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영농조합법인 2700여곳이 이미 낸 법인세 가운데 약 170억원을 돌려주기로 했다. 영농조합법인들이 감면받았어야 할 세금을 정부가 부당하게 더 거뒀다는 대법원 판결에 따른 것이다. 정부는 이미 오랜 시간이 지나 반드시 돌려주지 않아도 되는 금액도 대법원 판결 취지를 따라 돌려주기로 했다.
21일 국민권익위원회에 따르면, 조세특례제한법에는 ‘영농조합법인이 식량작물을 재배해 발생한 소득 등에 대해서는 법인세를 면제한다’는 조항이 있다. 그러나 정부는 조세특례제한법의 하위 규정인 시행령을 통해, 영농조합법인들이 ‘농어업경영체 등록 확인서’라는 문서를 제출한 경우에만 법인세를 감면해줬다. 이를 제출하지 않은 상태에서 법인세를 감면받는 것으로 계산해 신고를 한 영농조합법인들에 대해서는 감면을 인정해주지 않고, ‘내야 할 세금을 덜 냈다’며 세금을 추징했다.
그러자 한 영농조합법인이 이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했고, 지난해 3월 대법원은 ‘정부가 농어업경영체 등록 확인서를 제출한 영농조합법인에만 법인세 감면을 해주는 것은 조세특례제한법의 취지에서 벗어난 것’이라고 판결했다. 정부가 법인세 감면 조건에 법에 정해져 있지 않은 조건을 부당하게 덧붙인 것이므로 무효라는 판단이다.
대법원 판결에 따라 이 영농조합법인은 추징당한 세금을 돌려받았다. 그러나 다른 영농조합법인들은 같은 이유로 법인세를 더 냈는데도 세금을 돌려받지 못하고 있었다. 국세청은 2018년과 그 이후 연도 소득에 대해 더 거둔 법인세에 대해선 직권으로 부과 처분을 취소하고 법인세를 돌려줬지만, 2017년과 그 이전 연도 소득에 대한 법인세는 이미 부과한 지 오래돼, 설령 잘못 부과한 것이라 해도 부과 처분을 취소해줄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이에 대해 영농조합법인들이 권익위에 민원을 제기했고, 권익위는 국세청과 함께 전국의 영농조합법인을 전수 조사해 2700여곳이 2017년과 그 이전 연도 소득에 대해 법인세를 부당하게 더 냈다는 것을 확인했다.
권익위는 국세청에 더 걷은 법인세를 전액 돌려주라는 의견을 표명했고, 국세청은 권익위 의견을 받아들여 환급 절차를 진행하기로 했다. 영농조합법인 2700여곳이 1곳당 평균 약 630만원을 돌려받게 됐다.
권익위 이성섭 재정세무민원과장은 “국가 식량 안보의 한 축을 담당하는 영농조합법인들이 세법상 미비로 인해 적용받지 못할 뻔 했던 법인세 감면 혜택을 받아 세금 부담을 덜 수 있게 됐다”며 “권익위는 앞으로도 납세자들이 세법상 혜택을 충분하게 받을 수 있도록 관련 민원 처리에 최대한 노력해 나가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