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시간당 100㎜ 넘게 쏟아지는 비를 ‘재난성 호우’로 보고 별도로 대응하기로 했다. 기후 변화로 ‘극한호우’를 뛰어넘는 비가 내리기 시작한 데 따른 조치다.
정부는 2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김민석 국무총리 주재로 제131차 중앙안전관리위원회 겸 중앙지방안전점검회의를 열어,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자연재난 대응 종합 대책’을 채택했다.
기상청은 2023년 6월부터 비가 시간당 50㎜ 이상 내리면서 3시간 동안 내린 비가 90㎜를 넘어선 경우, 또는 비가 시간당 72㎜ 이상 내리는 경우를 ‘극한호우’로 분류하고 있다.
정부는 이 가운데 비가 시간당 100㎜ 이상 내리는 경우 또는 이렇게 내릴 것으로 예상되는 경우를 극한호우와 별도로 ‘재난성 호우’로 분류하기로 했다. 재난성 호우가 발생하면 행정안전부와 경찰청, 소방청, 기상청 등 관계 부처는 국민에게 재난성 호우 상황을 알리는 긴급 재난 문자를 발송하고, 소방력을 선제적으로 배치하며, 인명 피해 우려 지역에 대한 통제·대피 조치를 의무적으로 시행할 계획이다.
정부는 또 읍면동별로 침수 예상 지역과 통제 필요 도로, 토석류 발생 가능 지역, 대피 장소 등을 표시한 ‘재난 상황 종합 지도’를 작성해 두고, 읍면동장에게는 주민 대피 명령을 발령할 권한을 주기로 했다. 또 소방과 경찰, 해양경찰은 각각 접수한 긴급 신고 내용을 지방자치단체와 실시간으로 공유하도록 하고, 기초자치단체 상황실은 감시 카메라를 통한 관제 시스템과 전담 인력 등을 완비하도록 하기로 했다.
지하차도의 설계 기준은 50년에 한 번꼴로 오는 비에 대비할 수 있도록 하던 것에서 100년에 한 번꼴로 오는 비에도 대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으로 상향하고, 도로 비탈면의 설계 기준도 20년 빈도 호우 대비에서 30년 빈도 호우 대비로 상향한다. 하천·하수도·댐·항만의 설계 기준도 강화한다.
가뭄과 폭설에 대비해서도 상수도 확충과 물 재이용 시설 설치, 해수 담수화 기술 고도화, 건축 구조 기준 가운데 설하중 기준 강화, 원예·축사 설계 기준 강화 등이 추진된다.
김 총리는 이날 회의를 주재하며 “올여름은 전 세계적인 기후 위기를 체감할 수 있었던 여름”이라며 “기후의 예측 불가능성이 갈수록 높아지는 만큼, 기후 변동을 상시적인 위험으로 인지하고 정부의 대비 태세를 새롭게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이어 “현장에서 실효성이 떨어지는 부분이 없는지, 정부의 자연재난 대비 체계 전반을 꼼꼼히 점검해 미비한 부분이 없도록 꾸준히 보완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