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2일 서울 남산에서 외국인 관광객들이 도시 풍경을 보고 있다. /뉴스1

외국인이 한국 내 주택을 취득하는 과정에서 불법행위를 했는지를 정부가 조사한 결과, 최근 1년 새 있었던 거래 210건에서 불법행위가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46.5%는 중국인, 29.0%는 미국인에 의한 불법행위였다.

17일 정부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2022년부터 매년 외국인의 투기성 부동산 거래에 대한 기획 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국토부가 지난해 6월부터 올해 5월까지 있었던 외국인의 주택 매수 가운데 의심스러운 거래 438건을 조사해 보니, 210건(48.0%)에서 290건의 위법 의심 행위가 적발됐다.

그래픽=조선디자인랩 권혜인

절반이 넘는 162건(55.9%)은 주택 거래 금액과 계약일을 거짓으로 신고한 것으로 의심되는 경우였다. 나머지 대다수는 주택을 사기 위한 자금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벌어진 행위였다. 부모가 자녀에게, 법인이 법인 대표에게 차용증도 이자도 받지 않으면서 돈을 ‘빌려주는’ 형식으로 주택 매수 자금을 대준 경우가 57건(19.6%)이었다. 1만달러가 넘는 현금을 신고하지 않은 채 갖고 들어와서, 또는 ‘환치기’ 수법을 통해서 국내로 들여온 자금으로 주택을 산 것으로 의심되는 경우가 39건(13.4%) 있었다. 외국인인 개인 사업자가 금융기관에서 ‘기업 운전 자금’ 용도로 대출을 받은 뒤 주택을 산 것으로 의심되는 경우도 13건(4.5%) 있었다. 14건은 외국인이 주택을 실소유하면서 등기에는 내국인을 내세우는 ‘명의 신탁’을 한 것으로 의심되는 경우는 14건(4.8%), 중국이나 중앙아시아 6국 출신 동포에게 발급되는 비자이지만 임대업을 할 수 없는 ‘H-2’(방문취업) 비자로 국내에 머물면서 주택을 사들여 임대업을 한 것으로 의심되는 경우가 5건(1.7%) 있었다.

외국인이 매수인이었던 위법 의심 거래 269건 가운데 125건(46.5%)은 불법행위 혐의자가 중국인이었다. 78건(29.0%)은 미국인, 21건(7.8%)은 호주인, 14건(5.2%)은 캐나다인이었다.

국토부는 다만 외국인 국적별 거래량 대비 위법 의심 거래 비율은 중국인 1.4%, 미국인 3.7%로, 미국인의 불법행위 혐의 비율이 더 높았다고 했다.

적발된 외국인들에 대해, 국세청은 소득 누락과 편법 증여 여부와 관련해 자금 출처 조사를 실시하고 소득세·증여세 등 관련 세금을 추징하기로 했다. 관세청은 주택 매수 자금을 밀반입한 사실이 확인되면 외국환거래법에 따라 처벌하기로 했다. 경찰청은 명의 신탁이 확인되면 부동산실명법에 따라 처벌하기로 했다. 법무부는 비자가 허용하는 범위를 벗어나서 임대업 등의 영리 활동을 한 사실이 확인되면 출입국관리법에 따라 처벌하기로 했다.

정부는 이날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김용수 국무조정실 국무2차장 주재로 ‘제2차 부동산 불법행위 대응 협의회’도 열었다. ‘집값 띄우기’, 거래 허위 신고, 부정 청약 등의 ‘부동산 불법행위’가 집값을 끌어올린다고 보고, 이를 단속하기 위해 지난 3일 열기 시작한 범정부 협의체다.

협의체에서 정부는 “외국인의 위법 행위에 대한 법적 제재 조치 상향을 관계 부처 간 논의하고, (외국인이 한국 내 부동산 매수 시 제출해야 하는) 자금 조달 계획서에 ‘해외 자금 조달 내역’을 포함시키는 한편, 탈세 혐의에 대해 (외국인의) 본국에 적극 통보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정부는 “시장을 교란하는 부동산 불법행위에 엄정 대응하기 위해 출범한 협의회는 앞으로도 매 격주 개최를 통해 범부처 역량을 결집해 불법행위에 적극 대처해 나갈 계획”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