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석 국무총리가 1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치안·안전 관계 장관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스1

김민석 국무총리가 15일 반복해 열리는 반중(反中) 집회에 대해 “자해적 행위”라며 관계 부처에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대응하라”고 지시했다.

김 총리는 이날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치안·안전 관계 장관 회의를 열고 이같이 지시했다. 이날 회의는 이달 31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경북 경주에서 열리는 APEC(아시아태평양경제공동체) 정상회의를 앞두고 외국인 안전을 확보하는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열린 것이다. 조현 외교부 장관,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 원민경 성평등가족부 장관, 윤창렬 국무조정실장, 김영수 국무1차장, 이진수 법무부 차관, 김대현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 유재성 경찰청장 직무대행 등이 참석했다.

김 총리는 “정부는 이번 행사를 단순한 외교적 이벤트가 아니라 대한민국의 국격 회복을 보여줄 기회로 생각하고 있는데, 이런 중요한 시기에 일부에서 외국인들에 대한 혐오 시위를 지속하고 있다”며 “이는 외국인들에게 불안을 줄 뿐만 아니라, 국내 중소상공인들의 영업에 큰 지장을 주는 자해적 행위”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의사 표현의 자유는 민주 사회의 중요한 가치이나, 그것은 타인의 권리와 안전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에서 성숙하게 행사돼야 한다”고 했다.

김 총리는 또 “시위뿐 아니라 일상생활이나 산업 현장에서 발생하는 외국인들에 대한 차별적인 행위나 모욕적인 표현도 대한민국의 국격과 위상을 떨어뜨리는 행위”라며 “반드시 근절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각 부처는 외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혐오와 차별을 조장하고 중소상공인들의 영업에 피해를 초래하는 일체의 행위에 대해,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대응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어 “국민 여러분도 이번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대한민국의 국격과 우리의 성숙한 시민의식을 전 세계에 보여줄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협조해 달라”고 했다.

국무총리실에 따르면, 이날 회의에서 각 부처는 김 총리에게 외국인 관광객을 위해 안전한 체류 환경을 조성하는 방안을 보고했다. 외교부는 외국인 차별·혐오 행위가 발생하지 않도록 관계 부처와 긴밀히 협력하겠다고 했고, 문체부는 관광불편신고센터(국번 없이 1330번) 등을 통한 안내와 정보 제공을 강화하겠다고 했다.

경찰청은 APEC 행사장 주변에 경찰력을 집중 배치하고, 외국인을 폄하하는 일체의 집회에 대해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대응하는 한편, 중소상공인들에 대한 업무 방해 행위에 대한 단속도 강화하겠다고 했다. 법무부는 외국인 혐오 시위 제한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개정안에 대한 국회의 입법 논의를 지원하겠다고 했다.

총리실은 “관계 부처는 외국인 관광객 안전 확보 등을 위해 공동 대응 체계를 더욱 강화하고, 현장 중심의 실질적인 안전 대책이 차질 없이 이행될 수 있도록 노력할 예정”이라고 했다.

정부는 반중 집회에 대해 엄정 대처하겠다는 입장을 반복해서 밝히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9일 국무회의에서 서울 명동 일대에서 열리는 반중 시위에 대해 “그게 무슨 표현의 자유냐. ‘깽판’이다”라며 대책을 주문했고, 그러자 경찰이 명동 중국 대사관 인근에서 반중 집회를 여는 것을 금지하는 ‘제한 통고’를 하기 시작했다. 이후 일부 반중 집회는 중국 국적 동포가 많이 거주하는 영등포구 대림동 등지로 옮겨 열리기 시작했다. 이에 대해 김 총리가 지난달 19일 경찰에 “필요시 집시법과 경찰관직무집행법 등에 따라 강력하게 조치하라”는 긴급 지시를 내렸다. 이달 2일에는 이 대통령이 다시 “관광객을 환영해도 부족할 판에 거기다 대고 혐오 발언하고 욕설하고 행패 부려서야 되겠느냐”며 “그런 행위를 결코 방치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