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례 관련 업체들이 장례식장 사용료를 과다 부과하거나 장례용품을 강매하는 등 부당 행위를 일삼고 있다며 정부가 제도 개선과 단속에 나서라고 국민권익위원회가 16일 권고했다.
권익위에 따르면, 장례식은 발생 시기를 예측하기 어려워 유족이 비용과 관련된 부분을 비교·검토할 기회가 거의 주어지지 않고, 이로 인해 비용의 과다 청구, 장례용품 강매, 외부 음식물 반입 제한, 화환 재사용 등 각종 불합리한 관행으로 인한 민원이 반복적으로 제기돼 왔다.
이와 관련해 권익위가 실태 조사를 해본 결과, 장례식장이 유족에게 수의나 관, 유골함을 비롯한 장례용품 구매를 강요하는 것은 장사에 관한 법률로 금지돼 있음에도 실제로는 빈번하게 일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계약서 작성 시에는 포함되지 않았던 비용을 임의로 청구하거나, 계약서대로 서비스가 제공되지 않았는데도 비용을 청구하는 경우도 많았다. 또 외부 음식물 반입을 일률적으로 제한해, 장례식장이 제공하는 음식을 구매할 수밖에 없도록 하고 있는 경우도 많았다.
이런 장례식장은 지방자치단체가 단속해 시정명령이나 영업정지, 과징금·과태료 부과 등의 처분을 해야 한다. 그러나 지자체 54%가 최근 3년간 장례식장 지도·점검을 한 번도 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권익위는 공정거래위원회에 ‘장례식장 표준 약관’을 개정해, 외부 음식물 반입을 비롯한 외부 용품 사용에 관한 기준을 세우도록 하고, 각 지자체에는 장례식장을 정기적으로 점검하라고 권고했다.
빈소와 안치소, 염습실 등 장례식장 시설 사용료를 부과하는 기준은 현행법에는 하루 단위로 정해져 있고, 시설을 임시로 사용했다가 다른 시설로 이동하는 경우의 사용료 기준은 명확하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유족이 시신을 두세 시간만 안치했다가 다른 장례식장으로 이동한 경우에도 유족에게 하루치 사용료를 부과하는 장례식장들이 있었다.
권익위는 시설 사용료가 실제 사용 시간을 기준으로 시간 단위로 부과되도록 장사법과 시행규칙을 개정하라고 보건복지부에 권고했다.
권익위는 또 화환의 소유권이 유족에게 있음에도 유족이 화환을 처분하는 것을 임의로 금지하는 장례식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런 장례식장들은 화환을 특정 업체에 저가로 처분하도록 강요하고, 이렇게 화환을 넘겨받은 업체들은 ‘재사용’ 표시를 제대로 하지 않은 채 화환을 다시 팔고 있었다.
권익위는 공정위에 장례식장 표준 약관을 개정해, 화환의 소유권이 유족에게 있음을 명시하고, 업체들이 화환을 수거하거나 처분할 때에는 유족의 사전 동의를 반드시 받도록 하라고 권고했다. 농림축산식품부에는 ‘재사용’ 표시를 하지 않은 채로 화환을 재판매하는 업체를 단속하기 위해 신고 포상금제 등을 도입하라고 권고했다.
권고를 받은 기관들은 내년 9월까지 권고 사항을 이행하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권익위 이덕희 제도개선총괄과장은 “장례식은 소중한 누군가를 추모하는 경건한 의식”이라며 “이번 제도 개선으로 유족들이 불합리한 비용 구조와 불공정한 관행으로 겪는 어려움이 조금이나마 줄어들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