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4일 “감사원이 발표한 선관위 직무 감찰 결과에 따른 일부 고위직 자녀 경력 채용 문제와 복무 기강 해이 등에 대해 국민 여러분께 깊이 사과드린다”고 했다. “공정과 신뢰가 생명인 선관위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선거 과정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에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고도 했다. 감사원이 지난달 27일 ‘선관위가 최근 10년간의 모든 경력직 채용에서 규정을 878건 위반했고, 선관위 간부 자녀와 친인척들이 특혜 채용됐다’는 감찰 결과를 내놓은 지 닷새 만의 반응이다.

그러면서도 선관위는 헌법재판소 결정을 근거로 “선관위는 감사원의 직무 감찰 대상에서 제외된다”며 앞으로 감사원 감찰을 받지 않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선관위는 2023년 6월 ‘감사원에 선관위 감찰권이 없다’고 주장하면서도 ‘국민적 의혹 해소’를 위해 감사원 감찰을 수용했고 그 결과가 이번에 나온 것인데, 앞으로는 이런 ‘외부 감찰 수용’도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선관위는 그 대신 “국회에 의한 국정조사와 국정감사 등의 외부적 통제”를 받겠다며, “국회에서 통제 방안 마련 논의가 진행된다면 적극 참여할 예정”이라고 했다. 하지만 국회의 국정조사·국정감사는 지금도 있는 장치로서 선관위에 대한 외부 감시가 강화되는 것이라 볼 수 없고, 선관위 앞에서 ‘을’의 입장인 국회의원들이 선관위에 대한 실효성 있는 추가 통제 방안을 마련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선관위는 “외부 인사가 주도하는 한시적 특별위원회를 구성하는 방안도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이는 선관위 외부 인사가 부분적으로 참여하지만 결국 선관위 ‘내부’에 있는 임시 기구다. 선관위는 지난해 외부 인사를 내부 감사 기구에 참여시키고는 이를 헌재에 ‘내부 감사 기구의 독립성을 강화했으니 감사원 감찰은 불필요하다’고 주장하는 근거로 썼다.

선관위의 이날 사과는 보도 자료 배포 형식으로 이뤄진 ‘서면 사과’였다. 선관위는 “고위직 자녀 채용 등의 문제를 원천 차단했고, (채용 비리가 있었던 것으로 드러난) 지방공무원 대상 경력 채용 제도는 실시하지 않고 있으며 앞으로도 실시하지 않을 예정”이라고도 했다.

한편 선관위가 비리 직원들을 문책하고 비리 재발을 자체적으로 방지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라는 지적도 나온다. 선관위는 부정 채용된 고위직 자녀·친인척 10명 중 5명만 2023년 7월 업무에서 배제했다가 지난해 1월 복귀시켰고, 현재는 10명 모두 정상 근무시키고 있다는 사실이 이날 드러났다. 감사원에 따르면, 선관위는 부정 채용된 김세환 전 사무총장 아들에게 규정을 어기고 관사를 제공한 간부에 대해서는 실질적으로 불이익이 없는 ‘불문경고’ 징계만 했다. 2022년 대통령선거 ‘소쿠리 투표’ 사태의 책임을 물어 정직 3개월 징계를 내렸던 고위 간부는 징계 기간이 끝나자마자 고향인 충북선관위 상임위원(1급)으로 발령받았다. 이와 관련해 선관위는 “감사원 감찰이 종료되지 않아 징계 절차가 중단됐던 것”이라며 “관련 규정에 따라 신속하고 엄중하게 조치할 예정”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