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례지도사가 입관식에서 노잣돈으로 시신에 5만원권 넣으라고 강요하더니, 유족이 보는 앞에서 돈을 챙겨 자기 호주머니에 넣었다.”
“장례식장에서 꽃과 관, 운구차를 강매해 거절했더니 입관실을 쓰지 못하게 했다.”
국민권익위원회는 이렇게 장례 과정에서 피해를 당했다는 내용의 민원이 2020년 1월부터 이달 3월까지 5년 3개월간 정부 각 기관에 총 551건 접수됐다고 26일 밝혔다. 장례 관련 민원은 코로나19 유행으로 장례식 다수가 축소돼 진행됐던 2020년과 2021년에는 각각 50건, 52건에 그쳤으나, 2022년 이후에는 매년 130여 건이 접수되고 있다. 장례 과정에서 불합리한 요구를 받았다는 민원이 가장 많았고, 음식물을 재사용하는 등 위생상 문제가 있다는 불만과 꽃이 재사용되고 있다는 민원이 그다음으로 많았다.
한 민원인은 가입해둔 상조회사의 장례 서비스를 받으려 했으나, 장례식장 측이 지정한 상조회사를 이용하라고 강요했다고 밝혔다. 다른 민원인도 “모 병원 장례식장은 유족이 개인적으로 상조회사를 이용하거나 장례 비용을 후불하려 하는 경우에는 장례식장을 이용하지 못하게 한다”며 “장례식장의 ‘직영’ 서비스를 이용해야만 장례식을 치를 수 있게 하는 것은 갑질”이라는 의견을 냈다. 또 다른 민원인은 “장례식장이 자기네가 공급하는 유골함과 버스, 수의(壽衣)만 쓰라고 한다”며 “상조회사에 가입한 국민도 있고 회사가 장례를 지원해주는 경우도 있는데, 자기네 상품만 사라고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고발했다.
한 민원인은 장례식장 측이 장례용품을 안내서만 보고 고르게 했다고 지적했다. 민원인은 “‘수의1’ ‘수의2’ 등으로 번호만 붙은 품명과 6만~48만원의 금액이 적힌 가격표만 보여준 상태에서 어떤 수의를 선택할 것인지 물었다”고 했다.
장례 관계자들이 계약한 내용을 지키지 않는다는 민원도 있었다. 관련 민원인은 “상조 도우미 2명은 계약서상 밤 10시 퇴근인데도 마음대로 1시간 일찍 퇴근해버리고, 발인일에는 아침상만 차리고 끝났는데도 8시간 근무한 것으로 청구했다”며 “가족장이라 도우미를 1명만 써도 됐는데, 2인 1조로 3일간 정산한 일당이 무려 70만원이었다”고 토로했다.
장례식장 측이 사용료를 자의적으로 부과하고, 현금 결제를 유도하거나 현금 영수증 발급을 거부하는 등 탈세로 의심되는 행위를 한다는 신고도 있었다. 한 민원인은 “고인이 병원에서 사망해 시신이 같은 병원 장례식장으로 오전 10시쯤 옮겨졌고 장례식장을 다음 날 오전 5시까지 사용했는데 사용료로 2일 치 240만원이 청구됐다”며 “이의를 제기했더니 호텔처럼 ‘얼리 체크인’이라고 하더라”고 했다. 다른 민원인은 “장례식장 계약 전에 시신을 두세 시간 정도 안치실에 모셨는데, 다른 장례식장으로 가겠다고 하니 안치실 사용료로 39만원을 청구하더라”며 “고인을 모시는 게 급해 일단 사용료를 지불하고 영수증 처리를 해달라고 하자 간이 영수증만 만들어줬다”고 했다.
장례식장 직원이 장례식장 주방의 비위생을 신고하기도 했다. 이 직원은 “주방 담당자가 각 빈소에서 상주들이 제사에 사용한 전과 소고기 산적, 사과, 배 등을 버리지 않고, 산적은 육개장에 넣고, 과일은 홍어무침 등에 재사용하고 있다”며 “상주들이 알게 될까 두렵다”고 했다. “제수용품을 유족들 몰래 재사용하면서 각 유족에게 제수 비용으로 15만원씩 받고 있다”는 고발도 있었다.
화환과 관련해서도 재사용을 두고 민원이 접수됐다. 한 민원인은 “모 장례식장은 상주에게 들어온 근조 화환을 상주가 처분하면 불이익을 준다고 협박해 화환을 남겨두게 하고, 이를 특정 꽃집이 독점적으로 처분하도록 해 폭리를 취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화환 배송 업체들이 화환을 수거해 꽃집에 다시 팔면서, 모든 거래를 현금으로만 한다”며 “화환 수거권을 얻기 위해 장례식장에 뒷돈을 주는 일도 횡행하고 있다”는 신고도 있었다.
권익위 유철환 위원장은 “국민 대부분이 생애 한 번 이상 유족이 되는 경험을 하지만, 장례식장 이용과 관련해 불만이 있어도 고인에 대한 예의와 장례 절차로 인해 직접적으로 문제를 제기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권익위는 이번 민원 분석 결과를 통해 나타난 개선 요청 사항 등을 토대로 장례식장 관련 제도 개선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