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설계나 공사가 이뤄지고 있는 신설 지방 공항 2곳의 수요 예측이 많게는 6배까지 부풀려진 것으로 감사원 감사에서 드러났다. 감사원은 지방 공항 건설이 계속될 경우 운영사인 한국공항공사에 수천억 원의 적자가 발생하고, 공항 시설 유지 보수 예산까지 부족해져 공항의 안전성이 위협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감사원이 23일 공개한 ‘지방 공항 건설 사업 추진 실태’ 감사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국내에는 15개 공항이 운영되고 있으나 이 가운데 인천·김포·김해·제주국제공항을 제외한 11개 공항은 적자가 계속되고 있다. 특히 2002년 개항한 양양공항과 2007년 개항한 무안공항은 이용객이 애초 예측했던 수의 12.5%, 8.6%에 불과해, 최근 10년간 각각 1447억원, 1679억원의 적자가 났다.
그런데 정부는 현재 울릉공항, 흑산공항, 새만금공항, 가덕도신공항, 제주 제2공항, 대구경북통합신공항, 백령공항, 서산공항 등 공항을 8곳 더 짓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공항 8곳 건설에 들어가는 사업비는 23조5692억원이다. 이 가운데 울릉공항은 시공, 흑산공항과 새만금공항은 설계가 이뤄지고 있다. 울릉공항에는 8067억원, 흑산공항에는 1833억원, 새만금공항에는 8077억원이 투입될 계획이었으나 울릉·흑산공항은 애초 계획보다 더 크게 짓기로 계획이 바뀌면서 예상 사업비가 더 커졌다.
작은 섬에 건설되는 공항이지만 1조원 이상이 투입되는 울릉·흑산공항 사업을 감사원이 점검해 보니, 국토교통부가 두 공항을 건설했을 경우 예상되는 수요를 크게 부풀린 것으로 드러났다.
국토부는 울릉·흑산 지역이 앞으로 매년 1.7~4.1%씩 성장하고, 여객 수요도 같은 비율로 성장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래서 울릉·흑산 지역으로 가는 항공·해운 등 모든 교통편의 총 여객 수요가 울릉도는 올해 91만5000명에서 2040년 111만3000명, 흑산도는 올해 100만5000명에서 2040년 119만7000명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봤다. 그러나 같은 시기 해양수산부는 2040년에 울릉도 여객 수요는 101만9000명, 흑산도는 76만명에 그칠 것이라고 전망했는데, 해수부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여객 수요가 과거 추세를 따라 늘어날 것이라고 보는 통상적인 예측 방식을 썼기 때문이었다. 감사원은 국토부의 여객 수요 예측이 해수부보다 울릉도는 9만4000명, 흑산도는 43만7000명 과다 산정됐다고 봤다.
국토부는 또 울릉·흑산공항이 건설되면 배를 타고 가던 사람들 대다수가 항공편을 이용하게 될 거라고 전망했다. 울릉도로 가는 사람의 81%, 흑산도로 가는 사람의 72%는 비행기를 타고 갈 것이라는 예측이었다.
이 비율은 ‘수도권에서 울릉도로 갈 때 배로는 6시간 30분이 걸리고 7만5000원이 드는 반면, 비행기로는 2시간 30분이 걸리고 10만원이 든다면, 둘 중 무엇을 타고 가겠느냐’ 등을 묻는 설문조사를 통해 구한 것이었다. 그런데 국토부는 가격과 비용에 관해 생길 수 있는 여러 가지 시나리오를 제시하고 설문조사를 해놓고는, 이 가운데 공항 건설에 가장 유리한 응답이 나온 시나리오만을 골라 81%, 72%라는 비율을 구한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이 한국교통연구원에 의뢰해 설문 조사를 다시 해보게 했더니, 공항이 생기더라도 항공편 이용자의 비율은 65~68%에 그칠 것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또 일본은 작은 섬 지역에 공항이 건설된 경우엔 항공편 이용자의 비율이 최대 56.5%에 불과했다.
국토부는 2050년에 울릉공항은 연간 107만8000명, 흑산공항은 연간 108만명이 이용할 것이라고 예측했지만, 감사원과 한국교통연구원이 다시 구한 연간 이용자 수는 울릉공항은 55만명, 흑산공항은 18만2000명이었다. 감사원은 울릉공항의 수요가 1.96배로, 흑산공항의 수요가 5.93배로 과다 예측됐다고 봤다.
감사원은 국토부에 “울릉·흑산공항 여객 수요를 적정하게 재산정하는 방안을 마련하라”고 통보했다. 또 “앞으로 지방 공항 건설 사업을 추진하면서 여객 수요를 과다하게 산정하는 일이 없도록 관련 업무를 철저히 하라”고 주의를 줬다. 국토부는 감사 결과를 받아들이면서 “울릉·흑산공항은 여객 수요 재산정 결과에 따라 합리적인 방식으로 사업을 재구조화해 나가겠다”는 의견을 제시했다고 감사원은 밝혔다. 감사원 관계자는 “울릉·흑산공항은 사업비 상당 부분이 이미 투입돼 있어, 사업을 백지화하라고 요구하지는 않았다”고 했다.
한편 지방 공항이 개항할 경우 그 운영은 공기업인 한국공항공사가 맡게 된다. 공항공사는 울릉·흑산·새만금공항에 시설을 갖추는 데 각각 962억원, 409억원, 2401억원을 투입할 계획이고, 이후에도 이 공항들을 운영해 생기는 손실을 부담해야 한다.
감사원이 확인해 보니, 울릉·흑산공항은 국토부가 낙관적으로 산정한 여객 수요대로 공항이 운영되더라도 앞으로 30년간 울릉공항에서는 3621억원 손실, 흑산공항에서는 993억원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됐다. 새만금공항도 30년간 3553억원 손실이 생길 것으로 예상됐다.
그런데도 국토부와 한국공항공사는 이런 손실로 인해 벌어질 공사의 재무 상태 악화에 대한 대책은 세우지 않은 채 공항 사업을 추진한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은 한국공항공사가 매년 2000억원 안팎의 영업 손실을 기록하고 있다며, 신설 공항으로 인한 손실까지 더해지면 한국공항공사의 재무성이 크게 악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감사원은 21년 전인 2004년에도 김제·울진·무안공항 신설 사업에 대해 감사를 벌여, 이 사업들의 비용 대비 편익 예상치가 부풀려졌다고 지적했다. 이후 김제공항은 무산됐으나 새만금공항으로 사실상 다시 추진되고 있다. 울진공항은 강행됐으나 취항하겠다는 항공사가 없어 비행훈련원으로 용도가 바뀌었다. 역시 강행된 무안공항은 지난해 이용자 41만명, 활주로 이용률 1.9%를 기록했다. 무안공항 건설 전 수요 예측치는 연간 992만명이었다. 감사원 관계자는 “지방 공항 건설은 요구는 지방자치단체가 하는데 사업은 중앙정부 돈으로 하고 운영은 한국공항공사가 하다 보니, 만성 적자가 나는 공항이 생겨도 지자체가 아무 책임을 지지 않는 구조”라며 “21년 동안 나아진 것이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