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북촌로에 위치한 감사원 전경./조선일보 DB

감사원이 올해 국민적 관심 사안을 골라 하는 이른바 ‘기획 감사’를 예년의 절반 수준으로 줄일 계획인 것으로 13일 나타났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이 올해 예산 심사 때 감사원의 정보 수집과 감사 활동에 필요한 특수활동비(특활비)와 특정업무경비(특경비)를 전액 삭감하고, 국회에서 일방 처리해 넘긴 감사 요구 안건이 적잖기 때문이다. 감사원은 감사에 필요한 경비를 조달할 방법이 마땅치 않고 야당이 요구한 감사 안건이 줄줄이 쌓여 있어, 올 한 해는 통상적인 정기 감사 위주로 조직을 운영할 계획이다.

그래픽=김현국

감사원은 이날 공개한 올해 감사 계획에서 감사 주제를 감사원이 발굴해 진행하는 ‘성과·특정 사안 감사’를 지난해(46건)의 절반 수준인 25건만 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대신 정부 부처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에 대한 정기 감사를 지난해 54건에서 올해 83건으로 53.7% 늘렸다.

정기 감사는 감사원이 각 기관에 문제가 없는지 2~4년에 한 번씩 확인하는 감사다. 반면 기획 감사라고도 불리는 성과·특정 사안 감사는 국가적 현안으로 떠오른 문제나 중대한 부정부패 의혹이 있을 때 관련 기관·공직자를 대상으로 실시하는 감사다. 검찰·경찰의 특별 수사나 국세청의 특별 세무조사와 비슷한 성격의 감사다. 월성 원전 경제성 평가 조작, 국가 통계 조작,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은폐·왜곡 등 현 정부 들어 감사원이 진행한 전 정부 관련 부패·비위 의혹 사건 감사 대다수가 특정 사안 감사였다.

그래픽=김현국

그러나 민주당이 올해 예산에서 감사원의 특활비·특경비 예산을 전액 삭감해 일방 처리하면서 감사원이 성과·특정 사안 감사를 예년처럼 하기엔 일손과 자원이 부족해졌다는 게 감사원 설명이다. 민주당 등 야당이 자신들의 관심사와 관련한 감사를 요구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고 한다. 황해식 감사원 기획조정실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작년 가을 이후 국회의 감사 요구가 유례없이 많은 29건이 접수됐고, 감사원이 기존 체제를 유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밝혔다.

현행법에 따르면, 대통령을 비롯한 어느 정부 기관도 감사원에 특정한 사안에 대한 감사를 하라고 강제할 수 없다. 유일한 예외가 국회다. 국회가 특정 사안에 대해 감사하라고 본회의에서 의결하면 감사원은 무조건 감사에 착수해 5개월 안에 국회에 결과를 보고해야 한다. 이 제도는 과거에는 여야가 국회 국정조사 등에서 발견한 의혹을 감사원에 규명하도록 하는 데 주로 활용됐다. 그러나 최근에는 거대 야당이 파헤치고 싶은 사안에 대해 감사원에 감사를 강제하는 데 쓰이고 있다.

그래픽=김현국

21대 국회(2020~2024년) 4년간 국회가 감사원에 요구한 감사는 16건이었는데, 22대 국회 들어서는 출범 9개월 만에 국회의 감사 요구가 29건에 이르렀다. 대부분 야당이 일방 처리한 사안이다. 민주당의 검사 탄핵에 반대하는 성명을 발표한 검사들에 대한 감사, 감사원이 이미 결과를 발표한 대통령실 용산 이전에 대한 재감사,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이 직무 정지 기간에 정치적 중립 의무를 위반했다는 의혹에 대한 감사 요구 등이다.

감사원은 올해 정기 감사 계획을 크게 늘린 데 대해 공식적으로는 “공직 사회가 어수선한 상황에서 공직자가 본연의 임무를 잘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감사원 관계자는 “피감 기관이 제출한 문서를 검토하고 담당자를 조사하는 정기 감사와 달리 성과·특정 사안 감사는 감사관들이 사람들을 만나 첩보를 수집하고 현장에 가서 직접 확인하는 등 활동비와 인력이 필요한 경우가 많아 감사원이 짜낸 고육책”이라고 했다. 실제로 야당이 올해 예산에서 감사원 특활비 15억원 전액과 특경비 45억원 전액을 삭감하고, 감사 출장 여비 전체의 20%에 해당하는 11억원도 삭감하면서 감사관들은 사비를 들여 출장을 다니는 것으로 전해졌다.

☞성과·특정 사안 감사

정기 감사는 감사원이 정한 주기에 따라 2~4년에 한 번씩 정부 부처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감사다. 특별한 감사 사안이 불거지지 않더라도 기간이 도래하면 감사가 진행된다. 일명 ‘기획 감사’로 불리는 성과·특정 사안 감사는 감사원 판단에 따라 정부의 특정 정책이나 제도에 문제점이 없는지를 점검하거나(성과 감사), 언론 보도나 감사원 첩보 수집 활동으로 인지한 비위 의혹을 감사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