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9월 15일 최달영 당시 감사원 제1사무차장이 서울 종로구 감사원에서 문재인 정부의 통계 조작 의혹 감사 중간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더불어민주당이 ‘문재인 정부의 국가 통계 조작’ 의혹에 대한 감사원 감사가 “조작 감사”라며 국정조사를 검토하겠다고 한 가운데, 14일 감사원 실무자들이 글을 올려 ‘조작 감사’ 주장에 대한 반박에 나섰다.

A감사관은 이날 감사원 내부 게시판에 “통계 감사(에 관한) 억측을 바로잡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서두에서 “통계 감사에 처음부터 감사 결과 시행까지 참여한 직원”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A감사관은 ‘통계 조작 감사가 강압적으로 이뤄졌고 결과가 조작됐다’고 주장한 H언론사 보도를 거론했다. A감사관은 이 보도에 대해 “전혀 사실이 아님을 자부할 수 있다”며 “아무도 나서지 않으면 거짓이 진실로 둔갑될 것 같아 부족하지만 글을 남긴다”고 했다.

A감사관은 ‘아파트 가격 변동 통계를 작성한 한국부동산원 직원들이 감사원의 반복적인 조사로 통계 조작이 맞다고 진술을 바꾸었다’는 주장에 대해, “증거가 명백한 상황에서 진술을 강요할 필요가 없었다”고 반박했다. A감사관은 “감사가 시작된 2022년 9월, (현장 조사를 나가기 전) 자료 수집 단계에서 통계 조사의 기초가 되는 조사 표본의 입력값이 다수 무단으로 수정된 사실을 전산 로그 기록을 통해 확인했다”고 밝혔다. 그는 “(아파트) 통계는 (한국부동산원) 각 지사의 조사자들이 직접 표본 가격을 입력하면 통계 수치가 자동으로 산출되는 것인데, 조사자도 아닌 본사 통계 작성 부서 직원들이 다수 표본을 일괄적으로, 짧은 시간 내에 수정한 것을 발견했다”고 소개했다. 감사 초기 단계에서 이미 아파트 통계가 조작됐다는 물증을 확보했다는 것이다. A감사관은 “그래서 본사 실무자에게 값이 수정된 연유를 물었고, 해당 실무자로부터 ‘부서장 등 상급자의 수정 지시가 있었으며, 부서장이 국토교통부와 통화 후 수정을 지시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고 했다.

A감사관은 또 “통계 작성 부서의 차석급 실무자가 작성한 인수인계서도 발견했는데, 거기에는 국토부의 외압이 있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고 소개했다. 이 물증과 관련해서도 A감사관은 “인수인계서를 작성한 직원과 통계 작성 부서장에 대해 문답(조사)을 실시해, ‘국토부가 통계 수치를 낮추도록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진술을 확보했고, 국토부 과장급 인사로부터 ‘BH(청와대)가 통계 수치를 하향하도록 관여했다’는 진술도 이미 2023년 1월에 확보했다”고 밝혔다. A감사관은 “국토부의 해당 인사는 처음에는 ‘잘 모르는 일’이라고 부인했다가, ‘잠시 생각할 시간을 달라’고 하더니 본인 스스로 ‘청와대가 통계 수치 하향에 관여했다’고 진술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A감사관은 “이처럼 통계 수치의 부당 변경을 감사 초기에 이미 확인한 상황에서, 이를 부동산원이 스스로 했는지, 외부의 지시로 했는지 확인하는 것은 당연한 과정”이라며, “그런데 H언론은 이를 ‘감사원이 청와대 등의 지시로 몰고 갔다’는 식으로 보도하고 있다”고 했다.

A감사관은 “이렇듯 증거 자료가 명백하고 진술이 명백한 사안인데, H언론의 주장처럼 통계 조작이라고 진술하도록 회유했다는 것은 말도 안 될뿐더러, 이미 부동산원과 국토부 관련자들이 ‘부당한 영향력 행사가 있었다’고 진술한 마당에 우리 감사원이 부동산원 직원에게 ‘상부의 지시를 불라’고 한 것처럼 기사를 내는 것이 바로 사실관계를 비틀고 조작한 것”이라고 했다.

