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회 감사원장 권한대행은 3일 감사원이 과거 문재인 정부 고위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했던 감사에 대해 “정치 감사”였다며 “무리한 감사로 인한 피해자들에게 사과드린다”고 했다. 관련 감사를 주도했던 특별조사국은 폐지하고, 감사위원회의 승인 없이 범죄 혐의자를 수사 요청하거나 감사 중간 발표를 하는 것은 금지하겠다고 했다. “비리 적발 위주의 감사를 대폭 축소하겠다”고도 했다.
김인회 감사원장 권한대행은 문재인 전 대통령과 이른바 ‘검찰 개혁’에 관한 책을 공동으로 집필했고, 2021년 12월 문재인 전 대통령에 의해 감사위원으로 임명됐다. 지난달 11일 최재해 전 감사원장 퇴임으로 감사원장 권한대행이 됐다. 문재인 정부 고위 공직자들을 대상으로 한 감사들이 ‘정치 감사’였다고 이날 발표한 김 대행은 오는 5일 4년 임기를 마치고 퇴임한다.
◇김인회 감사원장 권한대행 발표문 전문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오늘 저는 감사원의 최종 책임자로서 감사원의 쇄신 결과와 개혁 방안을 설명드리기 위해 이 자리에 섰습니다.
감사원은 그동안 감사원 본연의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성을 벗어나 특정 인사들과 정책을 표적으로 하여 정치 감사, 표적 감사, 강압 감사, 인권 침해 감사를 한다는 비판을 받아왔습니다.
이에 감사원은 과거 잘못을 돌아보고 새롭게 출발하기 위한 노력을 시작했습니다. 감사원은 2025년 9월 16일 ‘감사원 운영 쇄신 TF’를 만들어 감사원의 쇄신과 개혁을 모색했습니다. 오늘 저는 감사원장 권한대행으로서 감사원 운영 쇄신 TF의 최종 결과를 보고드립니다.
감사원 운영 쇄신 TF는 정치 감사, 표적 감사, 강압 감사, 인권 침해 감사로 비판받아 온 감사 사항을 철저히 재점검했습니다. 재점검한 감사 사항은 월성 원전 감사, 권익위 감사,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감사, 통계 감사, 북한 GP 불능화 검증 감사, 사드 배치 감사, 대통령 관저 공사 감사입니다.
감사원 운영 쇄신 TF는 정치 감사 등을 가능하게 했던 내부 요인인 인사권·감찰권의 남용도 조사했습니다.
감사원 운영 쇄신 TF 활동에 대해서는 먼저 내부적으로 직원들의 의견을 수렴했습니다. 외부적으로도 학계, 법조계, 언론계, 시민단체 등 외부 전문가 8명의 자문을 받았습니다. 외부 자문은 보다 넓은 시야에서 감사원 활동을 점검하고 개혁 방안을 도출하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감사원 운영 쇄신 TF에 대해서 일부에서는 정치 보복, 제2의 적폐 청산이라고 비판합니다. 하지만 감사원의 쇄신과 개혁은 계엄과 내란 이후 피할 수 없는 역사적인 책무이고, 감사원이 다시 태어나기 위한 필사적인 노력의 일환입니다.
감사원 운영 쇄신 TF는 감사원법, 감사원사무처직제규칙, 공공감사에 관한 법률에 따라 설치되었습니다. 감사원 최고 인력이 투입되어 대상 감사 사항과 기관 운영 문제를 철저히 검토했습니다. 상대방이 있는 경우에는 상대방에 대한 조사와 함께 방어의 기회를 부여했습니다. 일부 조사를 거부한 사람들도 있습니다. 이들에게도 충분한 방어의 기회와 시간을 부여했습니다.
감사 사항에 대한 조사 결과, 권익위 감사,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감사, 북한 GP 불능화 검증 감사와 관련하여 감사위원 패싱 등 감사위원회의 권한 침해, 전산 조작, 군사 기밀 누설, 과도하고 무리한 수사 요청 및 중간 감사 결과 발표 등 감사 전반에 대하여 불법, 부당한 잘못을 확인했습니다. 이에 대해서는 보도자료를 통하여 이미 보고드린 바 있습니다.
통계 감사에서도 과도한 수사 요청과 중간 감사 결과 발표의 문제점 역시 확인했습니다.
인사권과 감찰권 남용에 대한 조사 결과, 감사원 지휘부가 객관적 비위 사실이 없는 직원들에 대한 감찰 조사 및 대기 발령을 하고 직무 성적 평가에 부당하게 개입하는 등 인사권·감찰권을 남용한 사실이 확인되었습니다. 그리고 감사원 지휘부는 인사권과 감찰권을 무기로 직원들이 정치 감사, 무리한 감사를 하도록 이끌었습니다.
