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합동 감사팀은 23일 윤석열 정부의 대통령실 용산 이전이 2022년 핼러윈 참사 발생에 영향을 미쳤다는 결론이 담긴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반면 감사원은 같은 날 오후 대통령실 이전이 참사에 영향을 줬다는 판단 없이 “국가의 재난 관리 체계가 매뉴얼에만 의존해 신종 재난에 취약하고, 재난 대응 최일선에 있는 기초자치단체의 역량이 중앙정부나 광역자치단체 등 상급 기관보다 떨어지기 때문”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국무조정실·경찰청·행정안전부로 이뤄진 ‘이태원 참사 합동 감사 태스크포스(TF)’는 이날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감사 결과를 공개하면서 “대통령실 용산 이전이 인근 집회 관리를 위한 경비 수요 증가를 가져왔고, 이로 인해 이태원 일대에는 참사 당일 경비 인력이 전혀 배치되지 않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밝혔다. 또 “예견된 대규모 인파 운집에 대한 경찰의 대비가 명백하게 부족했고, 그 과정에 대통령실의 용산 이전이 영향을 미쳤다”고도 했다.
TF의 합동 감사는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7월 16일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을 만난 후 수사를 지시한 것을 계기로 이뤄졌다. 2022년 10월 참사 발생 3년 만이다. TF의 감사에서 참사 발생 및 대응 과정과 관련해 새롭게 밝혀진 것은 사실상 없다. 그런 상황에서 참사 원인으로 ‘대통령실 이전’을 지목했다. 야권에서는 “핼러윈 참사를 윤석열 정권 책임으로 몰겠다는 것”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TF는 대통령실이 청와대에서 용산 옛 국방부 청사로 옮겨진 직후인 2022년 5월부터 10월 사이 용산경찰서 관내에서 열린 집회·시위가 921건으로, 전년 같은 기간 34건의 27배로 늘었다고 지적했다. TF는 “그런데도 용산경찰서는 2020~2021년에 수립했던 ‘이태원 인파 관리 경비 계획’을 2022년에는 수립하지 않았고, 서울경찰청과 용산서 지휘부는 대통령실 인근 경비에 우선순위를 두고 경비 인력을 운용했다”고 했다.
참사 발생 나흘 뒤인 2022년 11월 2일부터 경찰 501명 규모의 특별수사본부가 수사를 진행했고, 그해 말부터 참사에 책임이 있는 공직자들이 차례로 기소돼 재판이 진행 중이다. 지난해 1심에서 용산서장 등은 유죄, 서울경찰청장과 용산구청장 등은 무죄판결을 받는 등 형사책임에 대한 법원 판단이 나오고 있다. 1심 판결은 대통령실 이전을 참사 주원인으로 규정하지 않았다.
TF와 별개로 지난해부터 핼러윈 참사를 감사해 온 감사원은 이날 공개한 감사 보고서에서 주최가 없는 행사는 관리 매뉴얼이 없다는 이유로 기관들이 움직이지 않았던 ‘구조적 취약성’이 문제였다고 했다. 참사 2주 전 같은 장소에서 열린 ‘지구촌 축제’는 주최자가 있어 용산구청이 계획을 심의하고 인파 밀집 관련 예방 조치가 이뤄졌다고 했다.
감사원은 정부가 2014년 세월호 참사 등의 초대형 재난을 겪으면서 “재난에는 신속한 초동 대응이 필수적”이라며 기초자치단체의 권한과 책임을 강화했지만 인력 등이 뒷받침되지 않았다고 했다. 감사원은 기초자치단체 228곳 가운데 98곳(43%)이 인력 부족으로 24시간 상황실이 없고, 상황실이 있는 곳도 전 직원이 돌아가며 당직을 서는 방식이다 보니 실제 재난이 발생했을 때 전문성 있게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새로운 유형의 재난에 대처한다며 매뉴얼을 추가하면서 2023년에 매뉴얼이 8837개에 달했고, 담당자가 한 번씩 읽어볼 수도 없는 수준에 이르렀다고 지적했다.
2024년 여야 합의로 이태원특별법이 제정돼 특별조사위원회가 참사 진상을 규명하고 있지만, 더불어민주당은 이태원특별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는 지난 15일 유가족을 만나 “진상 규명, 책임자 처벌, 피해자 치유 등 해결하지 못한 과제가 많이 남아 있다”며 “2차 가해 방지 방안을 담은 이태원특별법을 검토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