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7월 16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기억과 위로, 치유의 대화’라는 이름으로 열린 사회적 참사 유가족들과의 간담회에서 이태원 참사 유가족과 인사하고 있다. /대통령실

이재명 정부가 ‘윤석열 정부가 대통령실을 용산으로 이전한 것이 이태원 참사의 발생에 영향을 미쳤다’는 취지의 감사 결과를 23일 발표했다. 정부는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7월 16일 세월호·이태원·무안 여객기·오송 지하 차도 참사 유가족들을 만난 뒤 이태원 참사에 대한 강제 수사를 지시한 것을 계기로 ‘합동 감사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감사도 진행해 왔다.

국무조정실 공직복무관리관실과 경찰청 감사관실, 행정안전부 감사관실이 참여한 TF는 이날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감사 결과를 브리핑하며 “대통령실 용산 이전이 인근 집회 관리를 위한 경비 수요 증가를 가져왔고, 이로 인해 이태원 일대에는 참사 당일 경비 인력이 전혀 배치되지 않는 결과를 초래했음이 밝혀졌다”고 했다.

TF는 “용산경찰서는 2020~2021년에 수립했던 핼러윈 대비 ‘이태원 인파 관리 경비 계획’을 2022년에는 수립하지 않았고, 서울경찰청과 용산경찰서 지휘부는 대통령실 인근 경비에 우선순위를 두고 경비 인력을 운용했다”고 지적했다. TF는 대통령실 용산 이전 뒤인 2022년 5월부터 10월 사이 용산경찰서 관내 집회·시위가 921건에 달해, 전년 같은 기간 34건의 26.1배로 늘어나 있었다고 짚었다.

TF는 특히 참사 이틀 전인 2022년 10월 27일 김광호 당시 서울경찰청장이 핼러윈 대비 경비 계획을 보고받으며 혼잡 경비를 할 인력이 없다는 점을 문제 삼지 않았고, 참사 닷새 전인 10월 25일 이임재 당시 용산경찰서장도 핼러윈 대책 보고를 받으며 ‘경비는 왜 없지?’라고 물어본 것 외에는 계획 보완을 지시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TF는 또 “압사 위험을 알리는 다수의 112 신고가 접수되는 등 사전에 참사 발생 징후가 있었으나, 경찰이 이를 간과하거나 부적절하게 처리했다”고 했다. “이태원파출소는 참사 발생 전 압사 위험 신고 11건에 대해 현장 출동 명령을 받았으나, 단 1회만 현장 출동했고, 시스템에는 출동 후 조치한 것처럼 허위로 입력했다”고도 했다.

이어 “용산경찰서장, 서울경찰청장 등 주요 책임자들의 상황 인지 지연 및 신속한 현장 지휘 실패 등으로 참사 적시 대응에 차질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TF는 2022년 10월 29일 오후 10시 15분쯤 사고가 일어났으나, “용산경찰서장은 이날 오후 9시 5분쯤 대통령실 인근 집회·시위가 종료된 뒤 교통 정체로 오후 11시 5분쯤에야 이태원파출소에 도착했고, 도착 후에도 참사 현장을 확인하지 않고 파출소에 머물면서 현장 지휘 공백을 야기했다”고 비판했다. 서울경찰청장에 대해서는 “오후 11시 36분쯤 참사를 인지해 다음 날 0시 25분쯤 이태원파출소에 도착했고, 오전 1시 19분까지 윤희근 당시 경찰청장에게 상황을 보고하지 않았다”고 했다.

TF는 용산구에 대해서도 이태원 일대 음식점에 대한 점검을 형식적으로 해서 참사 발생에 일조했을 수 있다고 비판했다. TF는 “이태원 내 ‘춤 허용 일반음식점’에 대한 용산구청의 감독 실태를 확인한 결과, 참사 당시부터 현재까지도 소음·진동 규제 관련 지도·점검 업무가 형식적으로 실시되고 있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사고 당시 인근 ‘춤 허용 일반음식점’의 소음으로 인해 행인 간 의사소통이 어려웠고, 이로 인해 참사로 발전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TF는 “용산구의 재난 발생 초동 보고 체계가 작동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TF는 “용산구 상황실 근무자 5명 중 2명은 참사가 발생한 시점에 구청장이 지시한 것으로 보이는 인근 담벼락 전단지 제거 작업을 하고 있었고, 상황실 내근자는 서울종합방재센터로부터 압사 사고 관련 전화를 수신하고도 방치했다”고 했다. 또 “박희영 용산구청장 등 재난 관리 책임자의 리더십 부재로 사고 수습을 위한 초기 대응 체계 신속 구축에 실패했다”고 했다.

TF는 이렇게 경찰과 용산구의 공직자들에게 책임을 물으면서, 이들에 대한 징계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며 경찰과 서울시를 겨냥했다. 경찰에 대해서는 “경찰청 특별감찰팀이 2022년 11월부터 2023년 1월까지 특별감찰을 실시하고 용산경찰서장 등 8명을 수사 의뢰했으나, 공식적인 감찰 활동 보고서를 남기지 않고 활동을 종료했고, 특별감찰팀과 후속 조치를 해야 할 감찰담당관실 간 인수인계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참사에 책임 있는 공직자가 징계 없이 정년퇴직하는 결과가 초래됐다”고 했다. 서울시에 대해서도 “용산구가 2023년 5월 9일 징계 요구한 용산구 재난 대응 책임자에 대해 공식 절차 없이 내부 보고만으로 징계 보류를 결정했고, 결국 해당 책임자가 징계 없이 정년퇴직하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했다. 용산구에는 “경찰 수사 결과 직무상 비위가 확인된 7인에 대해 행정 처분(징계)을 요청받았음에도 감사일 현재까지도 행정 처분을 하지 않고 있었다”고 했다.

TF는 “이번 감사를 통해 참사 대응에 책임이 있거나, 이후 책임자 징계 등 후속 조치 과정에서 비위가 확인된 서울경찰청, 용산경찰서, 용산구청, 서울시청 관련자 62명에 대해 책임에 상응하는 조치를 요구할 계획”이라고 했다. 징계 대상자는 경찰 소속이 51명, 서울시·용산구 소속이 11명이다.

이날 TF가 감사 결과를 발표한 것과 별개로, 여야 합의로 제정된 이태원특별법에 따라 구성된 이태원참사 특별조사위원회가 지난해 9월부터 진상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 7월부터는 검찰과 경찰의 ‘이태원 참사 진상 규명을 위한 합동수사팀’이 수사를 하고 있다. 그러나 이임재 당시 용산경찰서장 등 참사에 책임이 있는 공직자들은 이미 2022년 말부터 차례로 기소돼 재판이 진행되고 있으며 지난해 1심 판결이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