인간으로서 부끄러운 행위이고 감사원으로서 하면 안 되는 행위였습니다.
감사원 운영 쇄신 TF 활동 결과, 정치 감사와 무리한 감사로 인하여 많은 분들에게 고통을 드린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이로 인해 고통을 받은 분들에게 감사원을 대표하여 깊은 사과를 드립니다.
특히 월성 원전 감사로 오랜 수사와 재판 끝에 대법원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산업통상부 직원들과 권익위 감사로 검찰 수사를 받고 불기소 처분을 받은 전현희 전 권익위원장께는 더욱 심심한 사과를 드립니다.
정치 감사, 무리한 감사를 방지하기 위한 제도 개혁이 필요합니다.
먼저, 논란의 중심에 선 특별조사국 폐지를 포함한 조직개편을 하겠습니다. 특별조사국은 특정 기관에 대한 업무 분장이 없고, 감사 기간, 범위에 제한을 받지 않는 문제점이 있습니다. 그 결과 통제가 조금이라도 미흡하거나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경우 정치 감사, 무리한 감사를 감행할 위험성을 안고 있습니다. 이번 감사원 운영 쇄신 TF에서도 특별조사국이 정치 감사, 표적 감사로 비판받는 감사에 동원된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이에 따라 특별조사국 폐지를 포함한 조직 개편은 불가피합니다.
감사원은 그 대신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감사, 국민 체감형 감사, 공무원을 돕는 감사를 수행하는 부서를 적극 확대하겠습니다.
다음으로 무분별한 수사 요청이나 중간 감사 발표를 금지하겠습니다. 그동안 수사 요청은 사무처 판단으로 이루어졌으나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필요한 경우 반드시 감사위원회의의 의결이나 통제하에 시행하도록 하겠습니다. 감사위원회의 의결 전 언론 공개도 금지하겠습니다. 고발 역시 남용하지 않겠습니다.
내부적으로는 인권 친화적 감사를 수행하도록 개혁하겠습니다. 비리 적발 위주의 감사는 대폭 축소하고, 적극 행정을 유도하고 공무원을 도와주는 감사, 갈등 해결형 감사에 중점을 두도록 하겠습니다. 특히 시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고 삶의 질을 높이는 감사에 역량을 집중하겠습니다.
감사원 지도부의 인사권 전횡, 감찰권 남용을 위한 제도적 개선 방안도 마련하겠습니다. 자의적인 인사를 방지하여 파벌이 형성되는 것을 원천 봉쇄하도록 하겠습니다.
한편, 감사 대상 기관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해 감사원 직원의 대상 기관 파견 제도를 도입하겠습니다. 이를 통해 정부 부처와 감사원의 원활한 의사소통이 이루어질 것으로 기대합니다.
제도 개혁은 꼭 필요합니다. 감사원이 잘못된 리더십으로 잘못 운영되는 것을 막으려면 촘촘한 시스템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시스템만으로는 잘못된 리더십의 전횡을 완전히 막을 수는 없습니다. 제도 너머, 규범 너머의 윤리가 필요합니다. 관용과 자제라는 근본 윤리가 필요합니다.
감사원은 공직 사회에 기준을 제시하는 조직입니다. 기준을 제시함으로써 공직자를 이끌고, 기준에 벗어나는 공직자를 바로잡습니다. 공직자에게 기준을 제시하려면 제도 너머의 윤리가 필요합니다. 압도적으로 높은 진실성, 높은 도덕성과 윤리의식, 자기 희생과 자기 절제, 품위와 겸양이 감사원 직원 모두에게 필요합니다. 제도 너머의 윤리의식을 높이기 위해서도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감사원은 최근 3년 동안 정치 감사, 무리한 감사로 많은 문제점을 일으켰습니다. 감사원은 이를 철저히 반성하고 있습니다. 무리한 감사로 인한 피해자분들에게 다시 한번 사과드립니다.
이제 감사원은 개혁을 통해 새로운 시대에 걸맞는 감사원으로 다시 태어나려고 합니다. 이번 감사원 운영 쇄신 TF의 활동이 그 출발점입니다. 오늘 보고드린 개혁 방안은 꼭 필요한 내용이지만 상식적이고 평범하기까지 합니다. 이제 남은 것은 이 개혁 방안을 꾸준히 흔들림 없이 이행하는 것입니다. 감사원은 국민 앞에 개혁 방안 이행을 엄숙히 다짐합니다. 국민 여러분께서도 감사원이 개혁을 추진할 수 있도록 계속 감시하고 견제해주시기 바랍니다. 감시와 견제와 함께 격려와 관심도 부탁드립니다.
감사원을 아끼고 사랑해주시는 국민 여러분, 진심으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