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권익위원회는 11일 국제투명성기구의 2024년도 국가청렴도(CPI·부패인식지수) 조사에서 한국이 100점 만점에 64점으로 180국 가운데 30위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전년도보다 점수는 1점, 순위는 2계단 올라, 역대 최고 점수와 순위를 기록했다.
국가청렴도는 각국 공공·정치 부문의 부패 수준을 평가하는 지표로, 점수가 높을수록 청렴하다는 것을 뜻한다. 한국의 국가청렴도는 2012년 지표 체계가 개편된 뒤 2016년 53점, 52위로 최저를 기록했다가 이후 급속히 개선돼 2022년 63점으로 31위를 기록했다. 2023년에는 63점으로 그대로였으나 대서양의 섬나라 카보베르데의 국가청렴도가 상승하면서 순위는 32위로 떨어졌었다. 그러나 지난해 점수가 오르면서 순위 상승세가 회복됐다.
국가청렴도가 가장 높은 국가는 덴마크로 90점이었고, 핀란드가 88점으로 그다음이었다. 싱가포르(84점), 뉴질랜드(83점), 룩셈부르크·노르웨이·스위스(각 81점), 스웨덴(80점), 네덜란드(78점), 호주·아이슬란드·아일랜드(각 77점), 에스토니아·우루과이(각 76점)가 그 뒤를 이었다. 독일(75점)이 16위, 일본·영국(각 71점)이 20~21위, 프랑스·대만(각 67점)이 25~26위였고, 미국은 65점으로 28위였다.
권익위는 이번 결과에 관해 “반부패 법·제도 운영을 통한 부패 방지 노력, 부패 신고 제도 개선, 공익 신고자 보호·지원 강화, 지방 의회 실태 점검, 채용 비리와 같은 사회적 부패 현안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 등, 국가적 차원의 지속적인 반부패 정책 추진 노력 및 성과가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와 함께 권익위는 “코로나 위기가 끝나고 일상으로 복귀하면서 코로나 관련 부패가 일부 감소해, 국내외 기업인들이 부패가 개선됐다고 인식하는 것으로 보인다”고도 했다.
한국 국가청렴도 평가에는 세계경제포럼, 정치경제위험자문공사, 민주주의다양성연구원, 베텔스만재단 등의 평가가 반영됐다. 베텔스만재단은 “한국은 정치인과 공직자 부패에 대한 처벌 제도가 다수 존재하고, 실제로 부패 사건에 연루된 많은 공직자를 엄격히 처벌한다”고 했다. 또 “한국 국민과 시민·사회단체, 언론은 고위층의 권력 남용에 민감하고 효과적으로 반응하며, 청탁금지법은 한국의 문화를 변화시키는 데 큰 영향을 미쳤다”고 했다.
다만 한국의 국가청렴도가 절대적으로 높은 편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70점을 넘어야 ‘사회가 전반적으로 투명한 상태’로 평가되고, 한국(64점)이 있는 50·60점대는 ‘절대적인 부패로부터 벗어난 정도’로 해석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38국 가운데서도 21위로 중위권이다.
대통령이 부패 사범까지 사면하는 관행과 대기업에 의한 부패가 한국 국가청렴도의 추가 개선을 가로막고 있다는 비판도 나왔다. 베텔스만재단은 “‘권력 남용→정치적 목적이 담긴 수사→대통령 사면’이라는 악순환의 고리는 한국이 법치주의 평가 세부 항목 중 반부패 분야에서 가장 저조한 성적을 거두게 하는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또 “한국이 대기업에 의한 부패 및 알선수뢰 척결에는 미미한 성과를 거뒀다”며 “대기업에 과도한 경제적 권력이 편중돼 있고, 대기업들이 법을 존중하지 않는다”고 우려했다. 정치경제위험자문공사는 “한국 정치인들이 제기한 부패 의혹으로 부패 문제가 부풀려지고, 정책 수립에 방해가 되고 있다”며 이런 의혹 제기가 “언론과 자본시장, 많은 공공기관의 청렴 관련 명성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했다.
권익위 유철환 위원장은 “겸허한 마음으로 보다 청렴하고 공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