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전경. /뉴스1

산업단지 개발이 신속히 진행되도록 정부가 관련 절차를 간소화했으나, 일부 지방자치단체가 법령에 없는 절차를 임의로 추가해 산단 개발 계획을 심의하면서 기업들이 산단에 제때 입주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감사원 감사 결과 나타났다. 산단 환경 개선 펀드를 재원으로 진행되는 건설 사업에서는 93억원의 횡령이 적발됐다. 산단 입주 기업에 부동산 취득세를 깎아주는 제도를 악용해 산단에 ‘위장 입주’를 해 취득세 99억원을 탈루한 것으로 의심되는 기업 20곳도 적발됐다.

감사원이 16일 공개한 ‘산업단지 규제 개선 추진 실태’ 감사 보고서에 따르면, 정부는 산단 지정에 최대 48개월이 걸리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08년 산단절차간소화법을 시행했다. 이에 따라 2003~2008년에는 평균 2692일이 걸리던 산단 개발 기간이 2009~2013년에는 평균 2008일로 684일 짧아졌다.

그러나 감사원이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간 각 시·도의 지방산단계획심의위원회가 신규 산단 지정 신청을 어떻게 처리했는지를 확인해 보니, 경기도 등 7개 시·도는 ‘산단이 경관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봐야 한다’ ‘교통 흐름에 악영향을 주는지 따져봐야 한다’ 등의 이유를 들어, 법상 심의 대상이 아닌 부분까지 심의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면서 22개 산단의 개발 사업자에게 이런 문제에 대한 대책을 요구하는 조건으로 승인을 내주거나, 승인을 뒤늦게 내준 것으로 드러났다. 정부가 없애고자 한 규제를 지자체가 임의로 만들어 산단 개발을 지연시킨 것이다.

감사원은 산단 관련 업무를 맡은 국토교통부에 “앞으로 각 지자체가 심의 대상이 아닌 사항을 심의하거나 이미 심의를 마친 사항에 대해 관계 부서의 협의를 거치도록 하는 일이 없도록, 각 시·도에 가이드라인을 제공하라”고 통보했다.

한편 공공기관인 한국산업단지공단은 환경 개선 펀드를 재원으로 지식산업센터를 건축하기 위해 A사와 업무 협약을 체결하고 특수목적법인(SPC)을 설립했다. 그런데 SPC 이사로 지명된 A사 측 인사 B씨는 2022~2023년 분양 대금을 본인 또는 본인 소유 회사 계좌로 받는 방식으로 93억원을 횡령했다. B씨는 분양률을 실제보다 낮은 것으로 보고하고, 그 차액만큼의 분양 대금을 빼돌리고 있었다.

B씨의 횡령은 감사원 감사에서 적발됐다. 그동안 공단과 A사는 B씨의 범행을 알아채지 못하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은 공단에 “앞으로 사업이 정상적으로 수행되고 있는지를 수시로 점검하는 등 사업 시행 법인에 대한 감독 업무를 철저히 하라”며 주의를 줬다.

감사원은 또 일부 기업이 산단에 입주하면 대도시 부동산을 취득할 때 취득세 중과세를 면제해주는 제도를 악용해 취득세를 탈루한 것으로 의심된다고 지적했다.

감사원이 서울 구로구 구로디지털단지를 표본으로 점검해 봤더니, 20개 기업이 산단의 공유 오피스를 임차했으나 실제로는 이 산단에서 실질적인 기업 활동을 하지 않고 있었다. 그런데도 이 기업들은 서울의 부동산 61건을 취득하면서 중과세되는 취득세 99억원을 면제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은 행정안전부에 “취득세를 신고한 기업이 산단에서 실질적으로 사업을 수행하고 있는지를 사전에 검증하는 방안을 마련하라”고 통보했다. 서울시에는 감사원이 취득세 탈루를 의심한 20개 기업에 대해 세무조사를 하라고 통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