다. 이 때문에 2021년 12월 문 전 대통령이 그를 감사위원으로 임명했을 때 중립성 논란이 있었다. 지난달 11일 최재해 전 감사원장이 퇴임하면서 대행이 된 그는 TF 활동을 자신의 임기 종료일인 12월 5일까지로 연장시켰다. 그리고 퇴임을 이틀 앞두고 문 정부 대상 감사가 모두 정치 감사였다는 결론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