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국무총리가 3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덕수 국무총리는 3일 더불어민주당이 정부가 낸 내년 예산안 일부 항목을 임의로 삭감한 ‘감액 예산안’ 처리를 추진한 데 대해 “야당이 감액하려는 예산은 대외 불확실성으로 인한 우리 경제의 리스크를 줄이고, 반도체·AI(인공지능) 등 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꼭 필요한 예산”이라고 비판했다.

한 총리는 이날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며 “정부가 제출한 내년도 예산안에는 생계급여 인상, 소상공인 맞춤형 지원 확대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고, 필수 의료 확충, 선도형 R&D(연구·개발) 투자 등 우리의 미래와 성장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사업들이 담겨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한 총리는 “(예산안이) 이대로(민주당의 감액안대로) 통과되면, 청년도약계좌, 소상공인 추가 지원 등 여전히 어려움을 겪고 있는 민생과 지역 경제를 회복시키기 위한 사업들도 제대로 추진할 수 없다”고 했다.

한 총리는 민주당이 정부가 4조8000억원을 책정하겠다고 한 예비비의 절반인 2조4000억원을 삭감하려 하는 데 대해서도 비판했다. 한 총리는 “대규모 재해·재난 등 예기치 못한 상황에서 국민들의 피해를 신속히 복구하기 위해 쓰일 예비비, 딥페이크·마약·도박 등 각종 민생 범죄 수사에 필요한 경비를 삭감하는 것은 국민과 민생을 외면하는 처사”라고 했다.

이날 국무회의에서도 올해 예비비 예산의 일부를 구직촉진수당 지급에 쓰는 안건이 의결됐다. 구직촉진수당은 구직자가 취업 활동 계획을 세우거나 정부의 구직 활동 지원 프로그램을 이수하는 등의 방법으로 적극적인 구직 의사를 보인 경우, 정부가 ‘국민취업지원제도’에 따라 구직 활동과 당장의 생활에 필요한 자금으로 지원해주는 돈이다. 국민취업지원제도 예산은 별도로 있지만, 참여 인원이 정부 예상보다 늘어나면서 예산이 부족해져 예비비에서 608억3600만원을 끌어다 쓰게 됐다.

한 총리는 민주당의 ‘삭감 예산안’ 강행 추진 등으로 예산안 처리가 지연되고 있는 데 대해 “예산안 의결이 지연되면 중앙정부, 지자체, 공공기관 등이 사업을 준비하는 데 차질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며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과 국가 경제에 돌아가게 된다. 국무총리로서 매우 걱정스럽고 안타까운 심정”이라고 했다.

한 총리는 그러면서 “내년도 예산안이 하루라도 빨리 여야 간 합의를 거쳐 처리될 수 있도록, 국회의 초당적 협력을 다시 한 번 당부드린다”고 했다. 이어 “각 부처는 마지막까지 소관 사업 예산의 취지 및 필요성 등을 국회와 국민들께 충분히 설명해주시고, 예산안이 통과되면 신속하게 집행할 수 있도록 필요한 준비에 만전을 기해 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한 총리는 한편 최근 경제 상황에 관해 “경제 회복의 온기가 국민의 삶 구석구석까지 스며들지 못하고 있어 안타까운 마음”이라고 했다. 이어 “윤석열 정부 후반기에는 전반기의 성과를 바탕으로 국민 모두가 미래에 대한 희망을 갖고 뛸 수 있도록, 내수와 소비를 진작하고 양극화를 해소하는 데 정부의 정책적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총리는 각 부처에 “현장의 목소리를 전향적으로 수용해, 세제 혜택, 규제 혁신, 관광 활성화 등을 통한 특단의 소비 진작 방안을 강구해주기 바란다”고 주문했다. 또 “무엇보다 속도가 중요한 만큼, 법률 개정 전이라도 시행령이나 각종 지침 개정 등을 통해 추진 가능한 과제부터 적극 발굴해주기 바란다”며 “내년도 업무 계획에 양극화 해소를 위한 실효성 있는 방안들이 담길 수 있도록 국민들과 충분히 소통하며 대안을 모색해주시기를 당부드린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