A감사관은 “전산에서 (아파트) 가격 데이터를 수정한 것이 명백히 확인되고, 국토부와 청와대의 영향력 행사가 객관적 증거로 확인됐는데, 부동산원 직원에게 ‘통계 조작을 인정하라’고 해서 인정받는다 한들 그게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며 “문답(조사)에서는 국토부가 어떤 방식으로 영향을 끼쳤는지, 그래서 어떤 결과가 발생했는지를 확인하는 것이지, ‘통계 조작을 했다’는 말을 받아봤자 그것만으로는 아무 쓸모가 없다”고 했다. A감사관은 이어서 “확보한 증거에는 부동산원 직원들이 ‘대놓고 조작하네요’라고 서로 메시지를 주고받는 내용도 있다”며 “이렇듯 증거가 확보된 상태에서 진술을 강요할 이유는 없다”고 했다.

A감사관은 또 “H언론의 보도 내용에는 ‘집에 안 보내주고 새벽까지 붙잡아뒀다’는 얘기도 있는데, 이번 감사에서도 여타 감사와 마찬가지로 일과 시간이 지나면 문답(조사)을 계속할 것인지 철저히 물어 문답서(진술서)에 빠짐없이 기재했고, 대략 22시 이후 또는 자정이 가까워지면 ‘시간이 너무 늦었으니 조사를 중단하자’고 물었다”고 설명했다. A감사관은 “부동산원 직원 간 통화 녹취록에도 본인이 요구해서 새벽 조사를 받았다는 내용이 있는 것으로 안다”고도 했다.

문재인 정부의 통계 조작 사건은 감사원이 확보한 자료를 바탕으로 검찰에 수사를 요청한 뒤 검찰이 관련자들을 기소해 1심 재판이 진행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A감사관은 “지난 6월 25일 공판에서 피고인 측 변호사가 증인으로 출석한 부동산원 직원에게 감사원의 진술 강요가 있었다는 취지로 수차례 유도 신문을 했는데, 부동산원 직원은 일관되게 ‘강요는 없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확인됐다”고도 전했다. A감사관은 “그런데 H언론은 피고인 측 변호사의 일방적 주장을 진실인 양 기사화하고, 마치 강압 감사가 기정사실인 양 호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A감사관은 “감사원이라는 국가 기관의, 법률에 따른 정당한 업무 처리가 언론의 근거 없는 보도에 일순간 무너지고 부정되는 사회가 된 것 같아 마음이 너무 아프다”고 했다. 이어 “통계 감사는 감사에 참여한 분들 모두 밤낮, 주말을 마다하고 열정적으로 감사를 했다”며 “그런데 마치 감사원이 대상 기관을 압박하고 회유해서 감사 결과를 이끌어낸 것처럼 사실을 왜곡하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너무나 안타깝다”고 했다.

A감사관은 “열심히 한다고 해서 월급을 더 많이 받는 것도 아니고, 세상을 바꿀 수 있는 것도 아닌데, 몸만 축나는데, 밤을 새우면서까지 일을 할 이유는 없을 것”이라고 했다. 그런데도 감사 업무를 한 데 대해선 “상상도 할 수 없는 행위가, 통계를 만지는 행위가 국가 기관이라는 곳에서 발생한 데 대해 공직자로서, 감사원 직원으로서, ‘진실을 놓치는 우를 범하지는 말아야겠다’는 심정으로 일했던 것 같다”고 했다.

“국가 통계는 국가의 현실을 진단하고 국민을 위한 더 나은 미래를 설계하는 근간”이라며 “그러한 국가 통계를 입맛대로 손대 국민의 눈을 가린 데 대해서는 (통계를 조작한 사람들의) 반성과 성찰이 필요한 일일 것”이라고 했다.

B감사관도 같은 날 감사원 내부 게시판에 ‘통계 감사 수기’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문재인 정부 통계 조작에 대한 감사는 윤석열 정부의 지시로 시작된 정치 감사’라는 주장에 반박했다.

