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권 도시 재생 사업에서 사업 위법 추진, 중복 추진, 부당 지원 등으로 예산 낭비가 벌어지고 있다는 감사원 감사 결과가 나왔다.
감사원이 15일 공개한 ‘도시 재생 사업 추진 실태(광주광역시 및 전남·북 지역) 감사 보고서에 따르면, 호남은 도시 재생 사업이 인구 대비 가장 활발히 추진되는 지역이다. 지난해 말까지 추진된 사업 544건 가운데 120건(22.1%)이 이 지역 사업이었다. 감사원이 이 가운데 오랫동안 지연됐거나 민원이 다수 발생한 사업, 계획이 2차례 이상 변경된 사업 23건을 조사한 결과, 15건의 위법·부당 사항이 확인됐다.
◇익산시, 사업 중복 추진하다가 문화재 훼손… 새로 포장한 도로 다시 뜯을 판
전북 익산시는 2019년 남부시장 일대에 대해 국토교통부로부터 889억원짜리 ‘도시 재생 뉴딜 사업’과 국가유산청으로부터 400억원짜리 ‘근대역사문화공간 재생 활성화 사업’을 따냈다. 뉴딜 사업은 익산시 도시개발과, 근대 역사 공간 재생 사업은 익산시 문화유산과가 맡았다.
그런데 두 과가 서로 제대로 협의하지 않고 제각기 사업을 진행하면서 문제가 생겼다. 도시재생과는 시장에 있던 근대 건축물을 철거하고 ‘상생 협력 상가’를 신축해 버렸다. 유산청 입장에서는 문화재가 훼손된 것이었다. 유산청은 철거된 건축물이 있던 구역을 문화재 등록 구역에서 제외해 버렸다. 감사원은 “익산시의 현대식 건축물 신축으로 근대 역사 문화 공간 경관을 제외하고 등록문화재 전체의 보존 관리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줬다”고 비판했다.
도시개발과는 이 구역에 대한 도로 정비 사업도 시행했는데, 문화유산과는 같은 구역에 대해 전선 지중화 사업, 즉 전봇대를 없애고 전선을 땅에 묻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었다. 그 결과 막 도로 정비 사업을 끝낸 도로를 다시 파헤쳐 전선을 묻어야 하는 상황이 됐다. 또 일부 도로가 역사문화공간에 어울리지 않게 새로 포장돼 유산청으로부터 원상 복구 요구를 받았고, 도로 포장을 뜯어내고 다시 시공해야 하는 상황도 벌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원은 “익산시는 사전에 두 사업이 중복·상충되지 않고 서로 연계될 수 있도록 긴밀하게 협의하지 않은 채 각자 사업 계획을 수립·추진함으로써 국가등록문화재로 등록됐던 근대역사문화공간 일부가 훼손됐고, 보완공사, 철거 후 재시공 등으로 불필요한 사업비가 추가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지적했다.
◇고창군, 연 수입 넘어서는 사업 추진하면서 타당성 조사도 의회 승인도 안 받아
전북 고창군은 2022년부터 여객버스터미널 부지를 사들여 터미널과 특산물 연구개발 시설, 상업 시설, 임대주택을 신축하는 사업을 추진했다. 사업비로는 총 1777억원이 들 것으로 추산됐는데, 이 가운데 중앙정부와 전북도가 지원하는 돈을 빼면 1285억원이 고창군이 부담해야 할 돈이었다. 그런데 이는 고창군의 연간 자체 수입 751억원의 약 1.7배에 달했다. 감사원은 “고창군 사업 계획에 따르면 대부분의 사업비를 분양 수입 또는 임대 수익으로 조달하는 구조로서, 만일 분양이나 임대가 제대로 되지 않으면 고창군의 중장기 재정에 상당한 부담을 초래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그런데 감사원이 확인해 보니, 고창군은 이 사업을 추진하면서 사업 타당성이 있는지를 조사해 보지 않았고, 전북도의 투자 심사를 받지도 않았다. 군의회의 동의도 받지 않았다. 또 이 사업의 일부분인 721억원짜리 임대주택 건설 사업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로부터 ‘사업성이 부족하니 200억원은 고창군이 지원해 달라’는 요구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나주시, 공실 넘쳐나는데 임대주택 신축 추진… 공원 조성으로 급선회
전남 나주시는 2019년 영산포 일대에 대해 국토부로부터 ‘근대 유산과 더불어 상생하는 영산포 사업’이라는 217억원짜리 도시 재생 사업을 따냈다. 이 사업에서 나주시는 단독주택 13동을 지어 임대주택으로 내놓기로 했다.
그런데 나주시 건축허가과는 2016년부터 이 사업 부지에서 700m 떨어진 곳에 임대주택 250호를 짓는 사업을 진행하다가, 임대주택 공급 과잉이 우려된다며 사업을 150호 신축으로 축소한 상황이었다. 나주시 내 임대주택 가운데 700호가 이미 공실인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도시 재생 사업을 맡은 나주시 도시과는 건축허가과와 협의하지도, 자체적으로 임대 주택 수요 조사를 하지도 않은 채 단독주택 13동을 짓는 사업을 추진했다. 이를 위해 8억2000만원을 들여 부지를 사들이고, 1억8200만원을 들여 부지를 공터로 만들었다. 그러다 2023년이 돼서야 주변 임대주택에 공실이 많다는 이유로 단독주택 건립 사업을 백지화하고, 사들인 부지에 공원을 조성하는 것으로 계획을 바꿨다. 감사원은 “당초 의도하지 않았던 공원을 조성하는 데 예산을 사용하는 등으로 10억200만원의 예산이 효율적으로 사용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