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자금에 대해 보증을 제공하는 한국주택금융공사(HF)와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서울보증보험(SGI)이 어떤 물건에 대해 전세 보증을 했는지에 관한 정보를 서로 공유하지 않아, 이를 악용한 대출 사기로 의심되는 사례가 159억원 발생했다고 감사원이 지적했다.
감사원은 31일 공개한 한국주택금융공사 정기 감사 보고서에 따르면, HF와 HUG, SGI는 지난해 6월 기준으로 각각 전세자금 28조630억원, 17조1647억원, 17조7570억원에 대해 수수료를 받고 보증을 제공하고 있다. 금융기관들은 다른 사람의 집에 전세로 들어가려는 사람에게, HF 등 3개 기관이 제공하는 전세자금보증을 바탕으로 전세자금을 대출해준다. 전세 세입자가 대출금을 상환하지 못한 경우에는 HF 등 3개 기관이 금융기관에 대출금을 대신 상환하고, 이후 세입자에게 구상권을 행사한다.
그런데 감사원이 확인해 보니, HF와 HUG, SGI 사이에 보증 정보가 공유되지 않고 있어, 집주인이 한 집에 대해 여러 ‘가짜 임차인’과 별도의 전세 계약을 맺고, 가짜 임차인들이 각각 HF와 HUG, SGI 가운데 한 곳으로부터 전세자금보증을 받는 것이 가능했다.
예를 들어, 2억7000만원짜리 한 주택은 2021년 7월 주인 A씨가 세입자 B씨와 전세 계약을 체결했다. B씨는 SGI의 보증을 받아 은행에서 전세자금대출 2억1000만원을 받았다. B씨는 이 주택에 계속 살고 있다.
그런데 A씨는 B씨와 전세 계약을 맺고 9일 뒤에 집을 C씨에게 무상으로 양도했다. 새로 집주인이 된 C씨는 2021년 8월 ‘가짜 임차인’ D씨와 허위로 전세 계약을 맺었고, D씨는 HF의 보증을 받아 다른 은행에서 전세자금대출 1억원을 받았다.
C씨는 2022년 5월 이 주택을 E씨에게 500만원에 팔았다. E씨도 ‘가짜 임차인’ F씨, G씨와 각각 허위의 전세 계약을 맺었고, F씨와 G씨는 각각 HF와 HUG로부터 보증을 받아 은행에서 전세자금대출로 1억1000만원, 1억1900만원을 받았다. 그 결과, 주택은 한 채인데 전세자금대출이 4건, 주택 가격의 2배인 5억3900만원어치 실행됐다.
감사원은 이렇게 한 주택에 대해 HF 등 3개 기관이 중복으로 보증을 내줘 전세자금대출이 여러 건 실행된 경우가 48건, 55억원어치 확인됐다고 밝혔다.
감사원은 HF가 이런 ‘중복해서 보증 받기’ 수법에 당한 것과 별개로, 다른 사람이 전세로 살고 있다는 점이 등기부등본에서 확인되는데도 보증을 내줬다고 지적했다. 이런 경우도 집주인과 가짜 임차인이 짜고 허위로 전세 계약을 체결한 뒤 전세자금대출을 받아 빼돌린 것일 가능성이 있는데, 93건 104억원어치에 달했다.
감사원은 금융위원회와 국토교통부에는 “전세자금대출 등이 부정한 방법으로 실행되지 않도록, HF·HUG·SGI 등 보증 기관 간에 보증 정보를 실시간으로 연계·공유하는 방안을 마련하라”고 통보했다. HF에는 “이번 감사에서 확인된 허위 임대차 계약과 중복 보증을 통한 부정 대출 혐의자에 대해 추가 조사를 거쳐 관련 규정에 따라 고발하라”고 통보했다. 또 “앞으로 전세자금보증 관련 업무를 철저히 하라”며 주의를 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