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인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의 홍보 담당자가 공단 몰래 개인 회사를 차려 놓고 공단의 광고 일감을 자기 회사에 몰아주는 수법으로 광고비 29억7000만원을 빼돌렸다가 감사원 감사에 적발됐다. 이 직원은 6년 넘게 광고비를 빼돌렸으나 공단의 내부 감시 소홀로 어떠한 제지도 받지 않았고, 공단은 감사원 감사가 시작되고서야 직원의 횡령 혐의를 알았다.
감사원이 17일 공개한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감사 보고서에 따르면, 공단의 부장급 직원 A씨는 1998년부터 지난해까지 25년 넘게 공단 홍보실에서만 근무했다. 2005년부터는 광고 계획 입안부터 의뢰, 집행, 검수와 광고료 지급의 전 과정을 포함한 홍보비 집행 업무를 전담했다. 짧게는 3개월에서 길어야 3년여 만에 교체되는 A씨의 상사들은 A씨의 업무에 관해 자세히 알지 못했다.
그러자 A씨는 2018년부터 공단 광고를 B사와 C사에 몰아주기 시작했다. B사는 A씨가 아들 명의로 만든 자기 회사였고, C사는 A씨 지인의 1인 회사였다.
A씨는 상사들에게는 ‘한국언론진흥재단에 광고를 의뢰하겠다’는 계획서를 올려 결재를 받았다. 그러면서 상사들에게 ‘언론재단이 각 신문사와 방송사, 인터넷 사업자 등에 직접 연락해 공단 광고를 집행할 것’이라고 거짓으로 보고했다.
하지만 A씨는 언론재단에는 ‘공단이 광고 대행사로 B·C사를 지정했다’는 허위 내용을 집어넣은 광고 요청서를 보냈다. 언론재단은 요청서대로 B·C사와 광고 약정서를 체결하고 B·C사에 공단 광고를 집행하게 했다.
이런 식으로 A씨와 A씨 지인이 2018년부터 지난해 6월까지 받은 광고 대행 일감은 75억원어치에 달했다. 이 기간 공단 홍보비의 41.5%에 달했다.
A씨와 A씨 지인은 이렇게 받은 광고를 다 집행하지도 않았다. 이들은 했어야 할 광고의 3분의 1가량만을 실제로 집행하고는, 100% 집행한 것처럼 조작한 증빙 서류를 언론재단에 제출했다. 이런 식으로 A씨와 A씨 지인이 챙긴 광고료가 29억7000만원에 달했다.
감사원은 공단이 인원 부족 등을 이유로 A씨를 다른 보직으로 순환시키지 않고 수십 년간 업무를 전담하게 했고, 상사들은 ‘광고 업무는 일상적 감사 대상이 아니다’라는 A씨의 거짓말을 믿고 A씨를 감시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공단 감사실도 A씨의 광고 업무를 감사 대상으로 삼지 않았다. 그 결과, A씨 상사들이 신문 지면이나 웹사이트 등을 확인해 A씨가 언론재단을 통해 집행했다는 광고가 실제로 실려 있는지를 확인하기만 했어도 막을 수 있었던 공금 횡령이 일어났다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감사원은 공단 광고 집행을 의뢰받은 언론재단도 업무를 소홀히 했다고 지적했다. 일정 금액 이상의 광고비 집행을 특정 업체를 지정해 계약하는 것은 법령 위반이므로, 언론재단은 A씨가 ‘공단이 B·C사를 광고 대행사로 지정했다’는 내용의 광고 요청서를 보냈을 때 이를 반려했어야 하는데도 그러지 않았다. 또 B·C사가 광고를 집행했다며 보내온 증빙 서류가 조작된 것은 아닌지, 실제로 광고가 실린 것이 맞는지를 확인했어야 하는데도 하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언론재단은 공단으로부터 광고 대행 수수료만 6억8700만원을 받아갔다.
A씨는 감사원이 공단에 대한 정기감사를 하던 중인 지난해 7월 숨졌다. 감사원 관계자는 “공단의 홍보비 집행에 이상이 없는지를 공단 외부에서 점검하는 단계였고, 공단이나 A씨에게는 이 문제에 관해 감사한다고 통보하지도 않았는데, 감사가 시작됐음을 다른 경로로 알게 된 A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A씨 지인은 감사원이 사기 혐의로 검찰에 수사를 요청해 현재 수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감사원은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에 “예산 집행 및 지출 업무 등 장기 재직으로 비위 행위가 발생할 수 있는 직위에 대해서는 순환 전보를 실시하는 등 내부 통제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도록 관리하라”며 주의를 줬다. 한국언론진흥재단에도 “광고 집행 결과 검수 업무를 철저히 하라”며 주의를 주고, C사에 대해서는 부정당업자로 제재하라고 통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