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권익위원회 정승윤 부위원장 겸 사무처장이 3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2023년 상반기 비위면직자 등 취업제한 실태점검 결과 브리핑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부정부패로 면직되거나 형사처벌을 받은 전직 공직자 14명이 취업 제한 규정을 어기고 자신의 비리와 관련된 기업 등에 취업했다가 적발됐다.

국민권익위원회는 최근 5년 이내에 부패 행위로 면직된 전직 공직자 1525명의 취업 실태를 점검한 결과, 9명은 공직자였던 때에 맡았던 업무와 관련된 기업에, 5명은 공공기관에 불법으로 취업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3일 밝혔다.

부패방지권익위법에 따르면, 공무원이나 공공기관 직원이 직무와 관련된 부패 행위로 인해 면직되거나 벌금 300만원 이상의 형사처벌을 받은 경우, 이후 5년간 공공기관에 취업할 수 없다. 또 면직되기 전 5년 간 한 번이라도 소속됐던 부서나 기관의 업무와 연관이 있는 사기업이나 협회 등의 단체에도 취업할 수 없다. 이를 어기면 2년 이하 징역이나 2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전직 서울시의원 A씨는 구의원 시절이던 2018년 시의원 선거에 나가기 위해 선거 공약을 개발하는 과정에 구 공무원들을 동원했다가 선거법 위반으로 2020년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그러나 이후 자기가 속했던 구에 물품을 다수 납품한 업체에 취업해 급여로 매달 300만원을 받았다가 권익위에 적발됐다.

한 군(郡)의 공무원이었던 B씨는 부정하게 금품을 받았다가 해임된 뒤 한 기업에 취업했다가 2021년 12월 권익위로부터 주의를 받았다. 이 기업이 B씨가 일했던 군 부서로부터 용역을 여러 건 수주한 기업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B씨는 이 기업에 다시 취업해 다달이 200만원을 받았다가 이번 권익위 점검에서 또 적발됐다. 이 기업은 B씨를 고용한 기간에 군으로부터 용역 계약 50건을 수의계약 등의 방식으로 따낸 것으로 조사됐다.

공기업 대표이사였다가 부정 청탁을 받은 혐의로 지난해 1월 해임된 C씨는 자기가 경영했던 공기업과의 계약 업무를 처리하는 업체에 부회장으로 취업해 한 달에 500만원씩 10개월간 5000만원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공공기관 직원이었던 D씨는 공금횡령으로 파면된 뒤 한 시의회 사무처에 임기제 공무원으로 취업해 매달 375만원을 받다가 적발됐다.

권익위는 불법 취업이 적발된 14명 중 7명에 대해서는 이들이 과거 속했던 기관의 장에게 알려 이들을 취업 제한 위반 혐의로 고발하게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나머지 7명에 대해서는 불법 취업 기간이 짧았거나 받은 급여가 소액인 것으로 확인돼 주의만 주기로 했다. 이 14명을 불법적으로 고용한 기관이나 기업은 이들을 곧바로 해임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1000만원 이하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다.

정승윤 권익위 부위원장 겸 사무처장은 “비위 면직자 등이 취업 제한 기관 등에 재취업할 수 없도록 실태 점검을 강화해 공직 사회에 엄정한 공직 기강을 확립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