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원선 녹천역~창동역 구간의 노후된 석면 방음벽 교체 공사가 공공기관 사이의 이견으로 중단됐다가 감사원 중재로 재개된다.
24일 감사원에 따르면, 서울 도봉구에 있는 경원선 녹천역~창동역 구간 상행선 측면에는 방음벽이 설치돼 있다. 이 지역 택지개발사업을 진행한 대한주택공사(현 한국토지주택공사)가 택지 내 아파트 입주민들의 철도 소음 피해를 막기 위해 철도 부지와 택지 사이에 폭 10m의 완충 녹지를 조성하고, 그 위에 방음벽을 세운 뒤 1991년 서울시에 제공한 것이다.
20년이 지나 방음벽이 노후되자, 주민들은 철도 시설을 관리하는 국가철도공단에 2010년부터 5차례에 걸쳐 방음벽 교체를 요청했다. 이 방음벽은 서울시가 갖고 있는 것이었지만, 주민들도 철도공단도 철도공단에 관리권이 있는 것으로 잘못 알고 있었다. 하지만 철도공단은 주민들의 요청을 들어주지 않고 있다가, 2017년 한국철도공사(코레일)로부터 이 방음벽에 발암물질인 석면이 함유돼 있다는 사실을 전달받고 나서야 방음벽 교체를 추진했다.
방음벽 교체 공사를 위해서는 방음벽이 세워져 있는 완충 녹지의 일부를 공사 현장 진입로로 써야 했다. 이를 위해 철도공단은 완충 녹지를 서울시를 대신해 관리하고 있는 도봉구와 2020년부터 협의를 시작했다.
그런데 방음벽이 처음 설치된 1991년 당시 법과 현행 법에 따르면, 완충 녹지 위에는 방음벽을 세울 수 없다. 도봉구는 철도공단이 완충 녹지 위에 무단으로 방음벽을 세우고 사용해온 것으로 판단하고, 철도공단에 변상금 17억원과 점용료 1억2000만원, 수목 제거 비용 13억원 등 31억2000만원의 납부를 요구했다.
철도공단은 이 방음벽이 철도공단이 세운 것이 아니고 철도공단에 관리권이 있는 시설도 아니라는 것을 뒤늦게 알게 됐다. 도봉구에 31억여원을 내야 할 이유가 없었던 철도공단은 2021년 8월 방음벽 교체 공사를 중단했다. 그러자 주민들이 국민권익위원회에 민원을 제기했고, 권익위는 지난해 10월 ‘처음부터 방음벽을 잘못 설치한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교체 공사를 진행하고, 철도공단은 방음벽 공사를 위해 구매한 방음판 등 시설물을 LH에 제공하고, 교체된 방음벽은 도봉구가 관리한다’는 방안을 제시했다. 그러나 LH는 ‘방음벽은 철도 시설’이라며 권익위의 권고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공사가 진행되지 않자 주민들은 이번에는 감사원에 감사를 청구했다. 감사원은 올해 2월 현장 조사를 진행하면서 철도 부지와 완충 녹지 사이에 방음벽을 세울 만한 공간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여기로 방음벽을 옮겨 세우면, 완충 녹지 위에 방음벽을 세울 수 없다는 법도 지키고, 철도 부지로 사람이 접근하는 것을 막는 방호벽을 따로 세우지 않아도 되고, 소음의 원천인 철도와 방음벽의 거리도 가까워저 소음을 줄이는 효과는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됐다.
감사원의 조정에 따라, LH와 철도공단, 도봉구는 감사원이 제안한 대로 철도 부지 내에 방음벽을 새로 세우기로 지난달 합의했다. 기존 방음벽의 철거는 LH와 도봉구가, 새 방음벽의 설치는 철도공단과 도봉구가 함께 진행하고, 공사비도 이에 맞춰 분담(도봉구 59%, 철도공단 26%, LH 15%)하기로 했다.
도봉구 관계자는 본지에 “오는 6월부터 공사를 진행해, 내년 6월까지 방음벽 교체를 마무리할 예정”이라며 “기존 방음벽이 설치돼 있어 주민들이 접근할 수 없었던 완충 녹지에는 산책로를 조성할 것”이라고 밝혔다.