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차세대 사회보장정보시스템’(복지시스템)의 대규모 오류 사태는 보건복지부가 시스템 개발이 완료되지 않았는데도 무리하게 개통을 강행해 벌어졌다는 감사원 감사 결과가 나왔다.
복지시스템은 생계급여·장애인연금·기초연금·아동수당 등 각종 복지 급여의 신청 접수와 심사, 지급 업무를 통합 처리하기 위해 정부에 구축된 전산 시스템으로, 이 시스템을 통해 국민 2200만명에게 연 46조원 넘는 복지 재정이 집행된다. 이 시스템을 직접 사용하는 복지 업무 관련 공무원과 공공기관 직원, 사회복지시설 종사자는 16만명에 달한다.
1269억원이 들어간 이 시스템 구축 사업은 2020년 보건복지부가 발주했고 LG CNS 컨소시엄이 수주했으나, 2022년 9월 6일 개통하자마자 접속 오류가 잇따르면서 전국의 복지 행정을 마비시켰다. 개통 뒤 6개월간 접수된 오류 신고는 32만건이 넘었고, 일부 급여의 지급이 중단되면서 수급자들도 피해를 봤다.
감사원이 30일 공개한 ‘차세대 사회보장정보시스템 구축 사업 추진 실태’ 감사 보고서에 따르면, LG CNS 컨소시엄은 개발 인력이 지속적으로 이탈하면서 개발을 제대로 진행하지 못했다. 코로나로 비대면 온라인 서비스가 늘어나면서 IT 개발자에 대한 수요가 늘었고, 개발자 다수가 근무조건이 더 좋은 곳으로 옮겨가면서 개발진에 구멍이 난 것이다. 컨소시엄은 2020년 프로젝트를 시작하면서 1176명을 투입했으나, 2022년 6월엔 이 가운데 절반인 599명(50.9%)만이 남아 있었다. 317명(27.0%)은 아예 퇴사하거나 이직한 상태였다. 컨소시엄은 사업 2년차인 2021년 말까지 전체 공정의 78.9%를 마쳤어야 했는데, 실제 진척된 공정은 47.5%에 불과했다.
그런데도 복지부는 컨소시엄이 사업을 정상적으로 진행한 것처럼 준공 처리를 해주고, 계약한 대금도 전액을 지급해줬다. 계약 대금을 집행하지 않으면 법에 따라 ‘불용’(不用·예산을 기한 내에 쓰지 못함) 처리하고 반납해야 하고, 예산 확보 작업을 처음부터 다시 진행해야 한다는 이유에서였다.
하지만 이듬해에도 개발 지연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개통 나흘 전인 2022년 9월 2일까지 전체 공정의 96.6%가 완료됐어야 하지만, 실제 진척된 공정은 그에 크게 못 미치는 81.5%였다. 개발을 완료한 부분이 정상 작동하는지에 관한 시험도 다 하지 못한 상태여서, 6680건이 남아 있었다. 특히 아동·청소년·보육 관련 시스템, 바우처 관련 시스템은 시험을 한 번도 해보지 못한 상태였다. 또, 다 하지도 못한 시험에서 발견된 시스템 결함이 2만1876건이었는데 이 가운데 3884건(17.8%)은 해결하지 못한 상태였다.
개통 이틀 전인 2022년 9월 4일에 ‘최종 기능 점검’을 해봤지만, 복지 행정 일선에 있는 지방자치단체 공무원들이 사용하는 시스템의 기능 중 단 35.2%만이 정상 작동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사회복지시설 종사자용 시스템도 기능의 47.8%만이 정상 작동하는 상태였다.
그런데도 복지부는 개통을 강행했는데, 복지부의 복지시스템 사업 담당 간부는 ‘문제가 있으면 컨소시엄이나 한국사회보장정보원(사업 관리 업무를 맡은 복지부 산하 공공기관)이 이야기해주겠지’하고 생각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그래놓고 복지부는 컨소시엄이나 한국사회보장정보원에 복지시스템이 개통이 가능한 상태인지를 물어보지도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복지부는 또 ‘일단 개통하고 나면 생기는 문제들은 나중에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복지시스템에서 개통 한 달 전인 2022년 8월 5599건의 보안 취약점이 발견됐던 것으로 나타났다. 원칙적으로, 시스템 운영자가 알고 있는 보안 취약점이 하나라도 있는 상태에서 시스템을 개통해 취약점을 노출해서는 안 된다. 하지만 복지부는 보안 취약점 3554건이 남아 있는 상태에서 개통을 강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이 감사를 진행한 지난해 5월 기준으로 보안 취약점은 더욱 늘어나 4734건에 달했다.
감사원은 복지부가 복지시스템을 개통할 경우 시스템이 파행할 수 있다는 것을 충분히 예견할 수 있었음에도 개통을 강행해 혼란이 초래됐다며, 복지부에 담당 공무원을 징계하라고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