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청 출입구에 서울시 슬로건 'Seoul, My soul(서울, 마이 소울)'이 붙어 있다. /뉴스1

‘아프다’거나 ‘건강검진을 받겠다’며 병가·공가를 내고 해외 여행을 다녀온 서울시 공무원들이 감사원 감사에서 무더기로 적발됐다. 서울시가 발주하는 사업에 입찰한 업체 임원과 함께 골프 여행을 가서 접대를 받은 공무원도 있었다. 근무 시간을 허위로 입력해 시간 외 근무 수당을 부당하게 챙긴 공무원도 200명 가까이 적발됐다.

감사원이 11일 공개한 서울특별시 정기 감사 보고서에 따르면, 서울시 공무원 A씨는 2019년 10월 16일부터 11월 12일까지 질병을 치료하겠다며 소속 부서장에게 병가를 내 승인받았으나, 실제로는 10월 25일부터 11월 2일까지 6일간 이탈리아를 여행했다. 다른 공무원 8명도 2019년에서 지난해까지의 기간에 각기 병가를 내고 베트남, 일본, 몽골, 필리핀 등에 여행을 다녀왔다가 적발됐다.

B씨 등 다른 공무원 9명은 건강검진 등을 받겠다며 공가를 내놓고, 공가를 써서 프랑스, 말레이시아, 필리핀, 라오스, 마카오, 오스트레일리아, 일본, 베트남 등에 사적으로 여행을 다녀왔다. 재택근무를 하겠다고 신청해놓고 오스트리아 여행을 다녀온 공무원도 있었다. C씨는 2022년 8월부터 장기간 직위해제 상태에 놓여, 쓸 수 있는 연가가 거의 없는 상태였다. 그런데도 C씨는 직위해제 기간에 싱가포르를 8일간, 아랍에미리트를 15일간 다녀온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은 이런 식으로 서울시 공무원 21명이 휴가를 부정하게 사용해 해외 여행을 다녀온 것으로 확인했다.

토목·기술 분야에서 일하는 공무원 9명은 직무 관련자로부터 금품이나 향응을 접대받았다. D씨는 자전거도로 공사와 차선분리대 구매 계약을 체결한 업체 대표 부부와 함께 2019년 11월 말부터 다음 달 4일까지 중국 광저우, 지난해 2월 13일부터 18일까지는 베트남 호찌민으로 골프 여행을 다녀왔고, 항공권과 숙소비, 골프장 입장료는 모두 업체 대표 부부가 냈다. 국내에서도 5차례에 함께 골프를 치면서 골프장 입장료와 식사비 등을 대접받았다.

서울시 한 자치구 국장이었던 E씨는 이 구에서 발주한 공사에 입찰한 업체 대표가 2018년 사무실로 찾아와 자기 친형이 일본에서 운영하고 있는 골프장에서 함께 골프를 치자는 제안을 받았다. E씨는 아내와 함께 이듬해 5월 12일부터 16일까지 일본 도쿄로 여행해, 업체 대표 친형의 골프장에서 3차례 골프를 쳤다. E씨 부부의 항공권과 골프장 입장료는 업체 대표가 부담했고, 골프장 직원 숙소도 제공했다. 업체 대표는 E씨에게 국내에서도 2차례 ‘골프 접대’를 했고, 그때마다 E씨에게 현금 30만원을 찔러줬다.

감사원은 서울시에 D씨는 강등하고, E씨는 정직시키라고 통보했다. 또 법원에 통보해 D·E씨와 이들에게 금품을 제공한 민간인 모두 청탁금지법 위반으로 과태료를 물도록 하라고 했다.

감사원은 서울시청 서소문별관 1·5동에서 근무하는 공무원 1509명이 시간 외 근무 수당을 규정에 맞게 받고 있는지도 점검했다. 이 건물들은 청사 출입이 모두 전산 기록으로 남기 때문이었다. 감사원이 2022년 9월부터 지난해 3월까지 6개월간의 출·퇴근을 점검해 보니, 시간 외 근무 수당을 3차례 이상 허위로 신청해 받아간 공무원이 198명(13.1%)에 달했다. 이들이 부당하게 타간 수당은 2514만원이었다. 예를 들어, F씨는 지난해 1월부터 3월까지 15차례에 걸쳐 개인 운동을 위해 외출했다가 돌아온 뒤 근무를 한 것처럼 허위로 입력하는 방법으로 시간 외 근무 수당을 신청해 49만원을 받았다.

감사 결과에 대해 서울시는 11일 “감사원이 통보한 사항 중 (비위 공무원의) 혐의가 확정되지 않은 부분에 대해서는 추가 확인을 거쳐 엄중 문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해이해진 공직기강 확립을 위해 ‘100일 특별 감찰’ 등 전방위적인 직무 감찰을 진행 중이며, 적발자는 예외 없이 처벌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또 “시민 신뢰 회복을 위해 고강도 청렴 대책을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