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의 검사 탄핵 추진에 반대하는 성명을 낸 검사들에 대해 민주당이 감사원에 감사를 시켰으나, 감사원이 4일 “검사들이 법령을 위반한 것이 없다”며 사건을 종결 처리했다.
지난해 11월 민주당은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사건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를 부당하게 무혐의 처분했다며 서울중앙지검 이창수 지검장, 조상원 4차장, 최재훈 반부패수사2부장을 탄핵 소추하겠다고 밝혔다. 그러자 서울중앙지검 1·2·3차장과 부장검사 33명 전원이 검찰 내부망인 ‘이프로스’에 입장문을 올려 “삼권분립이라는 헌법 정신을 몰각한 탄핵을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서울남부지검 차장·부장검사 16명, 서울중앙지검 부부장검사 21명, 평검사 일동도 잇따라 이프로스에 탄핵 추진을 비판하는 입장문을 올렸다. 대검찰청도 별도로 입장문을 내 “부당한 압력에 굴하지 않겠다”고 했다.
그러자 민주당은 지난해 12월 5일 국회 본회의에서 이창수·조상원·최재훈 검사에 대한 탄핵 소추안을 통과시키면서, 이들에 대한 탄핵에 반대 입장을 낸 검사들을 감사하도록 하는 감사 요구안까지 통과시켜 감사원에 보냈다. 민주당은 감사 요구안에서 검사들이 민주당의 검사 탄핵 추진을 비판하는 입장문을 발표한 것은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 의무와 정치 운동 금지를 위반한 것이라고 했다. 서울중앙지검과 남부지검의 상급 관청인 서울고검과 대검, 법무부가 입장문을 낸 검사들을 징계·감찰하지 않은 것은 직무 유기라고도 했다. 검찰동우회 등이 민주당의 탄핵 소추로 탄핵 심판을 받게 되는 검사들의 변호사비를 지원하는 방안을 추진한 것도 법 위반이라고 봤다.
감사원이 4일 공개한 감사 보고서에 따르면, 감사원은 감사 요구안을 받고 지난 2월부터 감사관 6명을 투입해 4개월 넘게 감사를 진행했다. 이는 국회법에 국회가 요구한 사안에 관해서는 감사원이 무조건 감사를 진행하도록 하는 조항이 있기 때문이다.
그사이 헌법재판소는 이창수·조상원·최재훈 검사에 대한 탄핵 소추를 재판관 8명 만장일치로 기각했다. 헌재는 “수사 관련 직무 집행을 하면서 헌법이나 법률을 위배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감사원은 감사 보고서에서 검사들이 동료 검사에 대한 탄핵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힌 것은 “국회의 탄핵 추진에 따른 검찰 기능의 저하와 검사의 정치적 중립성·독립성 등에 대한 전반적인 우려를 표명한 것”이라며 “공무원의 정치적 행위를 금지한 국가공무원법 등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또 “공익에 반하거나 직무 전념 의무를 해태(解胎·책임을 다하지 아니함)하는 등의 집단적 행위라고 단정하기도 어렵다”고 했다. 감사원은 “(검사들의 입장문은) 검사 탄핵의 정당성 등에 대해 의견을 밝힌 것으로, 특정 정당의 정치 활동에 반대한 것으로 단정하기 어렵다”고도 판단했다.
검사들이 올린 입장문에는 민주당의 탄핵 추진에 대해 “행정권의 본질적인 내용에 대한 침해로서 삼권분립과 법치주의 원리에 위배될 소지” “헌법의 기본 가치를 훼손하고 법치주의를 형해화시키는 위헌·위법적인 시도” 등의 표현을 써 가며 비판하는 대목이 있다. 이에 대해서도 감사원은 “탄핵 추진에 대한 우려를 표명한 것으로, 이를 국회의 고유 권한인 탄핵소추권과 삼권분립 원칙의 부정으로 단정하기 어렵다”고 했다.
법무부·대검 등이 성명문을 낸 검사들을 징계·감찰하지 않은 것이 직무유기라는 민주당 주장에 대해서도 감사원은 “검사들의 공동 입장이 검찰 내부 구성원에게만 공개되는 검찰 내부망에 게시된 점, 검사들이 (이를) 외부에 유출했다고 볼 증거를 발견할 수 없는 점, 검사도 국민의 일원으로서 헌법에 따른 표현의 자유가 인정된다고 한 판례가 있는 점 등을 고려할 때, 검찰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실추시킬 우려가 있는 위신 손상 행위라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검사들이 입장문을 낸 것이 ‘국민 신뢰 실추 행위’에 해당하지 않는 만큼, 법무부·대검 등이 검사들을 감찰할 이유가 없었다는 것이다.
민주당에게 탄핵 소추를 당한 검사들에 대해 검찰 내에서 변호사비 지원 방안이 논의된 것에 대해서도 감사원은 “(검사동우회 간사인) 대검찰청 A검사가 검사동우회의 변호사비 지원 대상을 (탄핵 심판을 비롯한) 헌법소송 등으로 확대하는 것에 대한 의견을 요청하는 쪽지를 전국의 회원들에게 보낸 것”이라고 판단했다. 감사원은 “(이는 A검사가) 회원 상호 간의 친목 도모와 상부상조를 목적으로 하는 검사동우회의 간사로서 탄핵 추진으로 어려움을 겪을 수 있는 검사들의 애로를 해소하기 위한 의견 수렴 과정”이라고 봤다. 그러면서 “국회의 검사 탄핵 소추에 대한 부정이라거나 검사들의 위법한 행위에 대한 비호라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이에 따라 감사원은 국회가 감사를 요구한 검사들에 대해 어떠한 조치도 하지 않고 감사를 종결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감사 대상에 대해 조치할 사항이 없는 경우, 통상적으로는 감사 보고서조차 공개되지 않는다. 그러나 이번 감사는 국회의 요구로 의무적으로 시행된 것이어서, ‘무혐의’ 보고서가 공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