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가 산업재해 발생 기업에 대한 강력한 제재 정책을 펼치는데도 올해 산재 사망자가 지난해보다 늘어난 것으로 나타나자, 김민석 국무총리가 3일 비상 대책 회의를 열었다. 김 총리는 당장 산재 사망을 줄일 수 있는 방안을 주문했고, 관련 부처들은 건설 공사 현장 안전 점검, 끼임 경보 장치 등 ‘스마트 안전 장비’ 무상 지원, 산업 안전을 주제로 한 다큐멘터리 제작 등을 대책으로 내놨다.
김 총리는 이날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노동 안전 현안 점검 회의’를 열었다. 회의에는 국무조정실장과 고용노동·국토교통·행정안전·기획재정·기후에너지환경·법무·산업통상·과학기술정보통신·중소벤처기업부 장·차관, 공정거래위원회,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법제처장이 참석했다.
김 총리는 “지난 9월 15일 범정부 합동으로 노동 안전 종합 대책을 발표했고, 대통령께서 새로운 시대에 맞는 노동 환경을 정착시키는 것이 우리 사회 발전에 맞다고 이야기하셨고, 노동부 장관을 중심으로 여러 대책을 종합적으로 추진해 오고 있다”고 했다.
이어서 “그런데 지난주 발표된 산업재해 사망 사고 통계를 보면, 재해 조사 대상 사고 사망자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엄중하게 상황을 인식해야 할 때다. 실효적인 산재 예방 방안을 조속하게 강구하기 위해 임시 회의를 열었다”고 했다.
지난달 25일 노동부에 따르면, 1~9월 산재 사망자는 2022년 510명, 2023년 459명, 지난해 443명으로 연속 감소해 왔으나, 올해에는 457명으로 늘었다. 이재명 정부가 ‘산업재해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산재 발생 기업에 대한 강력한 제재 정책을 폈지만 산재 사망자가 오히려 3.2% 늘어난 것이다. 산업계에서는 ‘군기 잡기식’ 처벌 위주 정책이 산재 사망 감소에 도움이 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왔다.
국무총리실에 따르면, 김 총리는 “(산재 사망자를 줄일 수 있는) 단기 집중 과제를 선정해 신속히 추진해야 한다”며 “특히 초단기적으로도 실질적인 성과를 낼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노동자의 권한과 책임 강화, 공공부문 소규모 사업장에 대한 점검 확대, 노후 석탄 발전소 폐지 관련 안전 대책 마련, 외국인 노동자 안전 교육 점검에 집중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노동부는 “소규모 고위험 현장의 관리·감독 사각지대를 해소하겠다”며 “관련 기관과의 협업을 통해, 소규모 현장까지 (산업 안전) 정책을 전달하는 통로를 확보하겠다”고 했다. 특히 사고가 다발하는 지붕 공사, 벌목 작업 현장을 점검하겠다고 했다. “산업 안전 관련 다큐멘터리 제작을 검토하겠다”는 대책도 내놨다.
국토부는 “중소 규모 건설 현장에 사고가 집중되고 있다”며 이런 현장에 지능형 CCTV 등 ‘스마트 안전 장비’를 무상 지원하겠다고 했다. 또 불법 하도급을 단속하고, 태양광 패널 설치 공사 등 사고 발생 가능성이 높은 정부 지원 사업에 대한 산재 예방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했다.
행안부는 지방자치단체와 지방 공공기관이 관할하는 사업장에 대한 안전 점검을 실시하고, 민간 기업이 산재 경감 활동을 자발적으로 수행하면 공공 사업 입찰에서 가점을 더 많이 주겠다고 했다. 반대로 기재부는 중대재해를 일으킨 기업에 대한 공공 입찰 제한을 강화하겠다고 했다. 기후부는 지난달 울산 화력발전소 해체 현장 붕괴 사고로 7명이 사망한 것을 감안해, 발전 공기업들에 석탄발전소 해체 현장에 대한 안전 관리 방안을 마련시키겠다고 했다. 법무부는 중대재해 등과 관련한 형사 사건에서 기초 안전수칙 위반을 양형(量刑)에 반영하겠다고 했다.
김 총리는 이날 회의에 이어 서울 노원구에 있는 도시형 생활 주택 신축 공사 현장을 찾아 ‘불시 안전 점검’을 했다. 김 총리는 노동자 이동 통로 자재 방치, 계단 안전 난간 미설치, 개구부 추락 방지 조치 미흡, 노동자의 안전모 부적절 착용 등을 확인했고, 현장 소장에게 개선을 주문했다고 총리실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