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를 이유로 1급 이상 고위 공직자의 재산 공개를 중단했던 정부가 관련 시스템을 복구한 뒤에도 재산 공개 시점을 내년 1월 말 이후로 미룬 것으로 알려졌다.
3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정부는 9월 26일 국정자원 화재로 마비된 행정 정보 시스템 709개 가운데 이날까지 658개(92.8%)를 복구했다. 이 중에서 인사혁신처의 공직윤리시스템은 지난달 31일부터 정상 가동되고 있다. 새로 임용되거나 승진해 신분이 바뀐 고위 공직자가 자신과 직계 가족이 가진 토지, 건물, 자동차, 예금, 주식, 채무, 보석, 예술품, 가상 자산 등 재산을 신고하는 시스템이다.
공직자윤리법에 따르면, 고위 공직자는 임명된 지 두 달이 되는 달의 말일까지 재산을 신고해야 하고, 인사처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는 공직윤리시스템으로 신고받은 고위 공직자들의 재산을 그다음 달 말에 공개해 왔다. 이 원칙에 따라, 이재명 정부가 출범한 6월에 이 대통령이 임명한 대통령실 참모들과 정부 장차관·1급들은 8월 말까지 재산을 신고해야 했고, 9월 말에 신고 내용이 공개됐다. 7월에 이 대통령이 임명한 고위 공직자들도 9월 말까지 재산을 신고해 지난달 말 그 내용이 공개될 예정이었다.
그런데 이들이 재산 신고 마감을 나흘 앞두고 있었던 9월 26일에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가 일어나자,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는 이 중에서 재산 신고를 한 사람이 있는지는 따지지 않고, 7월 이후에 임명된 고위 공직자들에 대해 한꺼번에 ‘신고 유예’ 처리를 했다. 그러다 공직윤리시스템이 복구되자, 재산 신고를 나흘 더 받고 재산을 공개하는 것이 아니라, 연말까지 재산 신고를 받고 재산을 내년 1월 말에 공개하기로 했다.
이는 ‘신고 유예’가 해제되면 그날부터 다시 재산 신고 기간이 2개월 이상 주어진다는 공직자윤리법 조항에 따른 것이다. 이에 따라 이 대통령이 8~10월에 임명한 고위 공직자들의 재산 공개도 내년 1월로 미뤄졌다.
9월 말에 재산이 공개됐던 이재명 정부 고위자들은 10·15 부동산 대책을 주도해 놓고 자신은 서울 강남 등에 수십억 원대 아파트를 보유한 사실이 공개돼 곤욕을 치렀다. 이상경 국토교통부 1차관은 지난해 7월 10·15 대책의 규제 대상지인 경기 성남시 백현동 아파트를 33억5000만원에 갭 투자로 사 6억원 넘는 평가 이익을 본 것으로 드러났고, 이로 인해 지난달 24일 사실상 경질됐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서울 서초동 아파트를 실거주 없이 ‘재건축 입주권’ 구매로 갖게 된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의 조치로 윤기천 대통령실 총무비서관, 김남국 디지털소통비서관, 조원철 법제처장, 김의겸 새만금개발청장 등 7월 이후 임명된 공직자들의 재산 공개는 3개월 이상 미뤄지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