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부패로 면직되거나 형사처벌을 받은 전직 공직자 14명이 취업 제한 법령을 어기고 자기 비리와 관련된 기업 등에 취업했다가 적발됐다. 12명은 형사고발됐으나, 벌이가 없어 소정의 일당을 받고 공공근로 등을 한 것으로 드러난 2명은 고발을 면했다.
국민권익위원회는 최근 5년 이내에 부패 행위로 면직된 전직 공직자 1563명의 취업 실태를 점검한 결과, 11명은 공직자였던 때 맡았던 업무와 관련된 사기업에, 2명은 공공기관에 불법으로 취업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다른 1명은 자기가 면직된 사건과 직접 연관된 사기업에 취업했다가 적발됐다.
부패방지권익위법에 따르면, 공무원이나 공공기관 직원이 직무와 관련된 부패 행위로 인해 파면·해임되거나 형사처벌이 확정돼 당연퇴직된 경우, 이후 5년간 공공기관에 취업할 수 없다. 또 면직되기 전 5년 간 한 번이라도 소속됐던 부서나 기관의 업무와 연관이 있는 사기업이나 협회 등 단체에도 취업할 수 없다. 이를 어기면 2년 이하 징역이나 2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한국전기안전공사 과장이었던 A씨는 문서를 위조해 특정 업체에 특혜를 줬다가 지난해 9월 해임됐으나, 한 달여 만에 당시 특혜를 받았던 사기업에 이사로 취직해 매달 500여만원을 받다가 적발됐다. 한 연구기관 직원이었던 B씨는 문서 위조와 행사, 사기 등으로 2020년 8월 파면됐다. 그래놓고 B씨는 자기가 파면되기 전 소속됐던 부서가 수행하는 정부 지원 연구개발(R&D) 과제를 관리·평가하는 사기업에 과장으로 취업해 매달 436만원을 받다가 단속됐다.
중앙부처 6급 공무원이었던 C씨는 업무 관련 사기업으로부터 수백만원어치 접대를 받은 사실이 드러나 2021년 11월 해임됐으나, 퇴직 전 자기가 속해 있던 부서와 용역 계약을 체결한 사기업에 상무로 취직해 매달 월급으로 600여만원을 받았다.
한 자치구청 건설과장(5급)이었던 D씨는 2021년 10월 뇌물 수수로 법원에서 유죄 확정 판결을 받아 면직된 뒤, 앞서 건설과에 특허 사용 협약서 등을 제출한 공사 하도급 업체에 부사장으로 취업해 매달 약 600만원을 받았다.
권익위는 14명 중 12명에 대해서는 이들이 과거 속했던 기관의 장에게 알려, 이들을 취업 제한 법령 위반 혐의로 고발하게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들을 불법적으로 고용하고 있는 기관이나 기업은 이들을 곧바로 해임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1000만원 이하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다.
권익위는 다만 2명에 대해서는 주의만 주고 고발 등의 조치는 하지 않기로 했다. 한 공공기관의 공금을 횡령해 면직된 E씨는 다른 공공기관에서 일당 15만원짜리 공공근로를 했다가 단속됐고, 과거 공공기관장이었으나 법인카드를 부적정하게 사용해 면직된 F씨도 다른 공공기관에서 월급 144만원짜리 기간제 근로자로 일했다가 적발됐다. 권익위는 이들이 불법 취업을 하긴 했으나 보수로 받은 금액이 너무 소액이고, ‘생계형’인 것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정승윤 권익위 부패방지 담당 부위원장 겸 사무처장은 “비위 면직자 등에 대한 취업 제한 제도 운영을 강화해, 공직자의 부패 행위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