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금속이나 농약 등에 오염된 것으로 판정된 식품 1065t과 인체에 유해한 원료를 사용한 화장품 679억원어치가 식품의약품안전처의 관리 소홀로 시중에 유통된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원이 식약처를 정기감사해 9일 공개한 보고서에 따르면, 식약처는 농약 잔여량이 기준치를 넘어 검출된 식품, 사용이 금지된 원료를 사용한 식품, 식중독균이 검출된 식품 등을 제조업자나 수입업차에게 전량 회수해 폐기하도록 명령하고 있다. 그러나 중간 유통 구조가 복잡해, 위해 식품 중 실제로 회수되는 비율은 지난해 기준 17.7%에 불과하다.

이에 따라 식약처는 위해 식품의 바코드 정보를 전산망인 ‘위해 식품 통합 정보망’ 등록하고, 이 정보를 식품안전정보원과 대한상공회의소의 ‘판매 차단 시스템’을 거쳐 마트 등 식품 상점에 보내고 있다. 각 상점이 판매 중인 식품 가운데 위해 식품이 있으면 이를 자동으로 알 수 있게 해, 위해 식품이 판매되는 것을 막는 것이다.

그런데 감사원이 확인해 보니, 식약처가 최근 3년간 위해 식품 1055건을 적발하고도 이 가운데 108건(10.2%)은 바코드 정보를 식품 상점까지 제대로 전달하지 않아, 이 108건 약 1059t이 국민들에게 그대로 유통된 것으로 드러났다. 90건은 위해 식품을 적발한 시험·검사기관들이 이 식품들의 바코드 번호를 전산망에 등록하지 않았고, 식약처도 이를 방치했기 때문이었다. 18건은 시험·검사기관들이 입력한 바코드 정보를 식약처 직원이 식품안전정보원에 수동으로 전달하는 과정에서 빠트렸기 때문이었다.

식약처는 또 다른 위해 식품 14건은 적발 사실을 홈페이지에 공개하지 않았고, 이에 따라 이 14건 약 7t도 그대로 유통된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위해 식품을 적발한 다른 행정기관이 식약처에 공문을 보내올 때 적발 사실을 홈페이지에도 게재해 달라는 요청을 빠뜨렸거나, 재고 전량이 회수된 것 같다는 이유 등으로 식약처가 홈페이지 게재 업무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렇게 국민들에게 유통된 위해 식품 가운데에는 중금속인 카드뮴이 기준치 이상으로 검출됐거나, 대장균 등 세균 수가 기준치 이상으로 검출된 식품, 유통기한이 지난 원료를 사용한 식품 등이 포함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황산알루미늄칼륨 등 식품 첨가물로 써서는 안 되는 물질이 들어간 식품, 초산에틸, 이소프로필알코올, L-테아닌 등이 기준치 이상으로 검출된 식품도 있었다.

한편 식약처는 2018년 2월부터 2021년 11월까지 29억원을 들여 연구기관 3곳에 화장품 원료 176가지에 대해 인체에 위해성이 있는지를 평가하게 했다. 연구기관 3곳은 브로노폴, 벤질파라벤, 벤조페논-3, 헤나, 로우손, 노녹시놀 등 6가지 원료가 인체에 해로울 수 있다는 보고서를 제출했다. 이 6가지 원료는 안구를 심각하게 손상시키거나 피부를 자극하고, 생식 능력을 저해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식약처 직원들은 이 6가지 원료가 화장품 제조에 사용되는 것을 금지하거나, 사용 기준을 다시 지정하는 등의 후속 조치를 전혀 하지 않았다. 그 결과, 이 6가지 원료가 들어간 화장품이 지난해에만 2903만9465개, 679억2044만원어치가 제조돼 그대로 유통됐다.

식약처가 화장품 제조에 사용할 수 없거나 제한적으로만 사용할 수 있다고 이미 고시한 물질들도 식약처의 관리 소홀로 화장품 제조에 사용된 것으로 나타났다. 2019~2021년 3년간 화장품 제조업체 45곳은 식약처에 바디워시 등 화장품 85종을 생산·유통하겠다고 신고했는데, 이 85종의 원료에는 금지·제한 물질 13가지가 포함돼 있었다. 그런데도 식약처는 이 제조업체들로부터 관련 자료를 제출받아 사실 여부를 확인하는 등의 조치를 하지 않았다.

감사원이 확인해 보니, 이 가운데 3개 업체는 실제로 사용 제한 물질을 사용해 바디워시 등 화장품 5종을 제조·유통한 것으로 확인됐다. 나머지 80종은 금지·제한 물질이 실제로 들어갔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검사법이 갖춰져 있지 않은 등의 이유로 안전 여부를 확인할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