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영화 ‘시민덕희’의 실제 주인공인 보이스피싱 신고자 김성자(50)씨에게 포상금 5000만원을 지급한다. 김씨는 보이스피싱 조직에 관한 증거를 직접 모아 경찰이 범인을 검거하는 데 결정적으로 기여했지만, 경찰은 김씨의 공로를 숨기다가 사실이 드러나자 김씨에게 100만원만 주려고 했고, 이를 알게 된 검찰의 추천으로 국민권익위원회가 김씨에게 포상금을 주게 됐다.
지난 1월 개봉한 보이스피싱 범죄 추적극 ‘시민덕희’는 김씨의 실화를 소재로 했다. 경기 화성시에서 세탁소를 운영하던 김씨는 2016년 은행 직원을 사칭한 보이스피싱 조직원에게 속아 11차례에 걸쳐 2730만원을 송금했다. 나중에 김씨는 자기에게 사기를 쳤던 조직원에게 “범죄 조직에서 벗어나고 싶으니 도와달라”는 전화를 받았다. 김씨는 조직원과 전화·이메일로 연락하며 피해자 명단과 총책의 신상 정보, 사무소 위치, 총책의 귀국 비행편 정보까지 입수해 경찰에 넘겼다.
김씨 신고로 총책이 검거됐고, 피해자 72명이 1억3500만원 피해를 본 사실이 확인됐다. 보이스피싱 조직이 다른 234명에게도 범행을 하려 했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그러나 경찰은 범인을 알아서 검거한 것처럼 홍보했고, 김씨의 기여가 밝혀지자 김씨에게 포상금으로 100만원 지급을 제안했다. 김씨는 이를 거절했다. 총책은 징역 3년을 선고받았으나 김씨는 피해 금액을 돌려받지 못했다.
이를 알게 된 대검찰청이 이원석 검찰총장 지시로 권익위에 김씨에 대한 포상금 지급을 추천했고, 권익위는 “사건 해결을 위한 노력과 공익 증진 기여가 높이 평가된다”며 김씨가 피해를 본 금액의 약 2배인 5000만원을 포상금으로 지급하기로 결정했다. 공익신고 포상금은 전액 비과세된다.
김씨는 2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정승윤 권익위 부위원장에게 포상금 지급 증서와 기념품을 받았다. 김씨는 “보이스피싱을 당하고 일주일은 술과 수면제를 먹으면서 자책했다. 아들이 죽지 말라고 해 새벽에 벌떡 깨어났는데, 정신이 번쩍 들면서 ‘범인을 잡아야겠다’는 오기가 생겼다”고 했다. 김씨는 “경찰에 증거를 갖다줄 때마다 경찰이 안이하게 대하는 것을 봤지만, 피해자 중 한 사람이 자살하는 것을 보고 다시 오기가 생겼다. 앞만 보고 달렸다”고 했다. 그는 “8년 동안 긴 터널을 지나는 것 같았는데, 포기하려 했다가도 참고 견뎠더니 보람이 있는 것 같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