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용 물품 공급 계약을 해주겠다며 민간 업체에 지인 선물비와 배우자 자동차 할부금 등을 대납시킨 공무원이 국민권익위원회에 적발됐다. 권익위는 해양수산부 산하 지방해양수산청 소속인 이 공무원에 대해 뇌물·배임 혐의가 있다고 보고 사건을 대검찰청에 넘겼다고 10일 밝혔다.

권익위에 따르면, 동해를 관할하는 한 지방해양수산청에서 주무관으로 근무하는 A씨는 2021년부터 관용 안전용품을 구매하는 업무를 맡았다. A씨는 동료였던 B씨가 배우자 명의로 운영하는 안전용품 납품 업체와 납품 계약을 체결하겠다면서, 그 대가로 B씨에게 금품을 요구했다.

이에 B씨는 A씨의 배우자나 지인을 통해 A씨에게 우회적으로 금품을 지급했다. B씨는 A씨 배우자 명의로 된 그랜저 승용차의 할부금을 대신 내줬고, A씨 배우자 생일 무렵에는 축하금 명목으로 A씨 배우자 계좌에 200만원을 입금했다. A씨가 지인에게 몰티즈 품종 개 한 마리를 사서 선물로 주겠다고 하자, B씨는 개 값 80만원도 대신 냈다.

A씨는 다른 업체를 통해서도 돈을 챙겼다. A씨는 안전용품 구매 발주를 하면서 일부러 실제보다 높은 가격을 책정했고, 이 가격에 납품 계약을 한 업체는 A씨가 올린 금액만큼을 제3의 업체와 거래한 것으로 위장해 처리했다. 제3의 업체는 차액을 A씨에게 보내는 식이었다.

A씨의 업무 관련 금품 수수는 지난해 초까지 계속됐으나, 관련자가 이를 권익위에 제보하면서 꼬리가 잡혔다. 권익위는 A씨가 B씨 등에게 금품을 요구해 받은 정황이 담긴 모바일 메신저 대화 내역을 확보했다. 또 A씨가 물품 구매 가격을 높여 발주하면서 지방해양수산청이 2000만원 넘게 손해를 본 사실을 확인했다. 다만 권익위에는 강제 수사권이 없어, A씨 등의 계좌를 직접 들여다보지는 못했다. 권익위는 A씨의 금품 수수가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최근 검찰에 사건을 넘겼다.

권익위 이명순 부패방지 담당 부위원장은 “발주 담당 공무원이 각종 수법을 동원해 뇌물을 수수한 사건으로, 안전한 환경을 조성하고 국민의 혈세 낭비를 막기 위해선 이런 사건이 반복돼서는 안 된다”며 “특히 지역에서 근무하는 공무원과 그의 동료, 가족이 운영하는 지역 업체 등이 유착된 토착 비리라는 점에서, 철저한 수사와 재발 방지가 필요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