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변화로 한국의 폭염 사망자가 2080년대에는 지금의 30배 수준인 연평균 1643명에 이를 수 있다고 감사원이 경고했다.
감사원이 15일 공개한 ‘기후 위기 적응 및 대응 실태(신종 질병 등 대응 분야)’ 감사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이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정책을 펴지 않는다고 가정한 시나리오 ‘SSP5-8.5’에서 한국의 연간 폭염 일수는 지난해 23.5일에서 2100년 95.7일로 3.1배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은 119.9일, 부산은 102.7일, 세종은 119.5일간 폭염을 겪게 되고, 대구에서는 131.3일간 폭염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렇게 폭염이 잦아지면 온열 질환과 심뇌혈관 질환, 곤충·식품을 매개로 한 감염병과 수인성 감염병, 신종 감염병이 늘어나고 정신 건강도 악화하게 된다. 또 기상 재해로 인한 사망자도 늘어난다.
그런데 정부는 기후 변화가 국민 건강에 미칠 영향을 제대로 평가하고 있지 않다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2017년 개정된 보건의료기본법에 따라 질병관리청이 2022년 ‘제1차 기후 보건 영향 평가’ 결과를 내놨으나, 장래의 국민 건강에 대한 예측은 빠져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감사원은 국내 연구 기관에 별도로 의뢰해, 미래의 폭염으로 인한 사망자 수를 예측해보게 했다. 그 결과, 한국의 폭염 사망자는 2010년대 연평균 54.8명이었으나, 현재의 온실 가스 배출 수준을 유지하는 ‘RCP 8.5’ 시나리오에서 폭염 사망자는 2030년대 165.3명, 2050년대 947.9명에 이어 2080년대에는 2010년대의 30배 수준인 1643.1명으로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온실 가스 감축 정책이 실질적으로 성과를 거두는 경우를 가정한 ‘RCP 4.5’ 시나리오에서도 연평균 폭염 사망자는 2030년대 204.9명, 2050년대 414.4명, 2080년대 635.8명으로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그 증가세는 완화돼, 2080년대 사망자는 2010년대의 11.6배 수준일 것으로 전망됐다.
털진드기를 매개로 하는 감염병인 쯔쯔가무시증으로 의료 기관을 찾는 사람의 수도 기후 변화로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측됐다. 2003~2022년에 쯔쯔가무시증으로 의료 기관을 찾는 경우는 전국을 통틀어 월평균 5.6건으로 거의 없었으나, 친환경 기술의 발달로 기후 변화를 완화하는 경우를 가정한 ‘SSP1-2.6’ 시나리오에서도 2080년대에는 월평균 103.6건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다만 기후 변화를 방치하는 SSP5-8.5 시나리오에서는 2080년대에 월평균 16.4건으로 늘어나는 데 그칠 것으로 전망됐는데, 이는 역설적으로 털진드기 유충의 활동 시기인 9~11월의 기온이 너무 높아져버릴 것으로 예상됐기 때문이다.
수인성이자 식품을 매개로 하는 감염병인 장염으로 인한 의료 기관 이용 건수는 2003~2022년에는 월평균 2220건이었다. 그러나 SSP1-2.6 시나리오에서는 2080년대에 월평균 9589건으로 늘어나고, SSP5-8.5 시나리오에서도 월평균 9613건으로 늘어나, 어느 시나리오에서도 현재의 4배 이상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사람에게 전염될 경우 사망률이 50%를 넘는 조류독감이 국내에서 2100년 이전에 사람들 사이에서 유행할 가능성이 높아질 확률은 100%로 예측됐다. 어느 시나리오를 따르는지에 따라 ‘유행 가능성 높음’이 100%가 되는 시점이 2062년에서 2100년 사이에서 다양하게 나타났을 뿐이다.
감사원은 “기후변화에 따른 기온 변화와 대기오염 증가 등은 인간의 생명·신체에 직접 피해를 미치거나 기존 질환을 악화시키는 등 광범위하게 국민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초래한다”며, 질병관리청에 기후보건 영향 평가 제도를 개선하라고 통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