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사고를 낸 운전자가 ‘비접촉 사고’라며 피해자에 대한 구호 조치 없이 가버렸다면 이 운전자의 면허를 취소해도 된다는 행정심판 결과가 나왔다.
국민권익위원회 중앙행정심판위원회는 A씨가 자신의 운전면허를 취소한 시·도경찰청의 처분을 취소해 달라며 낸 청구를 기각했다고 30일 밝혔다.
중앙행심위에 따르면, A씨는 1차로에서 자동차를 운전하다가 2차로에서 피해자가 운전하던 이륜자동차와의 안전거리가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방향지시등을 켜지 않은 채 2차로로 진로를 변경했다. 피해자는 A씨 차를 피하기 위해 급제동하면서 이륜자동차와 함께 넘어졌다. 피해자는 3주 치료가 필요한 부상을 입고 200만원이 넘는 물적 피해를 봤다.
관할 경찰청은 A씨가 피해자 구호 조치와 신고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A씨의 제1종 보통 운전면허를 취소했다. A씨는 “차량 간 접촉이 없어 사고 발생 사실을 알지 못했다”며 운전면허 취소 처분을 취소해 달라는 행정심판을 청구했다.
중앙행심위는 “A씨가 사고 현장 30m 앞에 정차한 뒤 피해자의 이륜자동차를 일으켜 세우고 약 2분간 사고 현장에 머물다가 간 것으로 확인됐다”며 “A씨가 자기로 인해 사고가 발생한 사실을 충분히 알았거나 알 수 있었다”고 봤다.
권익위 이혜정 운전면허심판과장은 “도로교통법은 운전자가 사람을 다치거나 죽게 한 교통사고를 일으킨 경우에는 즉시 정차해 사상자를 구호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하고, 피해자에게 인적 사항을 제공하며, 사고가 일어난 곳과 사상자 수 및 부상 정도, 조치 사항 등을 경찰에 지체 없이 신고해야 한다고 규정한다”며 “이와 같은 조치 또는 신고를 하지 않은 경우 해당 운전자의 모든 운전면허를 취소할 수 있으며, 해당 운전자는 4년 동안 운전면허를 받을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 과장은 “운전을 하다가 교통사고를 일으킨 경우에는 반드시 멈추고 구호하고 신고한다는 기본 원칙을 지켜야 운전자의 법적 불이익과 피해자의 고통을 줄일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