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석 국무총리는 16일 “내란을 벌인 사람들을 단죄하지 않으면 이 나라는 전 세계로부터 비난받고 우습게 생각될 것”이라며 “단죄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김 총리는 이날 오후 경북 경주에서 열린 대한상공회의소 하계포럼 기조연설에서 “지난 내란의 시기에 관료로서 가장 책임이 있었던 분들의 무책임 때문에, 이 나라 공무원들이 굉장히 난감한 상황에 빠졌다”며 이같이 말했다.
김 총리는 그러면서도 “모두에게 책임을 물을 수는 없다”며 “(책임을 면한 공무원들이) 다시 고무되도록 하고 일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 우리의 과제”라고 했다.
김 총리는 한국이 처한 상황이 “(1997년) IMF 위기보다 더한 위기”라고 주장했다. “IMF 때는 어려웠지만 일시적 착란이었고 한국 경제는 구조적인 상승기였다. 반면 지금은 구조적으로 쉽지 않은 하강기에 있다”고 했다.
김 총리는 이런 상황에서 이재명 정부의 과제에 대해 “민생 회복 지원금과 부채 (탕감) 대책을 냈지만, 이것은 경제가 너무나 어렵기 때문에 내세운 응급 처방이고, 장기적으로는 AI(인공지능)와 바이오 산업, 콘텐츠·문화 산업, 방위 산업, 에너지 산업에 집중적이고 혁신적인 투자를 해서 잠재 성장률을 높여야 한다”고 했다. 다만 “이것이 1~2년 내에 바로 성과를 내기 어렵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적절한 단기적·중기적 정책도 내야 한다”고 했다. 또 “이 모든 것에 앞서서, 향후 3개월에서 6개월 정도는, 한국 경제의 틀을 규정하는, 트럼프 대통령이 제시한 관세에 대응해야 한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김 총리는 “제국(帝國)적 사고”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 총리는 “우리는 제국을 해본 적이 없고 늘 식민지만 했다”며 “대한민국을 미국의 51번째 주라고 (비판적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미국을 한국의 18번째 자치단체라고 보는 공격적인 관점을 가질 때가 됐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국에서 통하면 세계에서 통할 수 있다는 당당한 사고를 갖고 우리 모두가 변화하는 것이 좋다”고 했다.
오는 10~11월 경주에서 열리는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에 대해선 “숙소와 교통, 보안, 문화 행사 모두 한국의 수준이 있기 때문에 잘될 것”이라고 했다.
김 총리는 이어서 “경주 APEC의 목표를 재정의할 때가 됐다”며, APEC을 단순히 무사히 치르는 것을 넘어서는 목표를 정하자고 했다. 김 총리는 “우리의 목표는 ‘K-APEC’”이라며 “APEC 역사에서 없었던 APEC, 한국의 국제 행사 역사에서 없었던 국제 행사를 만들어내야 한다”고 했다.
김 총리는 “‘K-APEC’ 성공의 지표는 숫자”라고도 했다. “APEC이 끝나고 나면 훨씬 많은 관광객이 한국에, 경주에 와야 한다”며 “그러지 않으면 왜 국가가 (APEC 정상회의 개최를 위해) 4000억원씩 쓰겠느냐”고 했다.
김 총리는 APEC 준비 상황 점검을 위해 2주 연속 경주를 방문하고 있다. 김 총리는 “이번 APEC은 (다른 APEC과) ‘초격차’를 이루도록, 경주를 찾는 모든 사람이 기대한 것을 열 배 뛰어넘는 ‘악’ 소리 나는 서비스, ‘악’ 소리 나는 전략과 준비로 세계를 놀라게 하자”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