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이 22일 미래 물 부족 규모가 당초 정부 예상치보다 2배가량 늘어날 수 있다고 예상했다. 또 기후변화로 쌀 생산성 하락, 어획량 감소에 직면할 수 있고, 전 세계적인 농산물 생산량 감소로 식량 수입도 줄어들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정부 차원의 장기 대책은 사실상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원이 22일 공개한 ‘기후 위기 적응 및 대응 실태(물·식량 분야)’ 감사 보고서에 따르면, 기후변화로 2100년까지 연간 최대 6억2630만t의 물이 부족해질 것으로 예측됐다. 유엔 관련 기관인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가 내놓은 기후변화 시나리오에 따라 관계 기관들이 물·식량 수급을 다시 예측하게 해 구한 결과다.

환경부는 2021년 세운 제1차 국가 물관리 기본계획에서 2030년에 물이 연간 1억420만~2억5690만t 부족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새 예측에 따르면 2030년대 물 부족량은 연간 2억8460만~3억9700만t에 달할 것으로 예상됐다. 물 부족 규모가 예상보다 2배가량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픽=양인성

미래 물 부족 정도도 지역에 따라 다르게 나타날 것으로 전망됐다. 160개 시·군(특별시·광역시는 구의 구분 없이 1개로 계산) 가운데 충남 중·서부와 경기 남부를 중심으로 99개 시·군에서 농업용수 부족 사태가 발생할 것으로 예측됐다. 예를 들어 충남 당진시는 2042년에 최대 3695만t, 충남 보령시는 2054년에 최대 3513만t이 부족해진다. 40개 시·군은 생활·공업용수까지 부족해질 것으로 전망됐다. 감사원은 공업용수 부족과 관련해 올 초 여수·광양 산단 상황을 예로 들었다. 이 산단들은 광주·전남 지역에 비가 내리지 않으면서 인근 댐에 극심한 가뭄이 찾아든 결과 공업용수 공급이 줄었고 공장 가동 자체를 축소해야 했다. 감사원은 “향후 산업단지 신규 지정 시 미래 물 부족 위험을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식량 부족 가능성도 제기됐다. 기후변화에 따라, 1000㎡당 쌀 생산량은 2020년 457㎏에서 2060년 366㎏으로 19.9%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다. 대부분을 수입하고 있는 밀·콩·옥수수 등 다른 작물들의 경우, 전 세계적으로 생산량이 감소해, 2035~2036년 기준으로 한국이 수입할 수 있는 양도 밀은 33.8%, 콩은 63.1%, 옥수수는 25.8% 줄어들 것으로 예상됐다. 감사원은 “우리나라가 북미 등 일부 국가에 대한 식량 수입 의존도를 유지하고, 기후 변화로 인해 북미 등 특정 지역에서 급격한 생산 위기가 발생하면, 식량 공급에 위기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한반도 주변 바다 온도가 최대 4~5도 상승하면서, 연·근해 어획량도 2020년 93만t에서 2100년 52만t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측됐다. 한국의 1인당 수산물 소비량이 세계 1위인 것을 감안하면, 어획량 감소는 식생활에 큰 타격이 될 수 있다.

그러나 환경부·농림축산식품부·행정안전부·국토교통부·해양수산부의 물·식량 수급과 관련된 정책 어디에도 미래 기후변화 영향이 반영돼 있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정부 계획들이 과거 기후가 미래에도 그대로 유지될 것이라고 가정하고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감사원은 기존의 추산이 미래 기후변화에 따른 강수량 등의 변화를 고려하지 않고, 과거 52년 동안의 하천 흐름 양상 등만을 분석해 한계가 있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