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이 제각기 직원을 채용하는 과정에서 비리가 벌어진다는 지적이 잇따르자, 국민권익위원회가 각 공공기관을 관장하는 정부 부처와 지방자치단체에 ‘통합 채용’을 실시하라고 권고했다. 각 공공기관이 어느 자리에 몇 명을 뽑아야 하는지를 상급 부처나 지자체에 알리면, 부처나 지자체가 여러 공공기관의 채용 수요를 모아서 한꺼번에 채용 공고를 내고, 원서 접수와 필기 전형까지 직접 관리하라는 것이다. 권익위는 이를 통해 공공기관의 소수 임직원이 특정인을 위해 ‘맞춤형 채용 공고’를 내는 등의 채용 비리 소지를 없앨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철환 국민권익위원장은 20일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을 통해 권익위가 최근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공공기관 직원 채용 시험 관리 실효성 제고’ 방안을 기획재정부와 행정안전부, 17개 광역자치단체에 권고했다고 밝혔다.
유 위원장은 “소규모 공공기관의 경우 기관 자체적으로 채용을 진행하는 경우가 많고, 그 과정에서 시험 비용 과다 소요, 담당 인력 부족 등 경제적·행정적 측면에서 여러 가지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며 “특히 규모가 작은 기관일수록 비용 문제로 필기시험을 생략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서류와 면접 전형만으로 채용을 하다 보니 채용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둘러싼 논란이 매년 반복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 위원장은 “이에 권익위는 공공기관 채용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행정상의 비효율을 제거하고, 불공정 사각지대를 개선하기 위해 금번 제도 개선을 추진하게 됐다”고 했다.
권익위가 권고한 ‘공공기관 통합 채용 제도 도입 확대’는 공공기관의 상급 감독 기관이 산하 공공기관의 채용 업무를 위탁받아 일괄 진행하는 것으로, 일부 지자체가 이미 시행하고 있다. 권익위는 이를 전면적으로 확대해, 광역자치단체 산하 지방공공기관의 통합 채용은 광역자치단체가, 중앙공공기관의 통합 채용은 기재부가 주관하라고 했다. 공공기관은 필기 전형을 통과한 지원자들을 대상으로 서류 전형과 면접 전형, 합격자 결정 등 채용 전형 후반부만 직접 하게 된다. 권익위는 다만 통합 채용은 소규모 공공기관의 채용에 대해 먼저 적용하고, 대규모 공공기관까지 적용 범위를 점진적으로 확대하라고 했다.
권익위는 또 통합 채용에 참여하는 공공기관에는 경영 평가 등에서 인센티브를 부여하고, 통합 채용에서는 필기 전형을 의무적으로 실시하도록 해 불공정 채용 논란이 일 소지를 없애라고도 권고했다.
유 위원장은 “이번 제도 개선으로 공공기관 직원 채용 업무의 효율성과 공정성이 높아지기를 기대한다”며 “행정적·경제적 부담 때문에 신규 채용을 망설였던 공공기관이 통합 채용을 통해 신규 채용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선다면, 취업을 준비하고 있는 청년들에게 더 공정하고 예측 가능한 취업 기회가 주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