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7일 한문희(오른쪽 둘째) 한국철도공사(코레일) 사장이 부산 철도차량정비단을 찾아 고속열차 정비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코레일

한국철도공사(코레일)가 불량 침목(枕木·선로 아래에 깔아 선로를 떠받치는 토막)을 납품받고 이를 제대로 검사하지 않아, 철도에 불량 침목이 그대로 사용된 것으로 감사원 감사에서 확인됐다.

감사원이 20일 공개한 코레일 정기 감사 보고서에 따르면, 코레일은 2022년과 2023년 민간 업체 A사를 상대로 콘크리트 침목 25만5142개를 구매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대금은 130억9100만원이었다.

계약 조건은 A사가 침목을 직접 생산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A사가 납품한 침목 가운데 38.9%만 A사가 직접 생산한 것이었고, 61.1%는 다른 업체가 생산한 것이었다. A사는 다른 업체 침목에 ‘형식 승인’ 스티커만 붙여 납품한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은 코레일이 이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판단했다. 코레일의 납품 검사 담당자들이 A사가 아닌 다른 업체 공장으로 가서 납품 검사를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코레일은 계약 위반을 알고서도 아무 조치를 하지 않았다.

코레일 담당자들은 오히려 A사가 제시한 침목 몇 개에 대해서만 겉모습을 확인하고 치수를 측정해 놓고, 전수 검사를 한 것처럼 허위로 검사 조서를 쓰는 등 검사를 부실하게 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 결과, A사가 납품한 침목이 설치된 일부 고속철도 선로에선 궤간이 표준 궤간(1435mm)보다 벌어지는 현상이 나타났고, 해당 구간에 쓰인 A사 납품 침목 전체가 하자 처리됐다. 이와 별도로 감사원이 직접 A사 납품 침목 가운데 약 2000개를 뽑아 검사한 결과, 13%가 규격에 미달하는 불량 침목인 것으로 확인됐다.

감사원은 “규격 미달 침목이 궤도에 설치돼 열차 운행의 안전성이 저해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감사원은 코레일에 불량으로 확인된 침목은 전량 교체하며, A사 납품 침목이 이미 설치된 구간에 대해서는 선로 점검을 강화하라고 통보했다. 또 A사의 입찰을 제한하고, 계약·검사 업무를 소홀히 한 담당자 5명을 징계하고 1명에게는 주의를 주라고 통보했다.

감사원은 코레일 일부 직원이 가짜 병가를 내고 개인 활동을 한 사실도 적발했다. 감사원에 따르면, 코레일 직원들의 병가 사용일수는 2019년 9만4370일에서 2023년 14만3995일로 4년 만에 52.6% 늘었고, 코레일 내에서도 가짜 병가를 낸 일부 직원이 해외여행을 다닌다는 제보가 잇따랐다. 감사원이 확인해 보니, 직원 B는 2023년과 지난해에 병가를 24일 내고 필리핀 등을 여행했으며, 이 기간에 연차를 사용하지 않은 것에 대한 수당으로 415만8000원을 챙겼다. 직원 C는 2023년 5월 코로나에 걸렸다며 병가를 내고 베트남을 여행하고, 같은 해 11월에는 산업안전보건위원회에 참석하겠다고 신고하고 필리핀을 여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직원이 낸 가짜 병가와 ‘근무 협조’ 신청일수는 22일에 달했고, 연차 수당으로 394만1000원을 받았다. B, C를 포함해 코레일 직원 243명이 병가 등의 기간에 해외여행을 다녀온 것으로 드러났고, 이들이 부당하게 받은 연차 수당은 총 9910만원이었다. 직원 17명은 병가 등의 기간에 경마장에 52차례 다녀온 것으로 확인됐다. 코레일이 이들에게 내준 연차 수당은 769만원이었다.

한편 코레일은 자체 인사 규정에 따라 음주 운전 단속에 적발된 직원은 징계하고, 승진과 표창을 제한하고 있다. 그러나 2021년부터 지난해 4월까지 음주 운전으로 적발된 직원 186명 가운데 37명이 징계를 받지 않고 승진했고, 44명은 표창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혈중 알코올 농도 0.16%로 음주 운전을 했다가 적발돼 운전면허가 취소되고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직원까지 다른 사유로 표창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코레일 일부 직원은 음주 상태로 열차를 운전하기도 한 것으로 드러났다. 기관사 D는 2023년 8월 15일 오후 2시 25분 음주 운전으로 경찰에 단속됐는데, 6시간여 뒤인 오후 8시 34분부터 열차를 몰았다. D가 경찰 음주 단속에 적발됐을 때의 혈중 알코올 농도는 0.217%였고, 감사원이 위드마크 공식을 적용해 추정한 결과로는 D가 열차를 운전할 당시 혈중 알코올 농도는 0.0325%였다.

감사원은 코레일에 가짜 병가 등을 내고 여행이나 경마장을 다녀온 직원들을 징계하고, 과다 지급한 연차 수당을 회수하라고 통보했다. 또 음주 운전을 하고도 징계를 받지 않은 직원들에 대해 적정한 조치를 하고, 철도 종사자에 대한 음주 측정과 관리·감독을 철저히 하라며 주의를 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