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서울 종로구 감사원에서 최재혁 산업금융감사국장이 신재생에너지 사업 추진 실태 감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감사원이 제주도가 신재생에너지 과잉 발전(發電)으로 인한 송·배전 설비 과부하와 대규모 정전 위험성에 노출돼 있다며, 2026년부터는 이런 문제가 제주도를 넘어서서 전국적으로 나타날 수 있다고 경고한 것으로 드러났다. 신재생 발전 비중을 너무 빠르게 높이다보니 전력망이 이를 감당하지 못하게 된다는 것이다.

감사원이 지난 14일 공개한 ‘신재생에너지 사업 추진 실태’ 감사 보고서에 따르면, 제주도는 2030년까지 태양광·풍력 등 신재생 발전으로 전력 수요를 100% 충족시키겠다는 계획을 자체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2030년까지 신재생 발전 비중을 30.2%로 높이기로 했던 문재인 정부의 계획보다도 과격한 계획이다. 이 계획에 따라 제주도에선 신재생 발전 비중이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 2020년 기준 신재생 발전 비율은 전국이 7.4%이지만 제주도는 17.3%에 달한다.

문제는 태양광·풍력 발전량이 날씨에 따라 수시로 바뀐다는 점이다. 그런데 전력 수요와 공급을 시시각각 일치시키지 않으면, 전압과 주파수가 순간적으로 변하면서 신재생 발전기를 고장낼 수 있다. 이를 막기 위해 발전기들이 연쇄적으로 가동을 정지하게 되면, 제주도 전체의 전력 공급이 중단되는 대정전이 발생한다. 대정전을 피하기 위해선 거대한 배터리인 에너지 저장 장치(ESS)를 많이 설치해, 전기가 남아돌 때 저장했다가 부족할 때 내보내는 방식으로 전력 수급을 맞춰줘야 한다. 송·배전망 용량도 늘려야 한다.

그런데 제주도에선 신재생 발전기가 늘어나는 속도를 ESS와 송·배전망이 확충되는 속도가 따라가지 못해, 송·배전망에 과부하가 걸리고 있다. 제주도는 신재생 발전량이 치솟아 이를 감당하기 어려워질 때마다 신재생 발전기와 송·배전망의 연결을 끊는 ‘출력 제한’으로 대응하고 있다. 멀쩡한 발전기를 멈춰 대정전을 피하는 것이다. 감사원에 따르면 제주도의 출력 제한 조치는 2015년 3회에서 2020년 77회로 늘었고, 2030년에는 1934회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제주도의 신재생 발전 사업자들은 출력 제한으로 전기를 팔지 못해 손실을 입고 있다며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벌이고 있다.

감사원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전력, 한국전력거래소는 제주도의 신재생 과잉 발전 문제를 알고 2020년부터 대책을 논의했다. 이들은 제주도에 필요한 ESS 설비가 26조8000억원어치에 달하고, 이 설비가 필요로 하는 부지 면적도 서울 여의도의 3.4배인 10㎢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했다. 그러나 여기에 필요한 재원과 부지를 확보할 수는 없었고, 이들은 과잉 발전 문제를 무시하고 제주도의 신재생 발전 조기 확대 계획을 지속시키기로 결정했다. 그러면서도 한전은 제주도에서 태양광 발전 설비가 현 추세대로 계속 늘어나면 앞으로 제주도의 10.5% 지역에서 정전이 발생할 것으로 전망했다.

앞서 문 정부는 탈원전 정책에 따라 원전 신설은 중단하고 기존 원전은 조기 폐쇄하는 등의 방법으로 원자력 발전 비율이 더 높아지지 못하게 했다. 늘어나는 전력 수요는 신재생 발전으로 감당하기로 하고, 신재생 발전 비율을 2030년까지 현재의 3배가 넘는 30.2%로 높인다는 계획을 세웠다. 윤석열 정부는 올해 초 탈원전 정책을 폐기하고 2030년 신재생 발전 비율 목표치를 21.6%로 낮췄다. 그러나 감사원이 계산해 보니, 새 목표치까지만 신재생 발전 비율을 높이더라도 이를 감당하기 위한 ESS와 송·배전 설비 확충 등에 약 46조6000억원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비용은 앞으로 국민들이 전기요금을 더 내서 감당해야 한다. 탈원전과 신재생 과속(過速)의 숨은 비용인 셈이다.

하지만 정부가 계획한 ESS 및 송·배전 설비 투자 규모는 필요한 투자 규모에 비해 약 1조2000억원 부족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따라 2026년부터는 제주도 이외 지역에서도 전력망의 안정성이 낮아지고, 대정전을 피하기 위한 출력 제한 조치로 신재생 발전 설비들을 놀리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감사원 관계자는 “신재생 발전 보급이 육지보다 빠르게 진행된 제주도는 신재생 발전 확대의 ‘선행 지표’ 성격을 갖고 있다”며 “육지도 수 년 내로 제주도와 비슷한 문제를 겪게 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