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석 국무총리는 22일 반미주의자라는 의혹에 대해 “그런 문제 제기는 굉장히 시대에 뒤떨어진(out-of-date)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총리는 이날 오후 서울 여의도 콘래드 서울 호텔에서 열린 주한미국상공회의소 세미나 기조연설에서 “제가 1980년 미 문화원 (점거 농성) 사건에 참여해 미국이 군사 독재를 지원하는 것이 아니냐는 문제를 제기했던 것 때문에 제게 ‘혹시 당신은 반미가 아니냐’는 문제 제기를 한 적이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김 총리는 1985년 미 문화원 점거 농성 사건에 연루돼 실형을 선고받은 적이 있다.
김 총리는 “미국이 한국과의 관계를 ‘한국이 군사 독재를 하는 나라여도 지원한다’는 선입견을 전제로 하고 있다면 이것은 틀린 이야기”라며 “12·3 ‘군사 쿠데타’ 당시 한미 관계는 미국이 한국은 민주주의 국가로서 어떤 위치에 있는지를 이해하고, 일관되게 민주주의(의 발전이라는) 관점에서 한국의 진로를 지지하고, 매우 신중하게 한국 국민의 판단을 지켜봐야 하는 관계로 변화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미 관계는 1980년이나 그 이전의 관계보다 훨씬 성숙한, 진정한 의미의 민주주의적 가치 동맹으로 변화했다”고 했다.
김 총리는 이어서 “제가 젊을 때는 소위 ‘제3세계론’ ‘식민지론’이 있었다”며 “한국은 아무리 해도 미국의 식민지를 벗어날 수 없다는 관점이 있었는데, (지금은) 한국 국민 상당수가 한 다리만 건너면 미국에 사돈의 팔촌이라도 살지 않는 사람이 있느냐. (한미 관계가) 굉장히 깊이 있는, (상호) 동화의 수준으로까지 이어져 있다”고 했다.
김 총리는 또 한미가 태평양을 공유하고 있다면서, “한국은 태평양에서 (미국의) 반대편, 연안에 있다는 점 때문에라도 미국의 전략적 파트너로서의 잠재력을 갖고 있다”고 했다.
김 총리는 이어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도, 미국에게도, 대한민국에도 북한과의 관계를 어떻게 가져가느냐 하는 것은 단순한 짐이 아니라 미래 자산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또 “미국은 한국과 함께일 때 더 강해질 것”이라며 “국제 경제·안보 질서의 변화 속에서 미국과 보완적 관계를 만들어갈 수 있다는 확신을 갖고 있다”고 했다.
김 총리는 다만 한미 관세 협상에 대해 “세부 사항에 대한 진행을 말할 수 있는 것은 없다”며 “시간이 아직 많이 남았고, (한미 간) 이슈는 많다”고 했다.
김 총리는 이날 주한미국상공회의소 행사 후 한국노총·민주노총도 잇따라 방문했다. 김 총리는 한국노총을 찾은 자리에서 “다양한 토론과 소통의 정례화의 틀을 갖춰 나가겠다”고 했다. 김 총리는 특히 노동조합법 2·3조 개정(이른바 ‘노란봉투법’) 등 현안에 대해 “폭넓은 사회적 공감의 틀 속에서 소통하겠다”고 했다고 국무총리실은 전했다. 민주노총을 찾은 자리에서는 “사회적 갈등이 유발될 수 있는 문제들에 대해 폭넓은 사회적 대화와 토론, 협약을 추구하는 체제로 나아갈 필요가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