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가스공사 인천생산기지 전경. /한국가스공사

한국가스공사가 인천과 경기 평택시에 세워놓은 액화천연가스(LNG) 저장 탱크에 불이 났을 때, 이를 진압하는 핵심 장비인 ‘고발포 포소화 설비’ 가운데 정상 작동하는 것으로 확인된 설비가 하나도 없는 것으로 감사원 감사에서 드러났다. 감사원은 가스공사의 화재 대비가 부실할 뿐 아니라, 방화 범죄 이력이 있는 사람에게 상시 출입증을 발급해주는 등 시설 보안도 허술하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감사원이 12일 공개한 가스공사 감사 보고서에 따르면, 가스공사는 인천과 평택에 있는 LNG 생산기지 내 LNG 저장 탱크와 부두 등 15곳에 포소화 설비를 설치해뒀다. 가스가 누출돼 불이 났을 때, 소화약제와 물을 섞어 만들어낸 거품으로 가스를 덮어 불을 끄는 장비다.

가스공사의 자체 안전 지침에 따라 가스공사는 이 포소화 설비를 매년 시험 작동시켜 정상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그런데 감사원이 확인해 보니, 가스공사는 15곳 가운데 7곳에 대해서는 작동 시험을 한 번도 하지 않았고, 6곳에 대해서는 1~2번만 한 것으로 드러났다. 안전 지침대로 매년 작동 시험을 한 곳은 없었다.

그래서 감사원이 이 가운데 5곳을 시험 작동시켜 보니, 정상 작동한 설비가 하나도 없었다. 소화약제를 물과 섞는 곳으로 보내는 펌프가 고장 나 있거나, 도관이 깨져 있어 소화약제와 물이 거품 발생기로 공급되지 않는 등의 문제가 있었다.

감사원이 인천·평택을 비롯한 LNG 생산기지 5곳에 있는 분말 소화 설비 237기 가운데 29기(12.2%)를 표본으로 삼아 점검해 봤더니, 13곳(44.8%)의 소화약제가 기준 미달로 교체해야 하는 상태였다. 예비 소화약제 보유량도 5곳 모두 기준 미달이었고, 제주생산기지는 예비 보유량이 0이었다.

가스공사는 또 모두 국가보안시설에 해당하는 본사와 지역본부, 생산기지에서 누구에게 상시 출입증을 발급해줄지를 정하는 기준도 만들어놓지 않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자체 기준을 두고 있었던 삼척생산기지를 제외한 다른 모든 가스공사 시설에선 아무 기준 없이 담당자의 자체 판단만으로 상시 출입증 발급 여부를 결정하고 있었다.

감사원이 2021년부터 지난해 6월까지 4년 6개월간 가스공사 시설 상시 출입증을 발급받은 2593명을 조사해 보니, 346명(13.3%)에게 범죄 이력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가운데 9명은 강도·성폭력·절도 등의 중범죄 전과가 있었고, 1명은 방화 전과까지 있었다. 13명은 사기·폭행·상해 등으로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2년이 지나지 않은 상태였다.

감사원은 가스공사에 소방·보안 관련 업무를 철저히 하고, 가스공사 시설 중 국가보안시설에 대한 상시 출입 허가에 관한 기준을 마련하라고 통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