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권익위원회. /연합뉴스

국토교통부 산하 공공기관인 한국도로공사서비스의 사장이 사적인 목적으로 법인카드를 3000여만원 결제하는 등 공금 6000여 만원을 유용하고, 자격 미달인 사람을 채용하도록 지시한 혐의로 경찰에 넘겨졌다.

국민권익위원회는 30일 도로공사서비스 사장 A씨의 혐의를 적발해 사건을 경찰청과 감독 기관인 국토부에 이첩했다고 밝혔다.

권익위는 A 사장이 지난해 3급 간부인 홍보팀장 자리를 경력직으로 채용하는 과정에서 공고한 자격·경력 요건에 미달하는 지원자를 채용하도록 지시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당시 채용 공고에 따르면 도로공사서비스 측은 홍보팀장 자리에 공공기관에서 3급 이상으로 3년 이상 일한 경력을 요구했으나, 채용된 홍보팀장은 단순 지원 업무 경력만 있었는데도 서류 전형에서 만점을 받았다. 도로공사서비스 직원들은 권익위에 “이 지원자가 부적격자임을 알고 있었지만, A 사장이 직접 채용을 지시했다”고 진술했다.

권익위는 도로공사서비스가 최근 진행한 다수의 경력직 간부 채용에서도 자격 요건에 미달하는 사람들이 채용된 사실을 확인했다.

A사장은 이렇게 채용한 경력직 간부들의 연봉을 올려주기 위해, 올 들어 경력직 팀장의 연봉에 관한 규정을 이사회 의결도 거치지 않은 채 개정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새 규정을 지난해 채용한 홍보팀장을 비롯한 경력직 팀장 12명에게 소급 적용해, 연봉을 1인당 평균 약 1300만원씩 올려줬다.

A사장이 법인카드를 사적인 목적으로 부당하게 사용한 사실도 적발됐다. A사장은 자택 인근 고급 음식점에서 지인과 50여만원짜리 식사를 해놓고, 직원 20여명과 간담회를 한 것처럼 허위로 공문서를 작성하도록 했다. 이런 식으로 A사장이 자택 인근에서 법인카드를 사용한 경우가 52차례에 달했다. 여기에 들어간 식대만 2700여만원이었다.

A사장은 법인카드를 근무일이 아닌 주말에 사용하거나, 고향 인근 한우 식당에서 사용하기도 했다. 한우 식당에서 3차례에 걸쳐 총 82만원을 결제하고는 ‘현장 경영 활동’이었다고 기재하기도 했다. A 사장이 자택 근처 꽃집에서 화분 420여 만원어치를 법인 카드로 결제한 사실도 확인됐다. A 사장은 ‘사장실 부속실 환경 미화’를 사유로 기재했지만, 화분이 실제 배송된 내역이 확인되지 않았다. 권익위는 A 사장이 법인 카드 결제 후 이를 현금화했을 수 있다고 의심했다.

A 사장은 도로공사서비스 자금 2000여 만원으로 대리운전 업체와 계약하기도 했는데, 이후 A 사장은 이 업체를 이용해 주말에 대리운전 서비스를 받았다. 명목은 ‘수도권 근무 직원의 주말 근무 격려’였다. 그러나 권익위가 확인해 보니, 실제 차량은 수도권 서부 지역 골프장과 근처 식당, 함께 골프를 친 지인들의 자택 등으로 운행됐다.

A 사장은 직원에게 특정 와인 제품을 정기적으로 구매하도록 지시했고, 이를 고급 음식점에서 마셔 놓고는 마치 도로공사서비스를 방문하는 고객을 위해 다과를 구입한 것처럼 서류를 꾸미게 한 것으로도 조사됐다. A 사장이 도로공사서비스 자금으로 사들인 와인은 600여 만원어치에 달했다.

A 사장은 지방에 근무하는 직원들을 격려하겠다며 도로공사서비스 자금으로 멸치 선물 세트 85상자 400만원어치를 구매했으나, 해당 직원들은 이 선물 세트를 받은 사실이 없었다.

A 사장은 본인이 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는 향우회의 친목 행사 비용을 도로공사서비스 자금으로 지출하기도 했고, 이 행사 진행에 직원을 동원하기도 했다.

유철환 국민권익위원장은 “이번 사건은 공공기관을 사유화하고 그 예산과 인력을 부당하게 유용한 심각한 사례”라며 “유사 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철저한 조사와 엄정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