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전경. /뉴스1

불법 스팸 문자 메시지가 급증한 가운데, 통신 사업자들을 관리·감독해야 할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방송통신위원회가 수년간 관련 업무를 게을리하고 스팸을 방치했었다고 감사원이 지적했다. 과기정통부는 법적 요건을 갖추지 않은 문자 메시지 발송 중개 업체가 난립하는데도 이를 내버려두었고, 이동통신사들이 스팸을 차단하도록 방통위와 협의해 이동통신사들을 감독해야 했는데도 이를 제대로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이 29일 공개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정기 감사 보고서에 따르면, 문자 메시지를 휴대전화 이용자들에게 대량으로 발신하는 서비스의 시장 규모는 2019년 8927억원에서 2023년 1조1385억원으로 4년 만에 27.5% 성장했다. 이동통신 3사는 문자 메시지 전송 서비스로만 2019년 6613억원, 2023년 734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그러는 동안 휴대전화 이용자 한 사람이 받는 불법 스팸의 양도 급증했다. 2021년 하반기에는 한 달 평균 5.46건이었으나, 지난해 상반기에는 11.59건에 달해, 2년 반 만에 배 이상 늘었다. 불법 스팸 신고는 2019년 1710만 건에서 지난해 3억6150만 건으로, 5년 만에 20배 넘게 늘었다.

감사원이 확인해 보니, 불법 스팸 발송과 연관된 문자 메시지 발송 중개 업체에 대한 관리·감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전기통신사업법 시행령에 따르면, 업체들은 문자 메시지를 전송할 휴대전화번호를 관리하고, 가짜 전화번호를 사용해 문자 메시지를 보내려는 시도를 차단하는 업무를 전담하는 직원을 1명 이상 둬야 한다. 그런데 문자 메시지 발송 중개 업체 관리 업무를 과기정통부로부터 위탁받은 공공기관인 중앙전파관리소는 각 업체가 전담 직원을 두고 있는지를 확인하지 않고 등록을 내주고 있었다. 지난해 10월 기준 운영 중인 업체 1177곳 가운데 532곳(45.2%)이 법정 요건을 갖추지 않은 업체였고, 이런 업체들이 집중적으로 불법 스팸을 발신하고 있었다. 지난해 상반기 불법 스팸 신고를 가장 많이 당한 업체 10곳 가운데 9곳이 법정 요건을 갖추지 않은 업체였다.

감사원은 과기정통부가 2014년 관련 업무를 중앙전파관리소에 넘기면서 전파관리소에 문사 메시지 발송 중개 업체들을 어떻게 감독해야 하는지에 관해 구체적인 지침은 주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전파관리소 직원들은 문자 메시지 발송 업체 관리 업무에 대한 교육도 받지 못한 채로 업무를 맡고 있었다.

한편 정보통신망법에 따르면 이동통신사는 가입자가 불법 스팸을 보내려 하는 경우 문자 메시지 발송 서비스 제공을 거부해야 한다. 이에 따라 이동통신 3사는 문자 메시지 발송 중개 업체가 보낸 메시지에 대해 불법 스팸이라는 신고가 접수된 경우, 문자 메시지 전송 속도를 낮추거나 전송을 중단할 수 있다는 내용의 약관을 두고 있다.

그러나 과기정통부와 방통위는 불법 스팸을 없애겠다며 관련 대책을 수차례 발표하면서도 정작 이동통신사들이 불법 스팸 발송 업체를 실제로 단속하도록 지도·감독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따라 이동통신 3사는 2021년 하반기부터 지난해 상반기까지 3년간 불법 스팸 발송 업체에 대해 전송 제한 조치를 전혀 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원은 “이동통신 3사가 (문자 메시지 등) 전송 서비스 거래를 통해 연평균 7400억원 이상의 매출액을 발생시키고 있다”며 “이들은 불법 스팸 여부와 무관하게 전송 서비스 거래량이 많아질수록 매출액이 증가하므로, (과기정통부와 방통위가 감독하지 않으면) 전송 제한 조치를 적극적으로 실시할 유인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휴대전화 이용자 1인당 월평균 불법 스팸 수신량은 2021년 7.09건에서 지난해 11.59건으로 63.5% 늘었으나, 같은 기간 이동통신 3사의 불법 스팸 필터링 실적은 10억9000만 건에서 8억1700만건으로 25.1% 줄었다.

과기정통부와 방통위는 대량 발송되는 문자 메시지에 발송 중개 업체를 추적할 수 있는 식별 코드를 포함하도록 하는 제도를 2023년 3월 도입했다. 불법 스팸 발송에 여러 업체가 다단계식으로 관여돼 있더라도 첫 중개 업체를 빠르게 찾아 스팸을 중단시킬 수 있게 하기 위해서 만든 제도다. 최장 이틀이면 불법 스팸 발신을 중지시킬 수 있다. 그러나 이 제도의 집행을 관장하는 한국인터넷진흥원이 관련 시스템을 갖춰놓지 않아, 식별 코드를 이용한 제한 조치는 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과기정통부와 방통위는 지난해 11월 ‘불법 스팸 방지 종합 대책’을 발표해 법정 요건을 충족하지 않은 문자 메시지 발송 중개 업체의 시장 진입을 금지하고, 이동통신사의 불법 스팸 필터링을 강화하며, 불법 스팸 차단에 식별 코드를 활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감사원은 과기정통부와 방통위에 불법 스팸 차단 업무를 철저히 하라고 통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