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무조정실 손동균 규제조정실장이 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제3차 황당규제 공모전 결과를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휴대전화와 인터넷 서비스를 해지 신청 즉시 해지할 수 있게 된다. 아파트의 감시 카메라 영상을 범죄 수사에 사용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된다. 지역사랑상품권을 비롯한 지역 화폐를 농어촌 농협하나로마트에서 쓸 수 있게 된다. 남성만이 새마을지도자가 될 수 있게 한 낡은 규정은 폐지된다.

정부는 3일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김민석 국무총리 주재로 국정 현안 관계 장관 회의를 열어, 이 같은 내용을 담은 ‘황당 규제 개선 방안’을 확정했다.

이는 정부가 2023년부터 매년 열어 온 ‘황당 규제 공모전’에 국민들이 낸 규제 개선 아이디어 가운데 일부를 선정한 것이다. 정부는 올해 공모전에 제안이 1061건 접수됐고, 이 가운데 중복 제안이나 일반 민원을 제외한 903건을 국무조정실과 관계 부처, 민간 전문가가 함께 검토해, 관련 규제 51건을 개선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올해 황당 규제 공모전에서 1등을 한 것은 이동통신과 인터넷 서비스 해지 절차를 간편하게 하자는 것이었다. 손동균 국무조정실 규제조정실장은 “이동통신이나 인터넷 서비스는 가입은 굉장히 쉬운데 해지는 상당히 어렵게 돼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업체를 직접 방문하거나 유선 상담을 거쳐야만 해지가 가능하게 돼 있는 경우가 많고, ‘미납금이나 부가 조건, 여러 약정을 확인해야 한다’며 번거로운 절차를 요구하는 경우도 많다”고 했다.

이에 대해 방송통신위원회는 가입자가 해지를 신청한 경우 서비스를 즉시 해지시키고, 정산은 사후적으로 한다는 원칙을 올 하반기 중으로 업체들에 강제하기로 했다. 업체들에 유선 상담 등의 번거로운 절차는 요구하지 못하도록 할 계획이다.

한편 아파트 등 공동주택에 설치된 감시 카메라(CCTV)에 찍힌 영상을 범죄 수사 목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법적 근거가 마련된다. 그동안에도 공동주택들은 감시 카메라 영상을 범죄 사건이 있었을 때 수사 기관에 제공해 왔지만, 법적 근거가 없었고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이 될 수도 있었다. 정부는 관련 법을 정비해 문제 소지를 없애기로 했다.

농어촌 지역에 있는 농협 하나로마트에서 지역사랑상품권을 비롯한 ‘지역 화폐’ 사용도 허용된다. 지역 화폐 대다수는 연 매출이 30억원 넘는 사업장에서는 쓸 수 없는데, 그러다 보니 하나로마트에서는 쓸 수 없었다. 정부는 관련 규제를 고쳐, 지난 6월부터 농어촌 지역 가운데 다른 소매 점포가 없는 지역에 한해 하나로마트에서 지역사랑상품권을 사용할 수 있게 했다고 밝혔다.

현재 만 12세 이하 초등학생에게만 제공되는 아이돌봄 서비스는 올 하반기부터 모든 초등학생에게 제공된다. 손 실장은 “(현재 아이돌봄 서비스가) 나이를 기준으로 하다 보니까, 초등학생이 질병 등 여러 개인적인 사유로 학교를 1년 쉬고 나면 초등학교 졸업을 못 했는데도 서비스를 받지 못하게 되는 경우가 생겼다”며 “나이 기준이 아니라 초등학교 6학년까지 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지원을 확대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학생들이 학교에서 사고를 당해 입원한 경우에는 2~3인실에 입원했어도 요양급여를 지급받을 수 있게 된다. 현행 학교안전법 시행령은 1~3인실을 상급 병실로 분류해, 학생이 다쳐 입원했어도 2~3인실에 들어갔다면 입원료를 지원받을 수 없었다. 그런데 건강보험법에선 1인실만을 상급 병실로 보고 있다. 정부는 내년 상반기까지 학교안전법 시행령을 고쳐 상급 병실 기준을 건강보험법과 일치시키기로 했다.

철도역에 있는 무인 매표기에는 장애인 할인을 적용할 수 있는 기능이 내년 상반기까지 탑재된다. 지금까지는 이 기능이 들어 있지 않아, 장애인들은 역무원에게 직접 승차권을 사야만 장애인 할인을 받을 수 있었다.

‘여성은 새마을부녀회에만 가입할 수 있고, 새마을지도자는 20세 이상 남성만 될 수 있다’는 규정도 50여 년 만에 발견돼 폐지된다. 손 실장은 “이 규정은 1970년대에 만들어진 규정인데, 당시 아무 생각 없이 만들었던 것이 아닌가 싶다”며 “새마을운동중앙회가 회칙을 개정해 남녀 구분 없이 20세 이상이면 누구나 새마을지도자가 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밖에 공공 분양 주택 청약에서 친환경차 소유자가 고가 자동차를 소유한 것으로 분류돼 불이익을 받았던 문제, 군 화물차 운전 경력이 화물차 운전 경력으로 인정받지 못했던 문제도 개선된다. 만 55세 미만에게만 임업 후계자 자격을 줬던 규제도 폐지된다.

김 총리는 “규제 개혁은 어제오늘의 이야기가 아니지만, 아직까지도 황당 규제라고 부를 만한 규제들이 있다”며 “앞으로도 계속해서 낡은 규제를 발굴하고 개선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