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운행하는 한강버스가 지난 15일 밤 잠실 선착장 인근 강바닥에 걸려 멈추는 사고가 발생하자, 김민석 국무총리가 16일 “한강버스 운항 안전성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며 서울시에 안전 점검을 하라는 ‘특별 지시’를 내렸다.
오세훈 서울시장의 역점 사업인 한강버스는 그동안 민주당이 “전시 행정”이라며 줄기차게 중단을 요구해 왔다. 부상자도 나오지 않은 사고에 대해 총리가 즉각 나서는 것도 그 때문이란 말이 나왔다.
김 총리는 서울시의 종묘(宗廟) 인근 세운4구역 고밀도 개발 사업에 대해서도 최근 종묘를 방문해 ‘제동을 걸겠다’는 정부 입장을 확인했다. 앞서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국가유산청장이 “종묘 경관을 해친다”며 이 사업을 반대했다.
총리가 시민 안전을 강조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다만 김 총리가 여러 현안 가운데 유독 오 시장 관련 이슈만 불거지면 ‘참전’하는 것을 두고 정치권에서는 “내년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오 시장에 대한 견제가 갈수록 심해지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오 시장은 국민의힘 소속 현역 광역단체장 중에서 민주당을 상대로 비교적 강한 경쟁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된다. 김 총리 본인은 거리를 두고 있지만, 여권에서는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 중 한 명으로 거론된다.
지난 15일 오후 8시 24분쯤 한강버스가 잠실 선착장 인근 수심이 얕은 곳을 지나다 강바닥에 걸려 멈췄다. 배에는 승객 82명이 타고 있었고, 경찰과 소방 당국에 의해 모두 구조됐다. 서울시는 “한강버스 운전자가 경로를 이탈한 것이 주원인으로 추정된다”고 했다. 한강버스 운행 구간 중 수심이 얕은 곳에는 선박이 진입하지 못하도록 부표가 설치돼 있는데, 사고 선박이 이를 넘어 들어갔다는 것이다.
그러자 김 총리는 16일 오전 국무총리실을 통해 보도자료를 배포해 “선착장 위치 선정 및 운항 노선 결정 시 한강 지형에 대한 검토가 제대로 이뤄졌는지를 포함해, 한강버스 운항 안전성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서울시에 “사고 원인을 철저히 조사하고, 한강버스 선박, 선착장, 운항 노선의 안전성을 전반적으로 재점검하라”고 특별 지시를 내렸다.
민주당도 이날 기자회견을 하고 “(사고는) 서울시가 시민의 안전 위에 보여 주기 행정을 쌓아 올릴 때 어떤 위험이 발생하는지를 명확히 보여 준다”며 운행 중단을 요구했다. 민주당 김현정 원내대변인은 “서울의 미래를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온전히 서울시민을 위해 헌신할 새로운 서울시장’”이라고 했다.
민주당은 그동안 한강버스 사업을 “혈세 낭비”라고 주장해왔다. 한강버스 사업자 선정 등에 대한 특혜 의혹을 제기하면서 감사원에 서울시 감사를 요구했는데, 감사원은 지난 7월 ‘사업자 선정 과정에 문제가 없었다’는 취지의 결론을 냈다.
세운4구역 고밀도 개발을 둘러싼 김 총리와 오 시장의 충돌도 계속되고 있다. 서울시는 종묘에서 170m가량 떨어진 세운4구역의 고도 제한을 최대 141.9m로 완화하기로 했다. 이에 대해 김 총리는 당시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서울시의 발상은 (종묘의) 가치를 훼손할 수 있는 근시안적인 단견”이라고 했다.
오 시장은 김 총리에게 “정부와 서울시 입장 중 무엇이 단견인지 공개 토론해 보자”고 맞받았다. 16일에도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큰 틀에서 나라와 도시의 발전을 이해하고 갈등을 조정해야 할 총리께서 특정 기관(문체부·국가유산청)의 일방적인 입장에만 목소리를 보태고 있어 우려된다”고 했다.
오 시장은 한강버스 사고에 대해서도 글을 올려 “승객 여러분께 불안과 불편을 끼쳐 송구하다”며 “관리·감독 기관으로서 원인을 철저히 파악해 부족한 부분은 신속하게 보완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안전 문제를 정치 공세의 도구로 삼는 행태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 간담회를 하고 “김 총리가 사전 선거운동에 가까운 행태를 보이고 있다”며 “총리 신분을 이용해 선거 개입 행위를 할 게 아니라, 좀 더 객관적인 자세로 총리 업무에 집중해 달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