B감사관은 “2022년 5월 윤석열 정부가 출범하고 총장님(유병호 당시 사무총장) 지시로 (통계청 담당인) 재정경제감사국 1과가 지출 구조조정에 대한 감사를 하게 되면서, 3분기로 예정됐던 ‘국가 통계 시스템 운용 실태 감사’(통계 조작 감사)를 하기 어렵게 되자, 이를 내년으로 미루겠다고 총장님을 거쳐서 원장님(최재해 감사원장)에게 보고드렸다”고 회고했다.

그러나 최 원장은 “국회의원들이 여러 차례 ‘통계 시스템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니냐’며 감사원에 살펴봐 달라는 요청을 했고, 이를 2022년 감사 계획에 반영해둔 것인데 이를 미루는 것은 안 된다”고 했다고 한다. 그래서 평소 통계청을 담당하지 않지만 감사 투입이 가능한 다른 과가 통계 조작 감사를 맡아서 감사를 계획대로 2022년 하반기에 시작하게 됐다는 것이다.

B감사관은 “상황이 이럴진대, 이게 윤석열 정부의 지시로 시작된 정치 감사라고 할 수 있느냐”며 “감사 계획은 문재인 정부 시절에 수립한 것”이라고 했다.

B감사관은 감사 초기 아파트 가격 통계이 조작됐다는 물증을 확보한 상황도 소개했다. B감사관은 “한국부동산원 본사에 자리잡고, 부동산원 지사의 조사자가 매주 입력한 표본 가격과 그 가격을 수정한 로그를 비롯해 다양한 기초 자료를 요구했다”며 “그런데 부동산원의 자료 제출은 원활하지 않았고, 고민 끝에 디지털 포렌식을 실시했다”고 했다.

B감사관은 “부동산원 직원들은 개인별로 (통계 산출) 작업한 파일을 개인 컴퓨터에 저장하지 않고 과별 폴더에 모두 저장하고 있었고, 후임자가 그 폴더를 그대로 인계받아 업무를 하고 있었다”며 “업무별 히스토리(이력) 관리가 빠짐없이 돼 있었다”고 했다.

또 “포렌식을 실시(해서 확보)한 전산 자료를 검토하던 중 부동산원 C과장의 폴더에서 업무 인수인계서를 찾을 찾을 수 있었다”며 “인수인계서에는 통계 조작이 얼마나 극심했는지, 어느 기관에서 통계 조작을 지시했는지, 본사에서 지사에 특정 변동률을 맞추도록 지시한 내부 쪽지까지(있었다)”고 했다. B감사관은 “소위 말하는 ‘스모킹건’을 찾은 것”이라고 했다.

B감사관은 “또 C과장이 대통령비서실과 국토부 등에 매주 (아파트 가격) 변동률을 보고한 메일을 보니, ‘보고한 (조작된) 변동률은 시장 상황을 반영하지 못하는 것이고, 실제 변동률은 그보다 훨씬 높은 수치이며, 민간 통계가 부동산원 통계보다 더 시장 상황을 잘 반영한 수치’라는 내용의 이상한 메일을 여러 개 확인할 수 있었다”고 소개했다. B감사관은 “이 메일은 통계 조작이 이뤄지고 있다는 사실을 대통령비서실과 국토부가 모두 알고 있었다는 것”이라고 했다.

B감사관의 글은 연작의 1편으로, B감사관은 앞으로 여러 편의 글을 통해 통계 조작 감사 과정을 공개할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지난 4월 감사원은 문재인 정부가 5년 임기 대부분 기간에 걸쳐 주택·소득·고용에 관한 통계를 조작·왜곡했다는 감사 결과를 공개했다. 조작은 청와대의 지시나 압박에 따라 이뤄졌고, 문 정부 청와대 정책실장 전원이 연루된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원이 2022년 9월 감사에 착수한 지 2년 7개월 만에 내놓은 결과로, 감사 보고서는 903쪽 분량에 관련 증거 서류는 3만 쪽이 넘는다. 검찰이 통계법 위반 등의 혐의로 11명을 기소해 현재 1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그러나 민주당은 지난 11일 “전 정권이 문 정부가 통계를 조작했다고 결론을 정해놓고, 한국부동산원 직원들이 이를 인정할 때까지 ‘새벽 조사’를 했다고 한다”며 “전 정권의 ‘탄압·조작 감사’와 관련해 국정조사를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