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이 8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이재명 대통령 주재 국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뉴시스

감사원은 8일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이 더불어민주당의 탄핵 소추로 직무 정지돼 있던 기간에 유튜브에 출연해 민주당을 비판하는 발언을 한 것은 공무원으로서의 정치적 중립 의무를 위반한 것이라며 이 위원장에게 주의를 줬다.

이 위원장은 지난해 7월 31일 윤석열 당시 대통령으로부터 방통위원장으로 임명된 당일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와 KBS의 새 이사진을 선임·추천하는 안건을 김태규 당시 방통위 부위원장과 함께 의결했다. 그러자 민주당 등 당시 야당은 ‘방통위는 방통위원 5인으로 구성되는 합의제 기구인데, 국회 추천 위원(여당 1명·야당 2명)이 없는 상황에서 이 위원장이 2인만으로 공영방송 이사 선임안을 의결한 것은 방통위법을 어긴 것’이라며 이 위원장을 탄핵 소추했다. 이 위원장은 8월 2일 국회에서 탄핵 소추안이 가결돼 직무가 정지됐고, 헌법재판소는 지난 1월 23일 이 위원장 탄핵을 4대4로 기각했다.

민주당은 이 위원장 직무가 정지돼 있었던 지난해 11월 14일, 이 위원장이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민주당이나 좌파 집단은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는 집단”이라고 발언한 것이 국가공무원법상 정치 중립 의무를 위반한 것이라며 국회 본회의 의결을 통해 감사원에 이 위원장에 대한 감사를 요구했다.

감사원이 8일 공개한 감사 보고서에 따르면, 이 위원장은 지난해 9~10월 유튜브 방송에 4차례 출연해 민주당을 직접 지칭하거나 민주당임을 유추할 수 있는 낱말을 포함한 발언을 여러 차례 했다.

감사원이 확인한 바에 따르면, 이 위원장은 지난해 9월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진행자가 자신을 ‘보수 여전사’라고 소개하자 “참 감사한 말씀”이라고 화답했다. 9월 10일 방송에서는 “이런 가짜 좌파들하고 싸우는 전사들이 필요하다. 그래서 제가 민주당 의원들에 맞서서 할 수 있는 최소한의 것을 했는데도 국민들이 응원을 해주셨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9월 25일에는 “MBC는 공영 방송이고 양쪽 편을 다 감시하고 보도하는 매체여야 되는데, 민주당(M)방송(B)사(C)다” “민주당은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는 집단이다. 우리가 상상하지 못하는 것도 하는 집단이다”라고 말했다. 10월 4일에는 “(방통위를 상대로 하는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는) 국회 폭력이다. 과방위원장을 포함해 민주당 쪽 위원들이 어떤 사람인지를 사전에 알고 갔는데, 다수가 가진 힘을 그들이 확실하게 보여줬다”고 했다.

이에 대해 감사원은 “이 위원장의 유튜브 출연과 발언 행위는 단순한 개인적 의견 표명을 넘어서는 것으로, 특정 정당에 반대하는 취지가 명백한 발언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이는 특정 정치 세력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드러낸 것으로서, 정치적 편향성을 명백히 드러내는 행위를 수차례 한 것이므로,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할 가능성이 큰 경우에 해당한다”고 했다. 이에 따라 감사원은 이 위원장이 공무원의 정치 운동을 금지한 국가공무원법 65조를 위반했다고 봤다.

감사원은 이 위원장에게 “일반 공직자보다 엄격한 정치적 중립성과 품위 유지가 요구되는 기관장이자 방통위원으로서, 앞으로 유튜브 방송 등의 매체에 출연해 특정 정당 또는 정치 단체를 지지 또는 반대하는 등으로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 의무를 위반하거나 공직사회의 신뢰를 실추시키는 일이 없도록 주의하라”고 통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