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이 공적자금 3조1785억원을 투입해 인수한 대우건설을 자회사를 통해 매각하면서 1조원 넘게 손실을 봤지만, 자회사는 ‘성공 보수’로 750억원을 챙기고 자회사 임직원들은 45억원을 성과급으로 가져간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이 6일 공개한 감사 보고서에 따르면, 산은은 2019년 KDB인베스트먼트(KDBI, 현 산은인베스트먼트)를 설립하고 대우건설 지분 전부를 KDBI에 1조3606억원에 넘겼다. KDBI는 2021년 6월 대우건설 지분을 입찰에 부쳤고, 중흥건설이 2조3625억원, DS네트웍스가 1조7929억원을 써냈다. 응찰가 차이가 5000억원에 달한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자, 중흥건설 측은 재협상을 요구했다. 결국 KDBI는 비공개 협상 등을 거쳐 중흥건설에 대우건설 지분을 2조671억원에 팔았다.
애초 공적자금 3조1785억원이 투입됐기 때문에 손실은 1조1114억원에 달했다. 그러나 KDBI는 산은에서 1조3606억원에 사들인 지분을 팔아 7065억원 수익을 낸 것이라며 750억원을 성공 보수로 챙겼다. 임직원 11명은 이 가운데 44억9500만원을 성과급으로 나눠 가졌다.
감사원에 따르면 국가계약법령 때문에 KDBI는 처음부터 산은의 구조조정 전문 자회사가 될 수 없었지만, 이동걸 당시 회장의 의지가 강하다는 이유만으로 KDBI 설립을 강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KDBI는 대표이사와 고위 간부를 모두 산은에서 데려왔고, KDBI 임직원들은 무단 결근과 지각을 일삼았다. 이들이 평일에 골프장을 이용한 경우는 48차례에 달했다. 대표이사와 부사장, 실장은 업무용 차량을 주말과 휴일에도 사용하면서 유류비와 대리운전비를 포함해 2696만원을 회사에 청구했고, 회삿돈 20억원으로 골프장 VIP 회원권을 사들여 썼다. 운용지원실장은 이 회원권으로 배우자·자녀와 함께 골프를 쳤다가 적발되기도 했다. KDBI는 2022년 설 선물로 쓰겠다며 1병당 8만원짜리 와인 250병을 구입했는데, 어디에 쓰였는지에 관한 기록은 남아 있지 않았다. 그런데도 산은은 2019년 KDBI 설립 후 2023년까지 4년간 KDBI를 한 차례도 감사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