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가 4차 산업혁명 관련 산업의 인력 수급을 잘못 예측해, 정부가 세운 인력 양성 계획이 완수되더라도 반도체 산업 등에서 인력 부족 사태가 벌어질 수 있는 것으로 감사원 감사 결과 드러났다.
감사원이 1일 공개한 ‘4차 산업혁명 대응 점검(인력 양성 분야)’ 감사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7월 교육부는 그때부터 2031년까지 10년간 반도체 인력 15만1000명을 양성한다는 내용의 ‘반도체 관련 인재 양성 방안’을 내놨다. 이 방안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 2022년 6월 7일 국무회의에서 “전 부처가 반도체 인재 양성을 위해 특단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며 특히 교육부 등 관련 부처에 “목숨 걸고 해야 한다”고 당부한 지 한 달 만에 나온 계획이었다.
교육부의 계획은 2022~2031년 반도체 산업 인력 수요가 12만7000명일 것이라는 산업통상자원부의 예측을 바탕으로 한 것이었다. 그런데 감사원이 확인해 보니, 산업부의 예측은 잘못된 것이었다. 반도체 산업이 성장하면서 늘어날 인력 수요만 고려하고, 반도체 산업 종사자 가운데 퇴직하는 사람을 대체할 수요는 추산에서 빠트렸던 것이다. 감사원이 별도의 전문 기관에 의뢰해 이 기간 퇴직자 대체 인력 수요를 전망해 봤더니, 8만9000명이 더 필요하다는 예측이 나왔다.
이와 반대로, 반도체 산업이 성장하면서 늘어날 인력 수요는 과대 전망됐다고 감사원은 봤다. 반도체 산업의 공정이 갈수록 자동화되는 추세를 고려하면, 반도체 산업의 성장에는 점점 더 적은 인력이 필요하게 될 것인데, 산업부가 이를 무시하고 인력 수요를 예측했다는 것이다. 감사원이 한국재정학회에 의뢰해 산업 성장으로 인한 인력 수요를 다시 예측해보게 했더니, 산업부 예측보다 3만5000명 적은 9만2000명에 그칠 것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감사원은 이에 따라 2022~2031년 반도체 산업의 인력 수요는 퇴직자 대체 수요 8만9000명에 성장으로 인한 수요 9만2000명을 더한 18만1000명이 될 것이라고 봤다. 이는 반도체 인력을 15만1000명 양성한다는 교육부 계획의 목표가 달성되더라도 인력이 3만명 부족하게 될 것임을 뜻한다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그런데 이 계획조차도 실제로는 달성되기 어려운 상태라고 감사원은 봤다. 교육부의 15만1000명 양성 계획은 4만6000명은 대학의 반도체 관련 학과가 전공자를 배출해서, 나머지 10만5000명은 정부가 재정을 지원하는 별도의 30개 사업을 통해서 양성하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가운데 1개 사업은 2023년에 이미 폐지됐고, 7개 사업은 반도체 기업 재직자를 대상으로 하는 사업이어서 인력을 신규로 공급하는 효과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감사원은 교육부의 인력 양성 계획으로 공급되는 인력은 10만1000명에 그치고, 산업 현장에서는 인력이 8만명 부족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교육부가 2022년 8월 발표한 ‘디지털 인재 양성 종합 방안’도 문제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방안은 인공지능(AI), 클라우드, 사물 인터넷(IoT), 메타버스, 5G·6G 통신 기술, 일반 소프트웨어, 빅데이터, 사이버 보안 등 4차 산업혁명과 연관된 8개 분야에 대해 2022년부터 2026년까지 5년간 인력 100만명을 양성하겠다는 계획이었다. 그런데 감사원이 확인해 보니, 이 100만명 양성 계획에는 8개 분야 이외의 인력을 양성하는 계획까지 포함돼 있었고, 8개 분야 인력 양성 계획은 실제로는 76만6000명을 양성한다는 내용이었다.
감사원은 이 8개 분야 인력 76만6000명 양성 계획 목표가 100% 달성되더라도, 취업률을 고려하면 8개 분야에 실제로 공급되는 인력은 56만4000명에 불과하게 되고, 이는 이 8개 분야의 인력 수요 73만8000명에 크게 못 미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감사원은 또 교육부의 디지털 인재 양성 계획이 8개 분야 각각의 인력 수급 전망을 빠트린 채로 세워져, AI와 메타버스 분야에는 수요보다 많은 인력이 공급되고, 나머지 6개 분야에는 인력 부족이 벌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AI 분야에서도 전체 인력 공급은 부족하지 않지만, 기술 개발의 핵심인 석·박사급 고급 인력은 수요(2만3000명)에 비해 공급(1만2000명)이 부족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감사원은 산업부와 교육부에 “인력 수요 전망 방식을 합리적으로 개선하고, 핵심 기술 개발에 필수적인 고급 인력이 부족하지 않도록 디지털 분야 인력 공급 대책을 보완하라”고 통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